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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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헤어졌던 엄마와의 만남은 겨우 7분이었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7. 30. 08:00

엄마! 사랑해요

이○○ | 영등포 구치소

 

 

 

“4213번 1호 접견실로 가세요.”

주임님의 말씀을 듣고 저는 접견실로 향했습니다. ‘누가 온 걸까?’ 저는 궁금한 마음에 아크릴판 너머 문을 바라봤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꿈에서도 그리던 ‘그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엄마......! 12년 전에 헤어진 후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엄마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오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있는 저와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아크릴 판 건너편 의자에 앉으셨습니다.

 

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아...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보고 싶었다고 말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디 갔었냐며 투정을 부려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죄인의 모습이기에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행여나 화를 내면 어떡하죠?’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습니다. 엄마가 먼저 큰 한숨과 함께 “어떻게 된 거니?”라며 말문을 여셨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상황을 설명드리자 엄마는 생각보다 담담한 모습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여 엄마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접견 1분 남았습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엄마한테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눈물을 참으며 “엄마 미안해”라고 겨우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엄마가 꾹 참고 계셨던 눈물을 쏟아내셨습니다. 엄마는 작은 주먹으로 당신의 가슴을 탕탕 치시며 “모두 내 탓이다. 어쩌다 여기까지...”하며 우셨습니다. 울음 섞인 그 몇 마디 말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향한 애틋함도, 사랑도, 애정도 그리고 아빠에 대한 원망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엄마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접견 시간이 모두 끝나 버렸으니까요. 말문이 채 터지지도 않은 저희 모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12년 동안 얼굴 한 번 볼 수 없었던 엄마를 정말 많이 원망했습니다. 미워하고, 그리워하고, 또 미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엄마에 대한 제 마음은 짝사랑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겐 엄마와의 일상이 그저 평범한 일이었겠지만, 제게는 하늘만큼 높아 손에 잡고 싶어도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뿐만 아니라 모든 ‘평범한 것’이 제게는 다 욕심이었습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욕심이었습니다. 저는 빠르게 타락해 갔습니다. 제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자주 오시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인터넷 서신을 보내 오셨습니다. 그 내용은 대부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라’는 내용과 제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당신 책임이라는 말, 미안하다는 말 등이었습니다.

 

‘죄인은 난데 엄마가 뭐가 그렇게 미안해? 이제는 엄마를 원망하지도 않고, 함께 하지 못했던 과거를 탓하지도 않는데......’

 

엄마는 이 딸이 어디선가 바르고 예쁘게 자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그 가슴에 대못을 박아 정말 죄송합니다. 사는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아도 되는 이곳을 오시게 하여 죄송하고, 바르게 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엄마가 유치원 시절 제 모습을 기억하고 얘기해 주셨을 때는 정말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와 함께할 행복한 시간을 꿈꿉니다. 제가 성장해왔던 지난 12년에는 엄마가 없었지만, 앞으로의 모든 시간에는 엄마가 계실 겁니다. 엄마가 골라주신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입장’ 소리에 맞춰 입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요즘 저의 행복이고 꿈입니다. 엄마는 ‘신부 어머니’ 좌석에서 기쁨의 눈물을 살짝 흘리며 저를 바라보시겠죠? 이곳에서의 시간을 건강히 보내고 어서 빨리 엄마의 품속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엄마. 이제 못난 딸의 모습은 기억 저편으로 날려 보내세요. 엄마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제 모습처럼 앞으로 엄마에게 예쁜 딸이 될게요. 엄마!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글은 교정본부에서 재소자들의 글을 모아 만든 책

‘새길(통권 406호)’에 실린 글입니다.

 

여기서 잠깐!

 

교도소에서 복역한 사람들 중에 약 1/4은 3년 내에 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수용자 수가 4만 8천여명에 달합니다. 이 중 1만 500여명(22.7%)이 3년 내에 재복역한 인원입니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지만, 그래도 아직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수형자를 대상으로 한 ‘재범방지 사업’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 사업’보다 더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수형자들의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취업 알선·기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형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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