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 더러운 걸 보는 듯 한 시선. 그 시선이 나를 더욱 아프게 해’
서울의 한 조용한 동네, 76번지가 어느 날부터 시끌벅적합니다.
인근 청소년의 집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허그샵’ 매장을 오픈 하려 하고,
또 바로 맞은편에 작은 구멍가게 ‘골목슈퍼’가 새롭게 문을 열었기 때문인데요.
지난 24일 늦은 오후 8시.
광진 나루아트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뮤지컬의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자신들의 이야기,
바로 뮤지컬 76번지 F.A.M.I.L.Y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찌그러져 살아야 하나요?
76번지 FAMILY는 특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포크레인, 찰스, 은태, 강우, 정희.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이 다섯 명의 아이들은 76번지에 허그샵을 오픈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한 허그샵의 오픈은 인근주민들의 반대로 좌절되고 맙니다.
“허그샵인지 뭔지 때문에 동네 집값이 떨어지면 어떻게 할겁니까?
도대체 누가 불량학생들이 파는 것을 사겠어요?
애당초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조용히 살아가야 한다고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고 기회조차 주지 않습니다.
이에 아이들의 마음은 또 한 번 다치고 맙니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는 아이들.
우리 같은 애들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고 도전하는 자체가 웃긴 일이 아니냐고 하는
아이들의 말에 괜히 가슴이 뜨끔합니다.
76번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
어른들에 의해 허그샵 오픈이 연기되자 아이들은 좌절에 빠지며 다시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그러나 이 때, 아이들에게 ‘앵두할머니’가 나타납니다.
겉으로는 툴툴대지만 속으로는 아이들을 이해해주는 앵두할머니는 저 앞의 세탁소도 상가사람들도 다 허그샵 오픈을 찬성한다는 싸인을 해 주었다고 말해줍니다. 색안경을 끼고 너희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들의 뒤에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죠.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다.”
앵두할머니의 말에 힘을 얻은 아이들은 다시 오픈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이제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바라보고 어루만지며 다시 새로운 꿈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도 어딘가에서는 쓸모 있는 사람일지 몰라”
사람들은 우리의 공연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공연 전 뮤지컬 76번지 FAMILY의 연출자 분과 배우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들은 76번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했을까요?
▲ 뮤지컬 76번지 FAMILY의 배우와 연출자 김지원씨
<INTERVIEW> 김지원 l 뮤지컬 76번지 FAMILY 연출
Q. 뮤지컬 76번지 FAMILY는 어떤 뮤지컬인가요?
A. 76번지 FAMILY는 보호청소년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하여 아이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하는 뮤지컬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이 살고 있는 청소년의 집의 주소가 76번지에요. 76번지 안에서 아이들은 '허그숍'이라는 가게를 만들어 물건을 팔면서 사회와 소통하려고 합니다. 또한 본인들의 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차츰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여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 연출자 분께서 보호관찰 청소년들과 함께 뮤지컬을 기획하신 의도가 궁금한데요? A. 2년 전부터 연극치료를 우연히 접해 공부해오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하다 보면 책임감을 갖게 되고 또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으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뮤지컬을 하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뮤지컬을 한 아이들 중 실제로 극단에 배우나 스텝으로 취직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Q. 공연을 준비하면서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온 아이들도 있었지만, 누가 시켜서 온 아이들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의지가 약하던 아이들이, 뮤지컬을 통해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꿈이 생기고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Q. 마지막 공연을 하셨는데 계시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A. 많이 아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합니다. 저와 아이들은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만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보호관찰 청소년들과 함께 10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 공연한 아이들이 저에게는 세 번째 아이들인데요. 앞으로도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공연을 하고 10년 후에는 처음 만난 아이들과 공연을 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극을 하는 아이들이 보호관찰 청소년이라고 편견을 갖지 마시고, 편견 없이 단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후의 판단은 관객 여러분들의 몫이고요. |
<INTERVIEW> 김창민(가명) l뮤지컬 76번지 FAMILY 배우 - 은태 역
Q. 이번 뮤지컬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요?
A. 뮤지컬을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니까요.
Q. 이번에 맡은 역할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나요? A. 저는 말이 없는 은태역할을 맡았습니다. 은태는 속으로만 담아두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 아이에요. 그래서 남들 눈에는 싸가지가 없다고 비춰지죠. 그러나 마음 속에는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요.
Q. 뮤지컬 공연을 통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성취감도 많이 느꼈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또한 이제는 어른들이 우리를 보는 시각을 바꾸어주고 싶다고 느낀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점이죠.
Q.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는 기분이 어떠세요? A. 정말 아쉽고,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저희의 공연을 보았을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
어서 오세요. 76번지입니다.
약 한 시간 반 동안 펼쳐졌던 아이들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관객들을 울고 웃기는 아이들의 연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있었는데요.
뮤지컬을 보는 내내 보호 청소년들을 쳐다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이들을 더욱 좌절케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아이들을 향한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하는 눈빛이 아니라 아이들을 있는 그 자체로 인정하고 보아주는 것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을 진짜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을”에 초대합니다.
오실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어서 오세요. 76번지입니다!!”
취재 = 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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