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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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증거라도 이거 없으면 무용지물!!

법무부 블로그 2012. 12. 13. 13:00

 

 

김철수(가명)씨는 어느 날 밤,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가던 중, 앞서 가던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뒤 의식을 잃은 채 119 구급차량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습니다.

 

사고 시각으로부터 약 한 시간 후, 병원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아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간호사에게 피고인의 혈액을 채혈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채혈된 혈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졌고, 이를 토대로 경찰은 오토바이 운전자 김철수씨가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낸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1년,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검찰은 이 오토바이 운전자의 죄를 묻기 위해 이 사건을 법원까지 끌고 갔는데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오토바이 운전자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바로, ‘영장 없이 채혈된 혈액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지요. [대법원 2012.11.15 선고 2011도15258 판결]

 

그렇다면 과연 ‘영장’이 뭐기에 눈에 보이는 증거도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걸까요? 발급받으려면 시간적으로도 오래 걸리는 영장을 왜 꼭 발급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 영장 없인 절대 안 되지~!

 

 

 

▲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는 하도야(권상우 분) 검사 / SBS 드라마 대물(2010年 作)

 

위와 같은 장면, 드라마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요. 검사와 검찰사무관, 경찰들이 파란 박스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간 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치는 모습 말이죠. 이처럼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영장주의를 명시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2조 ①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③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압수, 수색, 검증) ①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즉, 수사 과정 중에서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으로 인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영장의 발부가 필수입니다. 영장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 개인을 지켜주는 가장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영장 발부하느라 증거가 소멸되거나 범인이 도주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래서 긴급을 요하는 등 일정한 경우에는 영장이 없어도 일단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사후에 영장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장은 사전에 발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의 헌법 제 12조 3항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 216조 ③ 범행 중 또는 범행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하여 법원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영장 없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

 

제 308조의 2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이처럼 영장주의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영장주의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절차는 재판에서 증거로 작용될 수 없습니다. 위 김철수씨의 혈액 채혈은 압수·수색영장에 따른 절차가 생략되었고, 사후에도 영장발부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영장주의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따라서 증거 채택이 될 수 없었던 겁니다.

 

 

 

 

 

■ 영장주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장주의라는 이름은 딱딱하고 거리감 있게 느껴지지만, 우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영장주의가 없다면, 공익을 위한 수사가 진짜 공익을 위한 수사가 아닌 공권력 남용이 될지도 모릅니다. 공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더라도 그것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게 되는 것이죠.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무리 공익을 위한 수사의 목적이라고 해도, 국가권력이 마음대로 개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헌법상 명시된 영장주의는 모든 국민이 자신과 소유물에 대한 기본적인 자유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영장이 아무리 방패가 되어준다 하더라도, 가장 좋은 것은 평생 자신에게 발부된 영장을 보지 않게 되는 것이겠죠?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은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건전하고 바른 삶을 살아간다면, 절대 내게 날아온 영장을 받아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영장이 발부될 일 없는 모범적인 법치 사회가 구현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 = 남장현기자

이미지 = 알트이미지

화면캡쳐 = SBS드라마 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