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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보다 더 무서운 ‘제한상영’

법무부 블로그 2010. 9. 9. 08:00

당신에게 위험할지도 모를 영화‘악마를 보았다 

 

개봉 전부터 유명했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대한 평이 나뉘고 있습니다. 영화가 잔인하기는 하지만 이병헌과 최민식이라는 두 배우가 배역을 굉장히 잘 소화해 냈다며 후한 점수를 주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굳이 하드코어적인 장면에만 너무 집중한 것 같다는 이유로 혹평을 하는 영화 팬들도 있지요.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홍해바다 갈리듯 갈리는 이유는 그만큼 이 영화가 인기가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처음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이 영화의 잔인한 장면은 굉장히 유명했는데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 제한상영이라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18세 이하 관람불가도 아니고, 제한상영이라니?! 왠지 ‘18금’보다 한수 위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요. 영등위의 제한 때문에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아마 더 많아진 듯합니다. 영화의 잔인한 부분을 수정하여 최종적으로 ‘청소년관람불가’로 한 단계 낮추어 상영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긴 했지만, 처음 영등위의 제한상영 조치가 영화 홍보 하나는 제대로 해준 것 같습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실제로 보니..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직접 들어가야 하듯이, 어떤 영화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로 수정되긴 했지만, 어디선가 ‘제한상영’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죠.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잔인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질끈 눈을 감거나, ‘하아~’ ‘안 돼’ 라는 탄식 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말로 사람을 찌르는 소리, 피가 흘러내리는 장면 등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생생한 소리와 함께 표현되었고, 이런 장면들은 웬만한 하드코어 스릴러물은 다 섭렵한 제가 보기에도 아주 끔찍했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본 사람들 중 일부는 ‘모방범죄에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영등위로부터 재심을 받는 과정에서 인육을 먹거나 개한테 던져주고, 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장면 등을 대폭 수정하기는 했지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어는 부분이 어떻게 잘려 나갔구나!’라는 것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어 영화의 잔인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모든 내용이 공개되었음에도 영화에 그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제한상영’ 등급이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한 단계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영상물 등급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제한상영’ 등급이고, 어떻게 해야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이 되며, 또 어떻게 해야 ‘전체 관람가’가 되는 걸까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과 세부적으로 정한 영화 및 비디오물 등급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영화의 등급을 정하게 되는데요.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다음의 제 5조 고려사항에 근거해서 등급을 매기게 됩니다. 선정성과 폭력성의 유무, 표현정도나 공포 유발정도를 비롯, 모방위험이 있는지 등을 심사하여 전체 상영가, 12세 및 15세 상영가, 청소년 관람불가, 제한상영가의 다섯 등급 중 하나도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고려사항) 등급을 분류함에 있어 다음 각 호의 세부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1. 주제 : 해당 연령층의 정서 및 가치관, 인격형성 등에 끼칠 영향 또는 그 이해 및 수용정도

2. 선정성 : 신체의 노출 정도 및 애무, 정사장면 등 성적 행위의 표현정도

3. 폭력성 : 고문, 혈투로 인한 신체손괴 및 억압, 고통표현, 굴욕, 성폭력 등의 표현정도

4. 대사 : 저속한 언어, 비속어 등의 빈도와 표현정도

5. 공포 : 긴장감 및 그 자극과 위협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유발정도

6. 약물 : 소재나 수단으로 다루어진 약물 등의 표현 정도

7. 모방위험 : 살인, 마약, 자살, 학교 내에서의 폭력 및 따돌림, 무기류 사용 등에 대한 모방심리 고무․자극

 

제6조(관람등급) 영화의 상영등급은 다음 각 호와 같이 분류한다.

