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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서은기 금치산자 선고 가능할까?

법무부 블로그 2012. 11. 7. 17:00

 

 

 

▲KBS드라마 ‘착한남자’ 장면 캡쳐

 

 

최근에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드라마 "착한남자"를 알고 계신가요?

매력 있는 등장인물들을 비롯하여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라인 덕분에

매주 수, 목요일마다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요.

지난 14회에서는 극 중 한재희와 안변호사의 대화중에서 우리들을 아리송하게 했던 ‘금치산자’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이 금치산자라는 단어가 대체 어떤 것이기에 한재희는 안변호사와 함께 서은기 현재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는 서은기를 금치산으로 만들고자 하는 걸까요? 그리고 또 현재 서은기의 기억상실과 학습능력 감퇴는 과연 금치산자가 될 수 있는 상태일까요? 여러 가지 생각나는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금치산자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금치산자’, 대체 뭘까?

금치산자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않는 법률용어로,

한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 우리들에게 굉장히 생소한 단어에요.

금치산자를 한자로 바꾸면 ‘禁治産者’인데,

이 한자를 풀어보면 재산[産]을 행사할[治] 권리를 금지당한[禁] 사람[者]이라는 뜻이 됩니다.

 

즉 금치산자란 자기 재산을 가지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우리나라 가정법원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면 자기가 한 행위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금치산 선고를 하는데,

이 금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을 바로 금치산자라고 한답니다.

 

 

민법

제12조 (금치산의 선고)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법원은 제9조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금치산을 선고하여야 한다.

 

 

성년이 되면 누구나 자기 재산을 가지고 마음대로 팔거나 다른 것을 살 수 있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반면, 금치산자라고 선고된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치산자에게는 항상 후견인이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요.

이렇게 금치산자의 후견인이 된 사람들은 대체로 금치산자를 보호하고

그 사람의 행위를 대리하며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맡습니다.

 

 

민법

제929조 (금치산자등에 대한 후견의 개시)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가 있는 때에는 그 선고를 받은 자의 후견인을 두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금치산자는 우리가 법률상 무능력자라고 부르는 것 중 하나로,

같은 무능력자의 일종인 미성년자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되지만

금치산자의 행위능력에 대한 제한은 다른 무능력자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답니다.

그래서 금치산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때 굉장히 많은 제동이 걸리게 되는데

단독으로는 물론이며 후견인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금치산자가 한 법률행위는 언제든지 취소당할 수 있어요.

 

 

민법

제13조 (금치산자의 능력) 금치산자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또한 금치산자는 혼인과 이혼에 있어서도 자유롭지가 못한데, 두 가지 모두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08조 (동의를 요하는 혼인) ②금치산자는 부모 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어 혼인할 수 있다.

제835조 (금치산자의 협의상 이혼) 제808조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은 금치산자의 협의상 이혼에 이를 준용한다.

 

또한 헌법상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거권도 금치산자는 행사할 수 없는 등 여러 가지 제한이 금치산자의 권리행사를 막고 있답니다.

 

 

공직선거법

제18조(선거권이 없는 자) ① 선거일 현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선거권이 없다.

1. 금치산선고를 받은 자 

 

결국 금치산자에게는 이러한 권리제한이 있기 때문에 만약 드라마 속에서 정말 서은기가 금치산자 선고를 받게 된다면 후견인인 한재희가 서은기 대신 서은기의 재산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므로 그녀의 회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답니다. 이 금치산자의 권리행사를 막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궁금증!

현재 서은기는 기억상실과 약간의 학습능력 감퇴라는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었는데요.

과연 서은기의 상태는 금치산자 선고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일까요?

과연 어떤 사람이 가정법원으로부터 금치산자를 선고받게 되는 걸까요?

 

금치산자 대상자는 바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사람’입니다.

아까 민법 12조에서 보았듯이 어떤 사람이 금치산 선고를 받게 되는지에 관해서

우리나라 민법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심신상실이라는 건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를 일컫는데, 주로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 때로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거의 일반적인 판단능력을 잃은 상태에 있는 걸 말해요.

 

 

 

▲ KBS드라마 ‘착한남자’ 캡쳐

 

보통 법원에서 금치산 선고 여부를 결정할 때는 병원의 정신감정이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따라서 병원에 사건본인의 심신 상태에 관한 감정을 촉탁한 뒤에 의사의 의학적 견해를 기초로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법률제도들의 취지에 따라 금치산 여부가 결정되게 되는데요.

 

여기에 금치산 선고의 요건으로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의 의미를 정의내리고,

금치산 선고 여부의 결정 기준을 규정한 재미있는 판례가 있습니다.

 

이 판례에서는 기억상실은 아니지만 치매로 인한 기억능력 감퇴에 대해 해당 사건본인을 금치산자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청구인의 금치산자 청구를 기각한 사건이에요.

 

 

.....1998. 7.경 사건본인에 대하여 시행된 감정 결과에 의하면, 일반적인 지적 수준이 퇴행되어 있고 판단력도 장애되어 있는 것으로 사료되나, 병전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병전 지적 수준이 높아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고........(중략)........타인의 조력 없이도,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정확히 진술하고 있고, 간단한 계산 역시 정확히 행하고 있으며, 진술하는 시기와 장소에 관하여서도 정확히 진술하고 있는바.......(중략).......사건본인에 대하여 시행된 감정 결과의 일부만으로는 사건본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그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금치산자로 선고할 정도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달리 이러한 점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서울가정법원 2000. 11. 29. 자 99브130

 

 

드라마 착한남자 속의 서은기를 해당 판례에 완전히 대입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녀가 판별능력이 없다고는 볼 수 없고,

또한 정신적 장애를 심각하게 앓는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만약 한재희나 안변호사가 실제로 금치산자 청구를 한다고 해도

정말 금치산자가 선고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드네요.

 

다양한 권리제한을 받는 금치산자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자기 재산에 대해 마음대로 처분할 수도 없고 혼인, 이혼도 뜻대로 못하는 금치산자.

그리고 '심신상실에 있는자' 에게 선고되는 금치산 선고.

꼭 기억상실이라고 해서 금치산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까지!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 안아연 기자

이미지 = 알트이미지

착한남자 캡쳐 = KBS드라마 착한남자, KBS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