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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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존엄사 논란’ 잊고 지낸 사이 얼마나 진행됐나?

법무부 블로그 2010. 8. 4. 08:00

 

 

작년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품위 있게 죽을 권리’, 이른바 ‘존엄사’(尊嚴死)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이라고 불린 이 판결로 전국에 ‘존엄사 시행’에 대한 거센 논란이 일었습니다.

 

 

다시 보는 김 할머니 사건

2008년 2월, 75세인 김 모 할머니가 병원에서 폐 조직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로 뇌에 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당시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고 인공호흡기만 떼면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 같았지요.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매일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인공호흡기를 떼어 달라고 병원 측에 간청했습니다. 환자 본인도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본인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생명 보호라는 의무를 저버릴 수 없다며 거부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는데요.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회복 가능성이 없고 환자 본인이 치료 중단을 원하면, 제한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죽음을 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처음으로 허용한 것이어서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이인복 현 대법관 후보자는 “사형 선고를 내릴 때보다 더 고민이 많았다. 나도 아버지가 병상에 계시는데 이런 판결을 했다고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하며 당시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존엄사, 그리고 유사한 안락사(安樂死)

존엄사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단순히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란 회복이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임박하였을 때, 행해지는 기계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안락사는 질병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이 아니라, 사람의 인위적인 행동에 의한 죽음을 뜻합니다. 안락사 중에서도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가 직접 요청을 하여 약제 등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고 하고,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이나 약물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합니다. '소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는 존엄사와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 할머니 사건 그 후......

대법원이 국내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한 후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하는 환자들이 늘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연명치료중단을 제도화 하자’는 움직임입니다.

 

사전의료지시서는 의사표현이 불가능하고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받아야 되는 의료시술 중에서 본인이 원하는 시술과 원치 않는 시술을 표시하도록 하여 이에 따라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입니다. 원하는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도 있지요. 단, 이 지시서는 반드시 환자가 자발적 의사 표현이 가능한 상태에서 작성해야 합니다.

 

연명치료중단을 제도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작년 12월에 구성되어 올해 6월 활동이 종료된 ‘사회적 협의체’가 있었습니다. 이 협의체는 종교계·의료계·법조계·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된 18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연명치료중단 제도화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협의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발표된 협의안에 따르면 “자발적 의사결정이 곤란한 경우 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표시 인정문제와 입법 추진 등에 있어서는 아직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한 법제화는 당장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30여년 전에 존엄사협회를 구성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직 관련법을 제정하지 못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존엄사 인정 여부에 대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존엄사를 놓고 사람들은 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보일까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이처럼 “편안하고 품위 있게 죽을 권리도 있어야 하며, 이것을 안정적인 법 제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존엄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이들은 “병원윤리위원회가 병원마다 달리 운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관련 제도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는 이미 법이나 판결로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기도 하지요.

 

반면 종교계 등 반대하는 사람들은“생명은 신이 준 것이므로 인간이 함부로 끊을 수 없으며 환자의 대리 의사표시라고 하지만, 경제적·정신적 부담 등 가족들의 의사가 더 크게 반영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병원이나 환자 가족들은 환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 영국은 법률로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과 스위스도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존엄사 시행을 두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이유는‘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존엄사 시행에 대해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는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나는 관심 없다’는 자세로 모른 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더 옳고 좋은 일이냐를 두고 더 많은 토론과 공론화가 필요할 텐데, 그 논란을 애써 모른 척하며 외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법무부 법교육팀

법무부·소년조선일보 공동기획

 

 

 

● 헌법 짱 퀴즈 !

 

외출을 하면서 가스레인지 끄는 것을 깜박해서 집에 불이 났습니다. 다행히 소방관 아저씨들이 불을 빨리 꺼서 다른 집에는 피해가 없었습니다. 실수로 불을 낸 것인데도 처벌을 받아야 할까요?

 

① 처벌 받을 수 있다. ② 처벌 받지 않는다.

 

정답은 아래를 드래그 하세요.

① 처벌 받을 수 있다. 

실수로 집에 불을 내도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실수로 인해 이웃집에 피해를 끼치지는 않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소방서에서 불을 끄게 한 점에서 공공의 이익에 피해를 주었기 때문입니다(형법 제170조). 다만, 일부러 불을 낸 방화와 달리 실화는 형법 제170조에 의해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으며,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수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