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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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사채업자라고요? 무슨 소리, 법의 종결자입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1. 8. 10. 08:00

 

부전이굴(不戰而屈).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갑자기 왜 문자까지 써 가면서 분위기를 잡느냐고요? 최근 우리 제주지방검찰청 재산형집행계에서 시효가 임박했음에도 벌금을 납부하지 않은 수배자와 ‘싸우지 않고’ 벌금을 내게 한 사례가 있기에 자랑을 좀 해 본 것이지요.^^ 서두가 길면 재미가 없으니, 거두절미하고 그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보실까요?^^

 

 

꼭꼭 숨었는데, 머리카락 안보일 줄 알았지!?

 

 

김칠성(1966년생. 가명)은 제주지법에서 청소년보호법위반으로 2005년 8월, 벌금 50만원을 확정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7월, 10만원을 일부 납부하여 2011년 7월 15일까지로 그 시효가 연장되었지요. 하지만 시효 기간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왔음에도 벌금을 납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청 재산형집행계에서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그의 신상을 조회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인터넷전화, 고용보험, 국민연금, 부동산, 차적 조회는 물론이고 가요주점에서 일한다고 추정되어 두 번(2월, 7월)이나 보건증 발급여부를 조회했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이 유일했는데, 여기서도 확인된 휴대전화번호는 결번이었고, 번지수까지만 있는 주소는 방이 40여개인 원룸 건물이었습니다. 제주도 원룸의 특성상 신구간(1~2월)을 기준으로 1년 단위 계약을 주로 하는데, 작년 11월 이 곳에 살고 있었으면 금년 1~2월이었으면 이사를 갔을 공산이 컸습니다.

 

40가구!! 생각하면 아찔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한 집 한 집 돌아다니며 집주인을 찾아 나섰고, 집 안에 거주하고 있던 어느 세입자를 통해 집주인이 원룸 5층에 산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올라가 보니, 다행히 주인은 집에서 태양을 피하는 중이었습니다.

 

 

 

친절한 집주인은 땀에 잔뜩 쩔어있는(?) 방문객에게 친절히도 그의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결번이었던 휴대번호는 가운데 한 자리가 잘못됐고, 김칠성은 올 1월 집이 좁다며 어딘지 모르는 근처의 빌라로 이사를 갔다고 했습니다.

 

 

  전화번호와 빌라. 주인에게 들은 정보는 아주 미미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하고 새로 얻어낸 휴대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 대박이 터지길 기원하며 원고를 마감하는 작가의 심정으로 시간을 들여 정성껏 한 줄 한줄 써내려 갔지요.

 

〚김칠성님, 벌금 미납으로 검거반에서 추적중입니다. 연락 바랍니다. 연락이 없으면 불시에 님이 거주하는 빌라나 주점에 임하여 검거토록 할 예정입니다. 제주지검 집행과〛

 

5분 후에 벨이 울렸습니다.

 

“김칠성인데요. 사우나 하고 있어서 몰랐어요. 사우나 안에서는 전화를 볼 수 없잖아요? 그렇죠? 벌금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보냈죠!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바로 보낼게요.”

 

수화기를 타고 오는 김칠성의 다급한 목소리. 꼭꼭 숨으면 모를 줄 알았던 걸까요...? 결국, 우리가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금이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벌금 안내고도 심하게 도도했던 그 아가씨

이번에도 벌금 납부 시효가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번 대상자는 이수영(1982년생, 가명)씨. 수원지법에서 폭행으로 2008년에 벌금 50만원이 확정되었는데, 7월 초가 되었음에도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정의의 검거반이 출동해야 했습니다. 두둥~!!

 

일단 휴대전화 가입여부 조회에서 두 개의 번호가 나왔지만 둘 다 계속해서 통화가 안 되었습니다. 꺼져 있거나 연결이 안 되는 것이었지요. 문자를 부지런히 보내도 답장이 없었습니다. 요금 청구지는 경기 안양과 서울 강서구였고, 주민조회 결과 2011년 5월에 제주에서 서울 강남으로 전입신고가 되어 있었습니다. 흠... 그렇다고 벌금 50만원 집행하려고 서울까지 갈 수는 없는 노릇! 시효만기가 이틀 전이라 촉탁을 보낼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으로 알아보니 서울〇〇의원에서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고, 전혀 다른 번호가 조회되기에 다짜고짜 전화를 먼저 했습니다.

  

 

 

 

“이수영씨죠? 벌금 미납으로 제주지검 검거반에서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머, 왜요? 저는 벌금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제가 아는 분이 경찰 계통인데 알아보고 전화 드리죠.”

“아니, 저기 그 쪽 계통보다 제가 더 잘 아는데……”

 

딸각. 도도한 이수영씨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거절당한 것도 아닌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 다시 전화를 거는 것은 더욱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수영님. 발금 50만원 미납으로 검거반에서 추적중. 연락바람. 제주지검 집행과.〛

 

저도 좀 삐쳤었나 봅니다. 짧고 간단하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도 화 낼 줄 아는 사람이거든요.

문자를 보낸 후에는 약간의 인내심과 끈기 그리고 기다림이 있어야 합니다. 1시간 정도 지난 뒤, 수화기 너머로 사라졌던 이수영씨가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바로 낼게요.”

 

거두절미하고 계좌번호를 묻는, 최악의 순간에서도 자존심을 잃지 않는 올곧은 여성이었습니다. 좀 늦긴 했지만, 뭐, ‘그쪽 계통’에게서 자세히 알아보느라 늦었나 봅니다. 결국 이수영씨는 계좌번호로 벌금을 쿨하게 쏴(?) 주었습니다.

 

 

 

사채업자 같다고요? 무슨 소리~, 우리는 법의 종결자! 

 

 

벌금을 내지 않고 어딘가에 숨어있는 미납자들을 찾아나서는 일이 사실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닙니다. 상황을 잘 모르는 누구에게는 돈 받으러 다니는 사채업자들처럼 보일 수도 있지요. 그렇다고 벌금을 내지 않고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잡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고 할지라도 벌금을 내지 않는 사람을 그냥 두면, 법의 공정성이나 법의 엄정함에 치명적인 오점이 남기 때문이지요.

 

전국에서 집행율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재산형집행계 수사관들은 법의 종결자입니다. 가끔은 사채업자처럼 보여서 억울할지라도, 많은 분들이 법의 종결을 위해 내 한 몸 희생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신다면 강풍이 몰아쳐도, 태풍에 날아가도, 눈길에 미끄러져도 불끈! 힘이 날 것 같습니다.^^

 

글 = 제주지방검찰청 집행과 정호정 수사관

이미지 = 알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