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대한민국 법무부 공식 블로그입니다. 국민께 힘이되는 법무정책과 친근하고 유용한 생활 속 법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법블기 이야기/힘이되는 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명예훼손 될까?

법무부 블로그 2011. 1. 1. 19:00

 

 

 

영화 실미도, 홀리데이, 그놈목소리,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실제 인물 혹은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한’ 영화라는 점입니다. 실제 있었던 인물이나 사건이 영화화 되는 과정에서 각색을 통하여 기존의 사실이 왜곡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해당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사실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 되고 있고, “영화는 예술의 자유다!”라는 주장과 “영화 내용은 거짓이므로 명예훼손이다”라는 2가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예술의 자유는 헌법 제22조가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즉 국민의 권리입니다.

 

 헌법 제22조 (표현의 자유)

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②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하지만 창작을 하다보면 내용이 변형되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큰 흥행몰이를 했던 영화 ‘실미도’ 와 드라마 ‘서울 1945’의 경우도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로 실제 사건과 극적 픽션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684 북파부대 실미도 사건, "우리 아빠는 범죄자가 아니에요!”

 

 

영화 <실미도>는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 속 실미도 부대원들은 오래 전부터 전술 훈련을 받은 전문 군인이 아니라 사회적 낙오자들 중에서 31명을 차출된 것이었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바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실미도’에서 등장인물이 된 훈련병들을 살인범이나 사형수 또는 사회적 낙오자로 표현한 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훈련병들과 유족들이 해당 영화사를 명예를 훼손으로 손해배상 청구 한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손해배상 청구에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피고들이 훈련병들 전원에 대하여 살인범이나 사형수 또는 사회의 낙오자들로 표현한 것은 훈련병들인 망인들 또는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영화제작자가 참고한 실미도 사건에 관한 국회회의록, 언론보도, 고위공직자의 진술 등 공적인 자료에는 훈련병들의 신분에 관해 ‘공군 관리 하에 수용된 특수범 내지 죄수들’, ‘군특수범’, ‘사형수나 무기수로 극형에 처해져 복역하고 있던 죄수들’, ‘사형수 출신의 부대원들’, ‘범법자, 깡패들’이라고 되어 있었고, 이 사건 영화의 원작인 소설 ‘실미도’에도 ‘사형수나 무기수뿐만 아니라 뒷골목에서 곧바로 합류한 사람’, ‘모두가 사회의 암이고 쓰레기 인생들’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는 점, 영화제작자로서는 훈련병들인 망인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여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유족들의 진술을 쉽게 청취할 수도 없었고, 유족들로서도 이 사건 영화의 상영 이전에는 이 사건 망인들이 ○○부대 훈련병으로 모집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점, 역사적 사실의 각색이 어느 정도 용인될 수밖에 없는 상업영화에 있어서 영화 제작자에게 충분한 사실 확인 작업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 등과 탐구 또는 표현·창작의 자유를 근거로 영화 실미도 제작자들에게는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10.7.15. 선고 2007다3483 판결)

 

 

영리적 목적 하에 일반 대중을 관람층으로 예정하여 제작되는 상업영화의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영화제작진이 상업적 흥행이나 관객의 감동을 높이기 위하여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업영화를 접하는 일반 관객도 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극적 허구 사이의 긴장관계를 인식·유지하면서 영화를 관람할 것입니다.

 

 

게다가 실미도의 경우, 허무맹랑한 사실이 아닌 실미도 사건 자료에 ‘사형수나 무기수로 극형에 처해져 복역하고 있던 죄수들’, ‘사형수 출신의 부대원들’, ‘범법자, 깡패들’이라는 내용이 나와있었고 이에 대한 사실진위여부를 유족들에게 일일이 확인할 수없었다는 것을 감안하여 영화 실미도는 처벌을 받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드라마 서울1945, 이승만 명예훼손?

 

 

이런 명예훼손 사례는 드라마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방영된 드라마 ‘서울1945’에서는 이승만과 장택상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이승만과 장택상이 친일파처럼 묘사하는 것 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있었던 것이지요.

 

“이 사건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로는 이승만, 장택상, 여운형, 김구, 김일성, 박헌영 등이 있는데 총 71회분(1회당 50분)에 이르는 드라마의 전체 방영분 중 이승만, 장택상은 제29회분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하고, 실존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횟수도 중심인물들에 비하여 현저히 적다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중심인물들 간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배경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일 뿐… (중략)…

 

한편,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해서는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하면 위 장면만으로는 이승만과 장택상이 여운형 암살의 배후자이고, 정판사 사건도 이승만과 장택상이 친일파로서 자신들이 데리고 있는 친일경찰 박○○을 시켜 해결한 것 처럼 묘사하는 등 어떤 구체적인 허위사실의 적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 및 제1심이 그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형법 제308조의 사자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이하생략)”

(대법원 2010.4.29. 선고 2007도8411 판결)

 

역사드라마에서 그 소재가 된 역사적 인물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적시된 사실의 내용,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나 자료의 신빙성, 예술적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가치의 이익형량은 물론 역사드라마의 특성에 따르는 여러 사정과 드라마의 주된 제작목적, 드라마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인지 배경인지 여부, 실존인물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인물에 의한 허구적 이야기가 드라마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드라마상에서 실존인물과 가상인물이 결합된 구조와 방식, 묘사된 사실이 이야기 전개상 상당한 정도 허구로 승화되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실로 오해되지 않을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합니다.

 

역사드라마 ‘서울 1945’의 특정 장면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망인인 이승만 등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를 파기한 사례였습니다.

 

 

영상물의 흥행만큼 실존 인물에 대한 배려도 중요

 

실존 인물이나 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에서 생길만 한 명예훼손 사건을 알아보았는데요. 사실을 토대로 한 영상물은 명예훼손 여부 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가 이루어지지는 않는지 까지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영화 ‘그놈목소리’의 경우 1991년에 발생한 이형호군의 유괴살해사건을 모델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이 영화에서 실제 납치되었던 아이인 故이형호군의 양어머니가 ‘그놈목소리’ 제작사를 고소했습니다. 자신의 육성이 영화에 사용되어 명예훼손을 비롯하여 사생활까지 침해됐다며 ‘그놈목소리’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고 이형호군의 양어머니의 음성을 삭제, 변조하지 않고 DVD나 비디오를 제작․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었는데요.

 

실제 있었던 사건이 영화와 만난다면 보다 현실감이 있고, 보는 관객들도 보다 생생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쳐서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거나 실존 인물이 아직까지 살아있음에도 실제 육성을 사용하는 등 배려 없는 행동으로 인기몰이를 한다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입니다. 보다 사실성있는 영상물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 제작사 측에서 영화의 흥행에 쏟는 노력만큼 피해자가 될지도 모를 실존인물들에 대한 배려를 해준다면 보다 성숙한 영상문화가 정착되리라 생각됩니다.

 

 

글 = 이지영 기자

영상자료 = 네이버 영화검색, 드라마검색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