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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좋아 한옥에 세 들어 사는 독일 할아버지!

법무부 블로그 2011. 1. 3. 08:00

 

 

전남 담양군 창평군에 있는 오래된 한옥에서 세 들어(?) 살고 있는 독일인 베르너 삿세(69) 씨. 남들은 강남 아파트에 살지 못 해 안달인데, 왜 머나먼 한국까지 와서 낡은 한옥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요?

 

독일인 최초의 한국 학자이자 한국과의 인연이 벌써 35년이 넘는 베르너 삿세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한국 그리고 한옥에 빠져 산 반평생

 

 

사라져가는 옛 돌담의 원형을 복원하고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켜가고 있는 담양군 창평군의 고씨 집성촌. 고즈넉한 적막 사이로 흘러 퍼지는 새소리만이 낯선 방문객을 반겨주는 이곳에는 한국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이런 한국적 정사가 좋아 베르너 삿세 씨는 몇 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삿세 씨가 한옥생활을 고집하는 것은 이방인의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한옥의 이로움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와 한옥과의 인연은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던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966년 나주의 한 비료공장 기술고문으로 와있던 장인이 한국의 발전을 위해 설립한 기술고등학교의 운영을 위해 그를 초청하면서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부엌과 화장실만 현대식으로 개조한 한옥에서 살게 되면서 한옥만이 가진 생태 주거지로써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후 독일로 건너가 한국학을 전공했고, 보쿰대 한국학과 부교수와 함부르크대 한국학 교수, 유럽한국학협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연구자료 수집과 학문적 교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때면 자연스레 한옥에서 생활했습니다. 답답한 시멘트 박스 속에 들어가기 싫어서라는 이유와 함께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한옥사랑이 유달리 강한 삿세 씨는 삿세 씨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한옥의 구조와 역사 등을 알려주며 대화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한옥 사랑을 넘어서 한국 예술 창조까지..!

 

 

 

삿세씨가 설명하는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딘가에서 퍼져 나오는 은은한 묵향을 맡게 됩니다. 그 향기를 따라 서재 옆 작은 방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채운 수묵화, 돌돌 말려진 한지, 질서정연하게 놓인 작은 종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묵만 들면 바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꾸며진 화실의 풍경에서 그의 부단한 예술혼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묵을 이용해 한국의 추상화된 자연을 표현하기 좋아합니다. 그리고 색이 아름다운 남도의 흙과 갯벌을 이용해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지요.”

 

수묵화를 가리키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그는 흙, 갯벌, 한지 등의 자연에서 가져온 재료를 이용해 한국의 자연을 표현합니다. 그의 이름을 한자식으로 표현한 것이자, 그의 낙관이기도 한 思世(사세)처럼 그는 그림 한 획마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 한국을 담고자 노력합니다.

 

그의 예술적 재능은 일찍이 10대 후반에 출중하게 들어났지만 예술인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표한 아버지의 반대로 꽃을 피울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틈틈이 취미로 그림을 그려오다, 함부르크대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2006년 한국으로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난 새로운 선과 색채를 구사했다는 평을 들으며 2007년 서초동 정우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에 이어 2009년 밀랍초 공예가 빈도림 씨와 함께 담양달뫼미술관 2인 전을 개최하는 등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처용가도 연구해 볼 참

 

 

베르너 삿세 씨에게는 뜻 깊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지난 2002년에 안정희 교수와 함께 번역한 ‘월인천강지곡’입니다. 월인천강지곡은 훈민정음으로 표기된 오래된 가사입니다. 평소 원문을 그대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과서라고 말하며 번역서만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 생각했던 삿세 씨였기 때문에 이번 번역 작업은 더욱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으로 살려 독일어판에 싣고자 꼬박 5년을 번역 작업에 매달렸지요. 그는 원문을 통한 한국학을 연구하면 할수록 한국인들의 정서와 그 삶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점점 더 깊은 한국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석좌교수로 제직하고 있는 베르너 삿세 씨.
앞으로도 연구하고 싶은 한국 문학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농사지을 때 하는 일을 적은 ‘농가월령가’의 수집과 조선조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의 작품을 독일과 영어로 번역하고 싶다고 합니다. 또 아내와 동침하던 역신을 물리친 노래인 처용가를 문학과 민속학적 측면에서 연구하고 싶다고 하는 군요. 그는 주위 어디에서든 연구할 과제들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손쉽게 자료를 구할 수 있다며 학자로서의 순수한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아마도 삿세 씨에게 2011년은 매우 바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20대 중반에 한국과 연을 맺은 이후 한평생을 한국어를 읽고 한국학을 가르치고 한국 문학을 연구해왔던 지라 노년의 삶이 자연스럽게 한국생활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삿세 씨. 이제야 비로소 꿈에 그리던 고향에 온 듯 포근함이 느껴진다는 삿세 씨에게서 자상한 동네 할아버지의 친근함이 전해옵니다.

 

 

 

 

 

 

 

 


이 글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출간하는 잡지인
‘공존’[19호]에 게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