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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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드라마 ‘빅’의 장마리가 지은 죄

법무부 블로그 2012. 7. 18. 17:00

 

요즘 드라마 ‘빅’의 공유 때문에 가슴 설레는 분들 많으시죠?^^ 드라마가 재미있게 전개되고 있기는 합니다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장면도 간간히 눈에 띄긴 했어요. 예를 들어, 극중에서 마리(수지)가 서윤재(공유)의 집에서 경준(신원호)의 침대를 발견하고 서윤재(공유) 소유의 집 창문을 의자로 박살낸 뒤 무단으로 침입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KBS 드라마 ‘빅’ 캡쳐

 

경준바라기인 마리가 드디어 윤재와 경준의 ‘영혼 체인지’에 대한 단서를 잡는 중요한 장면이라 별다른 문제 언급 없이 넘어갔지만 마리의 행동은 사실 타인 소유인 집의 일부를 부수고 밤에 무단 침입한 것으로 재물손괴죄와 야간주거침입죄가 같이 성립할 수 있답니다!

 

마리처럼 과격하게 집에 쳐들어가지 않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인 주거와 관련된 곳이기에, 실생활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범죄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어떻게 하면 주거침입죄가 되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볼까요?

 

 

내 영역에 침입하면 범죄가 되는 주거침입죄!

우리가 생활하고 사는 공간에 함부로 남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당 장소에 거주하는 사람의 동의가 없다면 당연히 이런 행위는 엄연한 범죄가 됩니다. 왜냐하면 주거는 사생활의 중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불가침성이 요구되는 곳이며, 그와 동시에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정말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형법은 이러한 생활 장소에 타인이 함부로 들어오게 될 경우 그러한 행위를 범죄로서 처벌하는 조항을 마련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정확히 어디에 들어가야 주거침입죄가 될까요? 주거침입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거’의 정의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형법 319조에는 그 대상을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주거’라고 정의한 곳 중 특이한 곳은 바로 선박과 항공기인데요. 수상, 항공 교통수단으로 사용되는 제조물인 선박과 항공기 역시 사람의 주거에 사용될 수 있는 정도는 될 만큼 크기가 크다면 주거침입죄의 대상으로 인정된다고 합니다.

 

 

 

 

신체 일부만 들어가도 주거침입이 될까?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주거라고 불리는 곳에 타인의 신체 일부만 들어가도 과연 주거침입이 될까요? 답은 ‘그렇다’입니다. 단, 그러한 행동이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를 경우에 한해서 유죄가 됩니다. 이에 관한 판례를 살펴볼까요?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행위자의 신체의 전부가 범행의 목적인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가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만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거주자가 누리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반드시 신체의 전부가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일부라도 타인의 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이하생략)

-대법원 1995.9.15. 선고 94도2561 판결

 

 

판례에서 말하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란 형법 319조가 정한 일정한 장소의 평온과 안전을 말합니다. 보통 형법은 각 조항마다 범죄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을 정해놓고 있는데,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바로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입니다. 바로 이것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주거침입죄 성립여부가 달라진다고 하니 주거의 평온을 해하려 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겠죠?

 

 

 

마리가 자기의 친구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마리의 행동은 주거침입에 해당합니다. 서윤재의 ‘주거의 평온’을 해쳤기 때문이죠! 일상생활에서도 잘못 들어간 공을 줍기 위해 남의 집 마당에 무단으로 들어가거나 외판을 하기 위한 열정으로 무심코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등 별 생각 없이 주거를 침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울타리도 없이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남의 집 앞마당에 발만 들여놔도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세상이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변한 세상에서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이니, 그 법을 따르는 것이 좋겠죠? 아차 하면 발생할 수 있는 주거침입죄! 우리 모두 주의하도록 합시다~!

 

 

 

 

글 = 안아연

이미지 = 알트이미지

캡쳐 = kbs, 드라마 ‘빅’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