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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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공정한 학생회장선거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법무부 블로그 2011. 8. 5. 17:00

 

올해 초, 학교 회장선거에 출마하면서 저는 엄마가 학교 다닐 때 학생회장 선거는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연설 준비와 계속되는 선거 운동에 지쳐서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을까 문득 궁금했던 거지요.

 

“엄마 때 회장선거는 어땠어요?”

“엄마 때는 그냥 공부 잘하는 애가 회장 했어.”

“정말?”

“응, 얌전하고 붙임성 없는 애라도 일단 똑똑하면 당선될 확률이 컸어. 지금 너희처럼 연설을 잘한다거나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도 없었고. 사실 그래서 선거가 더 깨끗하고 순수했지.”

 

엄마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피켓을 만들고 자신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고, 당선된 아이가 고맙다는 의미에서 빵이나 우유를 돌리는 일 정도만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학생회장선거는 남들보다 눈에 더 잘 띄기 위해 팝아트 업체에 피켓을 맡겨서 제작을 하기도 하고, 특별 제작된 커다란 풍선을 들고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과연 이것들이 학생회장 선거의 올바른 모습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거, 깨끗하게 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한 학교의 어린이회장선거 모습. 본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출처클릭)

 

 

선거란 많은 사람들 중 적합한 사람을 뽑아내는 수단, 또는 그 과정을 가리킵니다. 전교 학생회장 선거는 학교의 학생 대표이자 전교 학생회의 의장을 선출하는 것을 말하지요.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이 학교 내에서 매우 중요하고 책임이 큰 위치인 만큼,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적합한 사람이 당선되어야 합니다. 모든 학생의 목소리를 대신해야 하는 사람이 편법을 쓰거나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올바른 목소리를 듣고 바른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회장 선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학창시절에 선거를 통해 어른이 되었을 때 나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연습합니다. 따라서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학생회장선거가 깨끗하지 않고, 정정당당하지 않다면 사회에서 치러야 할 선거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생회장 선거, 부모님 간섭은 사양할게요!

어른들이 하는 일반 선거에도 선거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학생선거의 경우, 친구들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구들끼리 하는 선거에 어른들이 간섭을 하기 시작하면 선거운동은 당연히 과열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의 후보는 학생인데도 정작 모든 준비를 하며 열심히 뛰어다니는 건 엄마인 경우가 많으며, 연설문을 봐주겠다고 해 준 아빠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설문을 다 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개입으로 회장이 된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선거운동은 부모님이 열심히 해 주었어도, 진짜 회장이라는 직책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학교와 학생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헤쳐 나가는 연습은 회장이 되어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선거운동을 준비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개입으로 선거운동 때에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던 친구가 막상 회장이 되면 제대로 실력발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회장선거 운동에 부모님이 간섭을 하면, 돈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른들이 하는 선거도 불법선거자금을 대거나 마을 사람들에게 남몰래 돈을 지급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학생 선거운동에서 그런 식으로 돈을 전달하지는 않지만, 남들보다 멋진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돈을 들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돈이 없는 후보는 움츠러들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쓰는 선거가 과열되면 결국에는 모두 다 똑같이 돈만 허비하고 공정한 선거 분위기만 흐리게 될 지도 모릅니다. 또한, 정말 우수하고 회장직을 잘 맡을 수 있는 친구인데, 집안에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선거에 출마할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금전선거를 이용하여 회장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면 결국에는 돈이 많으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그릇된 의식이 조성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설치하면 어떨까?

 

과열되는 선거경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학생들 자신입니다. 서로 회장이 되겠다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너무 과열되어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거를 할 학생들도 후보자들에게 믿음을 잃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후보들 사이에서 선거의 진행 방향을 정해 주고, 선거를 감시하며, 설령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재를 해 줄 수 있는 기관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몇 분과 학생회의 임원들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보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피켓의 수량이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선거운동을 자제하기 위한 공문을 보내고, 외부업체를 이용한 피켓이나 선거물품도 자제하도록 하는 것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있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후보자들의 모습을 볼 때 학생들도 보다 많은 믿음과 신뢰로 학생회장을 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학기 선거운동, 보다 공평하고 정정당당하길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또 다시 선거운동이 시작될 것입니다. 선거운동에서 최종 탈락한 후보자가 ‘나는 돈이 없어서 탈락했어. 이번에는 돈을 많이 들여서 보다 화려한 선거운동을 해야겠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돈을 쓰지 않는 선거, 공평하고 정정당당한 선거가 각 학교에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선출된 회장을 시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공정한 분위기의 학생선거가 정착된다면, 지금 어른들이 하는 말 많고 탈 많은 선거도 세대교체가 될 때에는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로 변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미지 = 알트이미지

학생회장선거 자료사진 = 연합뉴스 2011. 7. 14일자

글 = 박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