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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화재로 타버린 내 마음! 국가배상 청구할까?

법무부 블로그 2011. 5. 30. 17:00

 

숭례문 화재로 타버린 내 마음, 국가가 책임져!

 

 

 

▲출처 : 2011. 2. 10. ytn (영상보기클릭)

 

 

2008년, 국보 제1호 숭례문 방화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그 당시 숭례문이 화마(火魔)에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가슴도 새까맣게 타 들어갔는데요. 숭례문이 타버린 직후, 어떤 국민은 “어리석은 우리의 무분별과 무책임이 ‘어머니 같은 숭례문’을 무너뜨렸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눈물을 흘리며 석고대죄를 하기도 했습니다. 벌겋게 타들어가는 숭례문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그만큼 안타깝고 속상했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숭례문 화재를 보면서 너무나 가슴아파하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요. 그는 숭례문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 세상을 살아갈 기운조차 없어져 버렸으며, 평소 정부의 문화재 관리가 소홀하여 방화범에 의해 어처구니 없이 화재가 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너무도 화가 난 그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고 하는데요.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문화재청이 문화재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국가의 문화재 관리 소홀로 국민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니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 것 같기도 하고, 또 다시 생각해 보면 속상해 하는 사람이 한 두 명도 아닌데 국가가 대신 손해배상을 해 주기는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참 아리송한 문제인데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짚어보며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작위’란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부작위’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것(action ×)’을 말합니다. 만약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소홀히 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위법’을 저지르게 된 것이고, 반대로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없다면 미리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문화재청을 비난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금 가장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은 문화재청이 문화재를 반드시 보호할 의무가 있느냐를 따져보는 것이겠지요?

 

문화재보호법

제14조(화재 및 재난방지 등) ① 문화재청장이나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화재 및 재난방지, 도난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제14조에 따르면 ‘문화재청이나 시·도지사는 지정문화재의 화재 및 재난방지, 도난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조문에서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다.’라고 한다면 굳이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는(재량행위) 뜻이 되지만, ‘시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니 꼭 해야 한다(기속행위)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법조문을 보니, 문화재청 뿐 아니라 서울시에도 관리를 소홀한 과오가 있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문화재청과 서울시에서도 이렇다 할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해당 법조문이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느냐의 문제

문화재청의 과오가 인정되었으니, 이제 국가배상을 청구할 준비를 하면 되는 걸까요?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법조문의 사익보호성’ 여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지요. 법조문의 사익보호성이란, 한마디로 법조문이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문화재보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문화재를 보존하여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문화재보호법의 목적은 ‘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통해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하고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입니다. 즉, ‘개인’이 아니라 ‘국민’ 이라는 공익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문화재보호법이 문화재를 보호함으로서 발생하는 ‘문화적 향상과 인류문화 발전’이라는 이익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이 되는 것이며, 반대로 문화재청이 의무를 다하지 못해 숭례문이 전소되는 사고 때문에 어떤 개인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국가에서 그 개인을 위해 손해배상을 해 줄 의무는 없습니다. 일정한 규율을 행하였을 때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효과에 대해서는 그것이 이익이든 불이익이든 법적으로 주장될 수 없으며, 재판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숭례문의 성공적 복원으로 위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배상

정리하자면, 개인이 숭례문 화재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해도 국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며, 그 이유는 문화재보호법 자체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숭례문 화재사건에 대해 개인이 국가에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국민이 몇 십 만 또는 몇 백만 명이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국가는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 할까요? 정말 상상할 수도 없겠지요?

 

 

숭례문 화재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3년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아프지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은 개인에 대한 배상보다는 숭례문의 성공적인 복원으로 숭례문이 갖고 있던 기존의 위상을 되찾는 것이겠지요.

 

2011년 현재, 문화재청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숭례문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되는 뉴스를 보니, 전통단청의 맥이 끊겨서 숭례문 채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이 난관을 잘 헤쳐 나아가 또 다른 역사를 품은 새로운 숭례문을 다시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글 = 정승호 기자

숭례문 화재 = 2011. 2. 10. yt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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