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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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의 사투리 경연대회를 보려면?

법무부 블로그 2010. 6. 16. 08:00

 

오늘은 음력 5월 5일 ‘단오’입니다. 과거엔 설날,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로 꼽혔던 날이지만 요즘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요. 그런데 단오를 여전히 마을 최대 축제로 생각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음력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무려 한 달 동안이나 단오를 즐긴다고 하는데요. 이 지역 단오제는 세계적으로도 보전할 가치가 높다고 여겨져 2005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 명소가 됐다는 그곳!!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그곳!! 지난 12일에 다녀왔습니다^^ 

 

▲ 강릉단오장 주변의 초롱등불. 단오 분위기를 한껏 화려하게 살려주고 있다.

 

 

도대체 한 달 동안이나 뭘하는 걸까? 궁금하다 강릉단오제!

 

강릉단오제 홈페이지에 가보면 강릉단오제는 6월 12일부터 19일까지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단오를 시작하는 첫날(이라고 생각해서^^;;)인 12일 토요일 강릉으로 가봤습니다. 그런데 강릉단오제는 이미 시작했다고 하는 겁니다. 이런 억울할 때가! 도대체 언제 시작했냐고 물으니 지난 5월 18일(음력 4월 5일)부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이 황당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곳을 찾아 단오장 옆에 있는 ‘강릉단오문화관’에 가봤습니다.

 

▲ 강릉단오문화관에 있는 ‘관노가면극’ 캐릭터. 양반 머리 위에 길게 솟은 것은 꿩의 꼬리털이다.

 

강릉단오문화관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보면, 강릉단오제는 음력 4월 5일 신주 빚기를 처음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관령에 있는 수호신을 강릉 단오제까지 모셔오기 위해 다양한 제례와 행사를 치른다고 하더군요.

 

강릉단오제는 다른 지역 단오제와 달리 조금 독특한 면이 있었습니다. 강릉을 지켜주는 세 명의 수호신이 있다고 믿고, 그 수호신에게 술을 빚어 바치고, 단오제를 열어 흥을 돋우고, 마지막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만에 끝나는 여느 단오제와는 규모와 의미가 많이 달랐지요.

 

▲ 강릉단오문화관을 구경하고 있는 외국인과 단오굿 모형.

 

또 씨름, 그네뛰기, 창포로 머리감기 등 다양한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었고, 인형극, 문화제 등 현대적인 공연 프로그램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오장 한켠에는 큰 굿당이 마련되어 있어 나흘 동안 굿을 하는 전통 문화도 공존해 있었으며, 여느 지역축제와 비슷하게 전국 상인들이 몰려와 물건을 파는 난장도 있었습니다. 뭐랄까, 현재와 과거가 공존해 있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강릉 수호신에는 신라의 김유신 장군도 있다?!

 

삼국을 통일한 일등 공신 ‘김유신 장군’의 고향은 명주입니다. 명주는 지금의 강릉이지요. 강릉 사람들은 김유신 장군이 죽은 뒤 대관령 산신이 되어 강릉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대관령의 소나무를 군사처럼 보이게 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지요.

 

또 신라시대 왕의 스승이었던 ‘범일국사’도 강릉의 수호신입니다. 강릉 사람들은 범일국사가 죽은 뒤 대관령 ‘국사성황신’이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강릉을 지켜주는 여신도 있는데 ‘정씨 처녀’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국사성황신 즉 범일국사가 아내로 맞이한 이 처녀는 호랑이에게 물려가 ‘국사여성황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강릉에는 세 명의 수호신이 있으며, 강릉 사람들은 단오제를 통해 이 세 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1년 동안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강릉단오제 보러 온 외쿡사람들!

 

강릉단오제는 무려 천년의 역사를 가진 문화축제입니다. 강릉단오의 기원은 옛날 부족국가인‘동예’에서 올렸던 ‘무천’에서 찾고 있습니다. 무천은 하늘의 신에게 제례를 올리는 큰 행사였지요. 이렇게 오래된 무형문화가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어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리고 고스란히 남겨진 이 전통문화는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으로 여겨져,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 강릉단오제를 찾은 외국인에게 영어로 안내를 해주고 있는 중학생.

외국인 안내 봉사를 위해 학생들은 사전에 교육도 받고 캠프도 다녀왔다고 한다.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 것이 어디 외국인들에게만 이색적이겠어요. 현대 문화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문화는 독특하게 여겨질 것입니다. 샴푸 대신 창포 우린 물로 머리를 감고, 손으로 만드는 방짜 수저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가면극 탈에 직접 색칠도 해봅니다. 아이들은 놀이로 즐기지만 사실 이것이 우리 문화를 후대에 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지역 아이들은“설날은 떡국, 추석엔 송편”이라고 똑똑하게 말하지만, “단오엔?” 하면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강릉의 아이들은 “수리취떡”이라고 재빠르게 대답한답니다.