1. 전체관람가 : 모든 연령에 해당하는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

2. 12세 이상 관람가 : 12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만, 당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가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 관람가)

3. 15세 이상 관람가 : 15세 이상의 자가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만, 당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연령에 도달하지 아니한 자가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하여 관람하는 경우 관람가)

4. 청소년 관람불가 : 청소년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

 

5. 제한상영가 : 선정성․폭력성․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마법으로 악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잔인한 살인이나 인물간의 수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한다면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잔인한 살인과 더불어 시체 훼손장면을 과도하게 표현하거나 국민 정서를 해할 정도의 장면이 나온다면 제한상영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해리포터에 나오는 베드신이나 시체 훼손 장면이라...!! 정말 상상하고 싶지도 않네요.^^;;

 

 

 

 

 

악마보다 더 무서운 제한상영

 

이번 ‘악마를 보았다’의 경우, 세 번의 수정을 거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게 되었는데요. 일부러 힘들게 찍어 놓은 영화 필름을 버려가면서까지 ‘제한상영’이 아닌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려고 애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영화 제작자 입장에서는 등급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영화가 제한 상영가 등급을 받게 될 경우, 그 영화는 제한 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제한 상영관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으므로 만약 제한상영 등급을 받는다면 제작사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지요.

 

영화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았을 경우에 그 영화는 추후에도 TV,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한 광고, 비디오 출시, 방송 및 방영이 금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는 어떻게 해서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기 위해 재심의를 신청하게 되게 되는 것입니다.

 

영등위는 영상물 심의를 하는데 있어서 재심의, 3차 심의도 불사할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영화 관계자들에게 ‘악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제한등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9조(등급분류기준) ①등급분류는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공포, 약물, 모방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의하여 등급을 결정하여야 한다.

 

4. 청소년 관람불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주제 : 청소년의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워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표현이 있는 것

나. 선정성 : 성적행위 및 노출 등이 구체적, 직접적,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나 성적 자극만을 추구하는 표현은 제한된 것

다. 폭력성 : 폭행, 살인 등 폭력장면 등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으나, 지식과 경험으로 허용되는 수준으로 표현된 것

라. 대사 : 자극적이고 혐오스러운 성적 표현과 정서적․인격적인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수준의 저속한 언어, 비속어, 욕설, 비방, 성적인 언어사용 등이 과도하게 사용된 것

마. 공포 : 위협, 유혈, 기괴한 장면, 음향효과 등 공포심을 유발하는 요소가 구체적,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심리적 충격을 줄 수 있는 것

바. 약물 : 불법약물과 약물 오용 등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

사. 모방위험 : 모방위험 요소 행위에 대한 기술습득, 이용방법 등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것

아. 그 밖에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과 관련한 묘사가 사회적 통념 및 지식과 경험으로 허용되는 수준이나 청소년의 사고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5. 제한관람가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주제 및 내용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여 국가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하거나 범죄 등 반사회적 행위를 조장하여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하는 것

나. 선정성, 폭력성, 근친상간, 청소년학대, 시간, 수간, 변태적인 성행위 등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표현으로 사회질서 및 미풍양속을 과도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것

다. 대사의 표현이 장애인 등 특정계층에 대해 지나치게 경멸적, 모욕적 용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과 가치를 현저하게 손상하는 것

라. 그 밖에 특정한 사상ㆍ종교ㆍ풍속 등에 관한 묘사의 반사회성 정도가 극히 심하여 예술적․문학적․교육적․과학적․사회적 가치 등이 현저히 훼손된다고 인정되는 것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분류를 함에 있어 국가의 정체성 및 국익, 미풍양속과 사회질서 등에 끼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제한상영과 창작의 자유, 어느 것이 먼저일까?

일부에서는 영등위의 심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영화도 엄연히 예술로서 창작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요.

 

헌법 제22조에서도 모든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데요. 제한상영 심사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과한 표현의 자유로 어떤 사람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면 그 ‘표현의 자유’는 과연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악마를 보았다’의 김지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상영불가 영상으로 편집했을 때 초밥에서 와사비를 빼버린 느낌이었다.”라고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 피와 살 같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스스로 삭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아픔과 서운함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함께 먹어야 하는 밥상에서 누군가가 그 와사비 때문에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면, 그 사람을 위해 과감히 와사비를 빼 주는 아량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 먹어주지 않으면 멋지게 차려준 밥상도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요.^^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제한 상영 등급을 받는 영화들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제작사와 영등위의 밀고 당기는 생산적인 고민이 더 좋은 영화를 서비스하는 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악마를 보았다 포스터 = 네이버 영화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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