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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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애를 왕따로 만들어버린 이유는…

법무부 블로그 2011. 6. 2. 17:00

 

“어제 나가수 봤어?”

“응! 다들 완전 노래 잘하더라!”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여학생 무리가 보입니다.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손뼉까지 마주쳐가며 하하 웃습니다. 그 가수가 1위할 줄 알았다는 둥, 어떤 가수는 평소 실력보다 못했다는 둥, 모두가 청중평가단이 되어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나도 봤는데…그거.”

멀리서 한 학생이 여학생 무리로 다가오며 말합니다. 방금 전까지 화사한 웃음을 달고 토론을 벌이던 여학생들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이따 얘기하자며 각자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친구들에게 다가오던 학생은 구석에 있는 책상으로 되돌아가 혼자 앉습니다. 그리고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학생은 ‘왕따’입니다.

 

 

친구들간의 ‘집단 따돌림’, ‘집단 소외’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초. 중. 고교에서 주로 일어나는 일명 “왕따” 현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결국 학교를 옮긴 학생,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친구 없는 삶이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의 경우까지, 소설책이나 TV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왕따 문제! 과연 어떻게 해야 왕따현상을 없앨 수 있을까요?

 

 

‘왕따’현상을 다룬 인터넷 기사들 ⓒ 네이버 기사 캡쳐

 

 

‘왕따’란, ‘왕 따돌림’의 준말로 둘 이상의 학생에게서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따돌림을 받는 학생을 말합니다. 이 때 괴롭히고 따돌리는 것의 종류에는 지나가면서 괜히 눈을 흘기는 것에서부터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해당 학생의 존재감 자체를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이런 대우를 받는 학생이 외로움이나 괴로움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그것이 바로 ‘왕따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왕따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전따’ 는 전교에서 왕따라는 뜻이고, ‘은따’ 는 은근히 당하는 왕따, ‘개따’ 는 개도 따돌린다는 뜻입니다. ‘찐따’는 ‘찌질이(칠칠치 못한 행실, 어눌한 말투 등으로 모자라 보이는 아이를 욕하는 말)’ 와 왕따의 합성어로서 쓰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전따’든 ‘은따’든 왕따 현상은 그 피해가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로 간에 사이가 틀어져서 서로를 괴롭히고, 서로를 따돌리고, 서로를 무시하는 행위는 왕따라고 보기 힘듭니다.

 

쉬운 예로, 2009년 T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집단 왕따 현상을 들 수 있는데요. 학교에서 ‘권력’을 대표하는 꽃미남 4인방 F4가 소시민의 대표격인 금잔디(구혜선 분)의 사물함에 레드카드를 붙이고 공식적으로 금잔디를 ‘전따’로 선언해 버립니다. 아무 잘못 없이 전교생의 따돌림을 받게 된 금잔디는 왕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입니다. 결국엔 금잔디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F4의 리더 구준표(이민호 분)에 의해 왕따 신세를 모면하게 되긴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왕따를 주도한 학생과 왕따를 당한 학생이 사랑에 빠질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꽃보다 남자 ⓒ 2009, kbs 공식 홈페이지

 

 

물론, 이 드라마의 주 이야기는 왕따 이야기가 아닌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였지만, 집단 왕따를 당하는 금잔디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했기에 집단에 의한 개인의 따돌림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알게 해 주는 무서운(?)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요즘엔 전국의 거의 모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한 학급마다 한 두 명의 왕따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와 집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방법으로 마음에 안 드는 친구를 따돌리거나, 앞서 소개한 드라마의 'F4'처럼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한 학생을 타깃으로 정해 왕따현상을 주도하곤 하는데요. 왕따를 주도하는 친구는 다른 친구를 위에서 누르고 밟으면서 우월감과 재미를 느끼는 반면, 한 번 왕따의 표적이 된 친구는 그 상처가 깊어 대부분의 경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상담을 진행해 온 상담 선생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NTERVIEW | 가영휴 (대원국제중학교 상담 선생님)

Q. 선생님께서는 소외당하는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보살펴 주셨을 텐데요. 선생님께서 관찰하신 왕따의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유형은 어떤지 말씀해주세요.

 

A.일단 가장 많은 경우는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학생이죠. 또래 친구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친구들이요. 또래의 유행에 뒤쳐지거나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장애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들, 즉 어린 시절부터 방치되거나 안 좋은 대우를 받았던 아이들에게서 나타나죠. 자기도 모르게 위축감이 들고, 원치 않게 대인 기피증이 생겨 친구들과 말을 잘 못 섞어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다가가기 힘들다고 느끼게 되고,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이죠.

 

지저분한 학생들도 왕따를 많이 당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중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복을 여러 벌 사거나 자주 세탁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거죠. 또 그런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요. 이런 친구들에게는 자기 옷을 직접 세탁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목욕탕에 가기를 권유했었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안타까웠습니다.

 

잘난 척을 잘하는 아이들도 소외 대상이었어요. 이런 학생들은 처음에는 아이들을 많이 끌어 모으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게 되죠.

 

Q. 그렇다면 학생들이 왕따 현상을 당하면 어떤 징후가 나타나나요?

A. 소외당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조용히 지내는 것 같이 보이지만 속은 지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혼자 지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는 듯해도 더 깊이 내려가 보면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하지만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두려워 조금의 의사표현도 하기 힘들어 하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평소보다 몇 배로 커져 있고, 때문에 왜곡된 상태로 사람들을 이해하게 돼요. 두통과 신경적인 병이 오는 것은 당연하고요.

 

Q.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왕따 당사자, 주변의 친구들, 또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이 가질 자세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A. 학생들 사이의 소외 현상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상당히 힘든 문제예요. 그래서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정성, 투자가 필요합니다. 왕따가 된 친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려고 노력하는 친구들도, 동등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도움 주기가 사실상 매우 힘들거든요. 그래서 왕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자기가 이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없으면, 타인의 도움도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어른들이 개입할 선에 대해서는 저도 오랫동안 고민해왔는데, 너무 개입이 심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더라고요.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 학생에게는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되, 왕따를 주도하는 것 같은 학생에게는 자신과 다른 친구를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나 마음가짐을 길러주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듯합니다. 자신의 과시욕을 왕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요.

 

 

특정 학생을 왕따로 만들어버리는 학생들은 ‘지저분한 게 싫어서’, ‘말이 안통해서’ 등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나쁜 행동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작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 역시 자기가 왜 왕따를 당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왕따를 주도하는 학생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특정 학생의 행동이나 말투, 차림새가 마음에 들지 않아 ‘왕따’를 만들어버리기 이전에 그 학생에게 “너의 어떤 점 때문에 친구들이 불편하니까 모두를 위해 신경을 써 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말입니다. 아마도 자신 있게 그런 말을 해 본적이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와 다른 소수라고 하여 왕따를 당하는 것이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하여 상처를 받아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면 안 되고,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을 헤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당하는 왕따는 중, 고등학생 시절의 왕따로 이어지며, 학생 시절에 당하는 왕따는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어린 시절 장난으로 시작한 ‘왕따’놀이가 한 친구의 미래와 인생까지도 좌지우지 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면, 쉽게 누군가를 ‘왕따’로 만들어버리는 섣부른 행동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왕따 현상에 대한 어른들의 접근은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은 왕따 현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무엇보다 서로를 아끼고 ‘나와 다름’을 존중해주는 마음을 학생들은 가져야 할 것입니다. 왕따는 한 사람이지만, 왕따 현상을 해결하고, 왕따라는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인지해야겠습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 KBS 홈페이지

이미지 = 이미지클릭-알트이미지

글 = 박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