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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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직접 말하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법무부 블로그 2012. 2. 5. 19:00

 

 

최근, 한 의류 브랜드의 겨울점퍼 ‘계급도’가 공개되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소위 ‘논다’라고 하는 학생에서부터 평범한 학생들까지,

즐겨 입는 점퍼 모델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만들어진 계급도.

언뜻 보면 10대들 사이의 웃고 지나칠 하나의 문화 같지만,

실제 이러한 ‘계급차이’가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사진출처 : 한강타임즈

 

 

지난해 12월, 부산 A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 모 군과 친구 4명이

치과 앞을 지나가던 중학생 김 모 군을 인근 골목으로 끌고가

빈병으로 위협하며 주먹과 발로 사정없이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유는 단지 김 군이 입고 있던

시가 33만원 상당의 노스페이스 점퍼를 빼앗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박 군과 가해학생들은 길가던 중학생 4명에게서

시가 121만원 상당의 점퍼 4개를 빼앗았는데요,

 

자켓 하나 때문에 친구를 폭행하다니..

사실 우리 어른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사실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10대들 사이에선 이러한 학교폭력이

아주 공공연히, 죄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인기 개그맨 최효종 씨 역시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이런 그릇된 ‘일진문화’를 꼬집으며

최근 학교 폭력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 KBS 개그콘서트 <사마귀 유치원> 중에서 (출처: 헤럴드경제)

 

“일진이 되는 법 어렵지 않아요~

다른 건 필요 없고 두꺼운 점퍼만 있으면 되요!

점퍼가 두껍고 클수록 학교 내 영향력도 커지기 마련이죠.

비싼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학교에서 가장 조용하고 친구가 없는 애를 찾아서

‘벗어’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되니까요~!”

 

   

어른들은 뉴스나 이렇게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접하게 되는 학교폭력.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에게 학교폭력은

더 이상 TV속의 일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어른들이 알기 어려운 학교폭력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과의 대화>가 개최됐습니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들과의 대화’는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전화 또는 인터넷 신청을 한

서울 시내 14개 중고등학교 재학생 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학생회 간부와 일진 경력을 지닌 학생, 학교폭력 피해자 등

다양한 학생들이 모였는데요,

청소년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범죄예방과 교육을 맡는 형사7부의 부장검사 등 검사 6명과 검찰수사관 3명,

범죄예방위원협의회 운영실장, 청소년희망재단 사무총장 등이 함께 자리한

이날 학생들과의 대화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이 넘도록 계속 진행이 됐답니다.

 

자, 학생들이 생각한 학교폭력은 어떠한지 한 번 들어볼까요?

 

 

 

 

“개인적으로 따돌림을 오랫동안 받았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보복이 무서워 알리지 못했지만,

중학생 때부터 저항하기 시작했는데요,

‘폭행은 안된다’며 열성적으로 지도해주신 선생님들의 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은 더욱 심각합니다.

피해학생들이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피해의 기억은 평생 가기 때문에 정신적인 심리치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경복고 J 군-

 

“학교에서는 영어, 수학 등 교과목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성교육은 정말로 형식적인 동영상 강의와 초청강의가 주를 이루는데...

정말 진부하고 재미도 없고 와 닿지도 않습니다.”

- 혜화여고 J 양 -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차이는 힘의 차이가 아니라

배후조직의 힘인 것 같아요.

일진회는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포털사이트에 ‘잘나가는 법’, ‘인기가 많아지는 법’을 치면

일진이 연관검색어로 나옵니다.

일진회는 학교에서 인간관계 피라미드의 가장 정점에 위치할 정도로,

현재 구조에서는 교사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방관자가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방관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방관자 측이 가해자를 겁내지 않고 피해자 편에서 목소리 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 종암중 Y 양 -

 

“남학생들이 실내화에 핸드폰을 장착해서 여학생 치마속을 촬영했는데,

피해자학생이 매우 수치스러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은 사회봉사 15일과 반성문을 작성 외

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반성문 역시 형식적으로 베껴내는 것을 보고 한 여학생이

“남자애들을 죽이고 소년원에 가고싶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요,

오히려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데 치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강남중 K 양 -

 

 

 

학생들은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면서

“교권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피해자가 신고시 보복이 두렵고 교사의 무관심,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처벌로 인해 피해자의 신고가 어렵다고 했는데요,

또한 현재 시행중인 학교보안관은 주로 노년층으로

권위가 없어 학교폭력 방지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서는 효과적인 멘토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상담소, 피해자지원센터 등과 연계하여 피해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으며

그에 맞는 대처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중앙지검 최순호 검사님을

저희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 서울중앙지검 최순호 검사를 만나다!