 

 

▲ 방짜 숟가락을 만들고 있는 남학생과 창포 머리감기 체험을 하고 있는 여학생

 

 

요즘은 법질서가 엉망이면, 지역축제도 엉망!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몰리는 축제행사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법질서를 지키는 일입니다. 축제를 진행하는 사람들도, 축제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질서를 잘 지켜야 합니다. 그래서 이곳 강릉단오제에서는 얼마나 법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나 관찰해 봤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신주 무료 시식회장

 

▲ 줄을 서서 단오제 신주를 맛보고 있는 관광객들.

 

대관령 신에게 바치기 위해 만든 신주는 강릉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쌀로 담근 술입니다. 따라서 단오제 기간 동안 이 신주를 관광객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있는데요. 이 술을 마시면 1년 동안 무병무탈하다는 속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무료 신주 시식회장’으로 몰립니다. 그런데 멀리서 봐도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이 ‘줄서기’기본 질서는 잘 지켜지고 있었습니다. 또 줄이 흐트러지지 않게 도와주는 학생 봉사단 모습도 보였습니다. 이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봉사를 나와 사람들의 기본 질서 지키기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되고 있나? 

 

▲ 다섯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 휴게실 앞 분리수거함. 쓰레기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다.

 

쓰레기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하루 수십만명이 몰린다는 이 행사장에서 과연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요? 행사장을 둘러보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분리수거함이 보였습니다. 보통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 분리수거함을 많이 쓰는데, 이곳에서는 총 다섯 가지로 분리되는 분리수거함을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분류에 따라 쓰레기를 잘 버리고 있을까요? 보통 이런 거 설치해도 그냥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이죠? 궁금해서 들여다봤더니 분류 내용에 맞춰 정확하게 쓰레기를 분리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쓰레기통은 수시로 비워져 옆으로 쓰레기가 넘치는 일이 없었고, 학생 봉사단들이 집게와 종량제 봉투를 들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습니다.

 

한발자국만 더 다가가 정확히 쓰레기를 버리면 내 마음도 길거리도 깨끗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거리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제 외국인이 봐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만 한 법질서 선진국이 된 것 같아 자랑스러움마저 느껴집니다.^^

 

 

강릉단오제 가면 이건 꼭 보고 와야 한다!!

 

                 ▲ 아빠와 씨름하는 아빠와 아들(좌),                     그네 뛰는 어린이(우)

 

이제는 명물이 된 ‘강릉사투리경연대회’

“내가 감낭구에서 떨어져 고벵이를 다쳤잖소~” 이 말은 ‘내가 감나무에서 떨어져 무릎을 다쳤습니다’라는 뜻입니다. 강릉사투리는 영화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할 정도로 재밌는 사투리인데요. 강릉사투리경연대회에는 어린 꼬마들도 많이 출전합니다. 이 꼬마들이 쓰는 강릉사투리를 들어보면 아주 배꼽을 잡고 웃지요. 올해로 벌써 17회째를 맞고 있는데요. 16일 수요일 오후 7시에 단오장을 찾으면 이 대회를 볼 수 있습니다.

 

말 없는 가면극, 관노가면극

우리나라의 유명한 탈춤(가면극)으로 강령탈춤, 봉산탈춤, 양주 별산대놀이, 통영 오광대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릉에는 관노가면극이 유명하지요. 관노가면극은 양반과 각시의 사랑 놀음과 이 사랑을 훼방하는 시시딱딱이의 등장 그리고 각시의 정절을 의심한 양반과 각시의 자살소동 등의 이야기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대사 없이 ‘무언(無言)’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의 가면극은 말뚝이가 양반들의 무능력함을 조롱하고 부패를 고발하지만, 관노가면극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강릉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가면극이지요. 

 

▲ 관노가면극 캐릭터를 조명으로 설치한 조형물 

 

이 밖에도 서울의 연고전(고연전)에 맞먹는‘농․일(강릉농고v강릉제일고) 축구정기전’, 유명하지만 잘 볼 수 없는 동춘서커스, 강릉 지역 각 마을 사람들이 펼치는 농악놀이, 단오장의 꽃 단오굿, 씨름대회․그네뛰기대회․투호대회 등 빼놓을 수 없는 민속놀이 등 강릉단오제에는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오는 6월 19일까지 단오제가 이어지니, 단오를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분들 한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