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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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도소에서 귀신을 보았다.

법무부 블로그 2010. 6. 25. 11:00

라하이나(Lahaina)는 하와이 왕국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였던 카메하케하 대왕에 의해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지정되었던 곳이다. 그래서일까.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는 라하이나의 거리를 30분 정도만 걸어도 곳곳에서 유적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왕국의 수도였던 시절의 자존심을 여전히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후손들의 노력 덕이다. 유적지들을 하나하나 복원하여 유적지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반얀나무. 잘 보면 여러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하나의 나무가 모두 이어져 있다.

 

볼드윈 하우스 박물관, 라하이나의 옛 등대, 옛 법원 청사,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해도 도무지 그 전체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얀 나무 등 많은 유적지들이 흥미롭다.

 

 

교도소도 유적지, 관광객들이 알아서 보호하세요!

하지만 나의 호기심을 가장 많이 자극한 것은 역시 1850년대부터 죄수들을 수용했다는 교도소. 물론 현재는 죄수들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HALE PA'AHAO 교도소 입구

 

구(舊) 교도소는 ‘Prison street’라는 이곳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겉모습만으로는 교도소라 하기에 너무도 평범하다. 물론 감옥이라고 해서 튀어야 한다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말이다. 차라리 요즘 휴양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펜션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라하이나의 구 교도소 외관. 안쪽을 나무 창살문으로 막아놓은 모습이 보인다

 

교도소의 이름은 HALE PA'AHAO. 특이한 것은 교도소 건물이 유죄 선고를 받은 죄수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것. 건물 벽은 무너진 요새의 잔해를 사용하였다.

 

이곳도 라하이나의 유적지 중 한 곳이니 입구에서 입장료가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입장료는 없고 라하이나 유적지들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쓰일 기부금을 받는 함이 놓여 있다. 특이한 것은 건물을 지키는 이가 없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역사 유적지이니 관광객들이 알아서 잘 보존할 것’이라 철썩 같이 믿는다는 얘기인 거 같아 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조그만 운동장을 지나 교도소로 보이는 건물로 가니 한눈에 보기에도 교도소가 틀림없는 모습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나는 교도소에서 귀신을 보았다...!?

 

 

▲나무 창살문 안쪽의 모습

 

누군가 신세를 한탄하는 것 같은 소리가 안에서 새어나온다. 하지만 하얀색 나무 철창이 내부로 들어가는 길을 차단하고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괜히 오싹한 생각이 들어 함께 관광 온 친구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무슨 소리 안나?”

“무슨 소리? 난 모르겠는데?”

내 친구는 들리지도 않는단다. 젠장. 내 귀에만 들리는 건가...-_-;;;

 

사이 틈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바짝 얼굴을 대고 들여다보니 쾌쾌한 냄새가 나를 맞이한다. 세월을 말해주는 냄새를 따라 좁은 복도에 시선을 건네 본다. 교도소 수용실 문들이 을씨년스럽다.

 

 

▲수용실 문

 

철창 밖 입구 쪽에도 수용실이 하나 있다. 문에 작은 구멍이 나있어 그곳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 보니 무언가 꿈틀!! 으어어어~!!! 귀신이다!!

너무 놀란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친구가 깔깔대고 웃는다. 자세히 보니 늙은 뱃사람 하나가 침상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끊임없이 들리던 늙은 노인의 중얼거림이 바로 그 수용실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물론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이며 수용실 안에 있는 노인은 마네킹이었다. 사실성을 위해서인지 관광객을 놀리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정말 십년 감수했다.ㅠㅠ

 

 

▲ 수용소 내부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노인 마네킹

 

다루기 힘든 죄수들에게 사용되는 족쇄가 벽에 연결되어 있지만 이곳에 수용되었던 죄수들은 대부분 가벼운 죄를 저지른 이들이었다. 일 년 이상 수감되어야 하는 중죄를 저지른 이들은 배에 태워 오하우 섬으로 이송하여 수용했다.

 

 

▲교도소 수용자 범죄유형을 소개하는 액자

 

노인이 있는 수용실과 마주한 공간에는 교도소 관련 다양한 자료들을 액자에 담아 걸어 놓았다. 그 중 수용자들의 범죄유형을 적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1855년부터 1857년까지의 기록을 보면 ‘술주정’이 압도적이다. ‘간통과 간음’도 만만치 않다. ‘말 험하게 타기’와 ‘주일날 위반’도 범법행위로 간주되어 교도소에 수감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색적이었다.

교도소 내부를 보고 나니 이런 곳에는 정말 단 한 시간도 머무르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일일 교도소 체험 같은 걸 해보면 죄 짓는 사람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보았다.

 

생전 안 보던 귀신(?)도 만나고 덕분에 목청도 트이고 얻은 게 많은 경험이었다. 교도소를 나서니 바다내음을 싣고 온 라하이나의 푸근한 늦은 오후의 바람이 나를 따스하게 안아준다. 문득 ‘죄 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사진 = 정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