 

 

 

▲ 블로그 기자와 인터뷰 중인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최순호 검사

 

  

 

Q. 소년사범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A. 기본적으로 소년사범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보다는 재범방지를 위한 보호처분을 우선시합니다. 검찰에서는 2007년 개정된 소년법에서 반영된 조건부기소유예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소년법원에서는 소년법에 규정된 10가지의 소년보호처분을 통해 범죄소년을 교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에서는 범죄소년의 특성과 가정환경 등에 따라 재범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의 부담을 다양화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중학교 1학년부터 학교폭력이 심해진다고 들었습니다. 형사 미성년자 나이가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4세 인데, 이를 낮추는 것이 학교폭력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A.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최근 정보화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소년들의 의식수준이 성장하고, 소년범죄는 저연령화․ 흉포화 되어 가고 있음에도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은 종전과 같은 만 14세 미만이거든요. 중학교 뿐만아니라 초등학교에서의 학교폭력도 심각하고, 최근 형사미성년자의 성폭력범죄 등 강력범죄도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가해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자신들이 처벌받을 거라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재범 가능성이 높은 학교폭력 사건에서는 단순한 보호처분을 넘어서서, 어느 정도의 중한 형사처벌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Q. 현행 학교 지킴이 제도가 있지만, 주로 노년층 분들이라서 아이들에게 권위가 없다고 하는데, 대학생 멘토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나요?

A. 대학생 멘토 제도는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학교 지킴이 분들이 노령층이 대부분이라서, 아이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요. 아이들은 일대일 선도를 필요로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 기존의 범죄예방협의회 같은 경우도, 선도위원 분들이 아이들 지도를 하셨지만, 본인들의 생업과 병행하고 있어 지도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대학생 멘토제가 굉장히 효율적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지난 학생들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이 자기 학교에서는 같은 학교 친구들끼리 그룹 멘토링을 하였는데, 이 제도가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또래 멘토링’ 제도 역시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Q. 미국의 학교폭력 관련 법률의 경우, 학교별로 제3자인 학생이 익명으로 신고 가능한 ‘핫라인’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3자인 학생이 신고할 만한 방법이 딱히 없는 것이 실정인데요. 이러한 ‘핫라인’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현재 법적으로 제3자인 학생이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누구나 신고가 가능하지만, 학생들이 그러지 않는 것은 법의식이 부족하고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의식 전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홍보가 뒷받침 되어야겠죠. 단순히 핫라인 자체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안되구요, 그 보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주변의 ‘관심’과 ‘홍보’겠죠.

 

 

Q. 실제로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A. 제가 담당했던 학교폭력 사건의 5명의 가해자학생 중 일부가 곧 구속기소됩니다. 자신을 걸레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오피스텔에 감금해 머리를 자르고 담배빵과 성추행을 한 사건인데요. 이 사건의 가해학생들은 출석일수가 미달돼 중학교를 중퇴한 친구들입니다. 결손가정과 이혼가정에서 자라나 가족과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안타까운 친구들인데요. 가해자들의 진심을 모르겠습니다. 조사받을 때는 처벌받는 게 두려워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뉘우치는 친구들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간혹 “범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것 뿐인데 무슨 잘못이냐”,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죠.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구의 얼굴만 내놓고 몸을 땅에 묻은 사건도 있었어요. 아이들의 심리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학교폭력과 관련해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A. 예전과 비교해 선생님의 교권이 많이 무너진 것 같습니다. 우리 때는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었는데.. 이렇게 존경하고 무서워해야할 선생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학생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컨트롤 할수 있도록 교권확립이 우선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서만 들어왔던 학교폭력.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검사님께 듣는 학교폭력의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실제 가해 학생이 촬영한 학교폭력 동영상을 봤는데요,

중학생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매우 심각했답니다.

 

피해자인 친구들이 신체적, 정신적인 상처를 회복하기 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린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검사님들과 같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위해

열심히 뛰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에,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함께 노력해야 할 학교폭력 근절과 예방!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들이 웃으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 = 이지영,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