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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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뺑소니, 같은 상황 다른 선택

법무부 블로그 2010. 6. 25. 17:00

한․일 동반 16강 진출에 애정과 질시의 시선 엇갈려 

 

 

일본이 바이킹의 후예 덴마크를 꺾고 대한민국과 함께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습니다. 대한민국도 이에 앞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를 따돌리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는데요. 양국민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우호와 격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오랜 라이벌 의식으로 인한 질시의 시선도 상당한 것 같습니다.

 

 

새롭게 공통된 관심사도 생겨

그런데, 최근 양국 국민들 사이에 공통된 관심사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뭐냐구요?

바로 한류스타 권상우씨의 뺑소니 사건에 대한 관심입니다.  

 

권상우, 뺑소니 혐의 입건 '야반도주' | 서울신문 2010.6.25.

http://news.seoulntn.co.kr:8000/main.php?cmd=news/news_read&idx=38498

  

권상우의 이번 뺑소니 사건은 일본에서도 “不拘束立件のクォン・サンウ “飲酒運転の疑惑”にはノーコメント - 불구속 입건된 권상우 음주운전 의혹에는 노코멘트”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 되었는데요. 한류열풍의 주역 중 한명인 그가 많은 해외 팬들의 팬심에 찬물을 끼얹게 된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자동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는데요. 음주나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자 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권상우씨도 음주운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만, 권상우씨 측에서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권상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보아 권상우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처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사고전 행적, 사고전에 만난 사람 등을 조사하여 음주 여부를 가려낸 후 위드마크 공식(키, 몸무게, 음주량, 알콜농도 등을 수식에 대입하여 혈중알콜농도를 계산해 내는 공식)을 통해 혈중알콜농도를 추단하여 음주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려낼 수도 있는데요. 권상우씨 측의 주장이나, 보도내용을 보아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권상우씨에게 적용이 가능한 법률은 무엇일까요. 바로 도로교통법상 ‘손괴 후 미조치’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벌칙]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시의 조치]

제1항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사고를 내고 경찰차를 피해 달아났다가 이틀이 지나서야 경찰에 자술을 한 권상우씨는 도로교통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교통사고 발생시의 조치’를 하지 않고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도 않고 바로 도주하였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본인은 경찰차가 쫓아와 당황을 해서 도주를 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행동에 적잖이 실망한 팬들에게 설득력 있는 핑계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사고내고 아내가 자수했다?

최근 어느 검찰청에 다음과 같은 사연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밤늦게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충격하여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상해를 입혔으나, 공무원인 자신의 신분이 탄로날까봐 구호조치 없이 도주한 사건인데요. 그 후 남편이 처벌받게 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될까 두려워 부인이 자신이 운전했다고 스스로 자수를 하여 왔습니다. 사건을 맡은 검사는 여러 가지 조사를 통해 남편이 운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부인이 검찰 조사 이후 검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편지를 보내온 A씨는 남편이 사고를 낸 후 도주하여 집으로 왔을 때에는 남편이 가장인지라 어떻게 하든 그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또한 남편이 공무원인지라 뺑소니 사실이 알려지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암담함도 있었다고 털어놓고 있습니다. 남편 대신 거짓 자수를 한 A씨는, 오히려 남편은 사고 이후 더욱 큰 죄책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부모가 되어 이런 죄를 지어놓고 자식에게 정직하고 올바르게 살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아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고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아내가 아닌 남편이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밝힌 A씨 가족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여 앞으로 어린 아들을 위해서라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편지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처음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A씨와 가족들에게 정말 큰 교훈이 된 것 같습니다.

 

검찰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찾아옵니다. 피해를 당해 억울한 사람, 피해를 주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편지를 보낸 사람처럼 법보다 마음의 뉘우침으로 우는 사람......

사연의 주인공은 엄한 처벌은 받았지만 남은 가족과 아이들의 생계를 위해 일은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도 법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사연에 적힌 내용처럼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이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더 큰 처벌이 아닐까요.

 

권상우씨도, 사연 속 주인공도, 사건에 관심이 있는 한․일 양국의 팬들도 법이 처벌의 도구가 아니라, 반성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권상우 = 네이버 인물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