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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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중한 교도소 제자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10. 5. 11:00

2개월 전 걸려온 낯선 전화

 

 

 

“선생님, 10년 전 그곳에서 선생님께 용접을 배웠던 노○○라고 합니다. 저는 선생님께 용접을 배우고 출소하여 새롭게 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막일부터 시작해 지금은 D주식회사 현장팀장으로 있습니다. 아마 제 얼굴 보면 기억 하실 거예요.”

 

 

오랜만에 걸려온 낯선 전화에 다소 당황하기도 했지만,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자신을 설명하는 한 남자의 밝은 음성이 내 기분을 들뜨게 했습니다. 노○○라는 이름만으로 그를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배운 기능을 활용해 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해 졌지요. 그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희 회사는 철 구조물, 막 구조물 전문제작 회사인데 용접을 많이 하고 있고요. 이 분야에서 국내 2위정도의 기술력입니다. 다름 아니라, 현장인력의 용접 테크닉 향상을 위해 회사에서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선생님께 강의를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그의 말을 믿고 흔쾌히 강의를 수락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수형자 지업훈련에 몸담았던 28년 세월을 거치며 겪었던 온갖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지요.

 

 

매년 훈련생을 받으며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잘 가르쳐보겠다고 다짐하고 또 실망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오늘에 이르렀고, 사회로 복귀하는 훈련생을 취업시키려고 문래동, 안양, 반월공단 등을 찾아다니며 사정사정하여 겨우 취업을 시켜놓으면 신뢰를 허물어버리는 일들로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몇 번이었는지! 반면 취업하여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수료생의 전화를 받고 어린아이처럼 흥분하고 보람을 느끼며 힘과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 전화 후, 노팀장은 사흘이 멀다 하고 전화를 했고, 회사의 홍보물과 장문의 편지, 워크숍 안내문을 우편으로 보내왔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제자를 생각해서 좋은 강의가 될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특강 교재를 만들었습니다.

 

 

 

 

 

 

자신감 얻은 직업훈련생 충현이

 

산업설비과정 훈련생 충현(가명)이는 10월 가석방이 예정되어 있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직업훈련에 임하며 사회복귀 후 용접기능인으로 취업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저는 충현이에게 “출소 후 나와 함께 D사 현장에 가볼 의사가 있느냐.”고 물어보았고, 충현이 역시 “꼭 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노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충현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노팀장에게 기꺼이 와도 좋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충현이는 예정대로 출소를 했고, 저는 교도소가 아닌 자유로운 세상에서 충현이를 만나 버스를 타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며 D사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버스는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제가 노○○입니다. 선생님 참 예전 모습 그대로십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청주까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 현장 일이 너무 바빠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제자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얼굴을 보니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서로 두 손을 붙잡고 한참을 부둥켜안고는 정말 뜨거운 맘으로 서로를 맞이했습니다.

 

 

공장 사무실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현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설명을 들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용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용접장이’라는 생각에 속으로는 웃음이 났습니다. 현장에서는 5~6명의 직원이 놀이기구를 제작하며 스테인리스파이프 용접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구조물 제작현장에 나가 작업중이라고 했습니다.

 

 

 

 

 

노팀장이 직원들을 부르자 직원들이 너도나도 용접헬멧을 들고 모여들었습니다. 노팀장은 나에게 용접지도를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현재 제작된 제품의 용접부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한 뒤 용접조건 및 운동 방법 등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참에 충현이의 실력을 테스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충현이에게 시범을 보이도록 했습니다.

 

 

충현이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완벽에 가까운 시범을 보였습니다. 시범을 본 직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을 수정함으로써 용접품질이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수긍하는 눈치였지요. 또다른 소득은 시범을 통해 충현이가 자신의 기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사장과 노팀장을 비롯한 임직원과의 저녁시간은 온통 현장에서 발생하는 구조물 용접의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하여 밤늦게까지 그칠 줄 몰랐고 충현이 정도의 수준이면 당장이라도 취업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보람도 없다

 

다음날 일찌 잠에서 깨어 안개 자욱한 시골마을을 둘러본 뒤 노팀장과 충주호를 돌아 워크숍 장소인 단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본사 사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2시간의 걸친 강의와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회사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용접기술 지도를 해주었으면 하는 뜻을 밝혔고, 동시에 교정시설에서 좋은 기술을 연마한 출소자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나 역시 수형자 직업훈련에 혼신을 다해 기대할만한 기능인력으로 키워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머릿속은 온통 수형자 직업훈련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득했습니다.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는데, 충현이가 어머니와 통화를 하더니 대뜸 나를 바꿔줍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 충현이를 이렇게 보살펴 주셔서요. 선생님, 부디 제 아들의 손을 놓지 말아 주세요...”

 

 

지금까지 수형자직업훈련을 담당하면서 책임감에 대한 무거움을 느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충현이 어머니의 그 한말씀이 너무도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보람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충현이는 갓 사회에 복귀하면서 산업현장의 기능인들이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임으로써 현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후 외부 초빙강사의 눈에 띄어 특수용접 전문업체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범을 보고 충현이를 탐냈던 노팀장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젯 밤 충현이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열심히 살겠습니다.”

 

 

제 얼굴에도 어느 덧 미소가 번졌습니다.

‘기특한 나의 제자들!! 정말로 고맙다!!’

   

 

글 = 박종근 (현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직업훈련교사)

모든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발간하는 [월간 교정 Vol.394]에 실린 글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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