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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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한 남편이 이혼하자고 합니다...

법무부 블로그 2010. 6. 11. 14:00

순정녀씨는 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다니던 중

같은 회사에 다니던 남편 외도남씨를 만나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남편은 착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어서 결혼한 지 얼마 후 아파트도 사고,

딸·아들 한명씩 낳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한 지 11년째 되던 해부터

남편의 태도가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순씨는 남편을 미행했는데,

그만 외씨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순씨는 도저히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며칠을 생각한 끝에 남편에게 ‘한번 용서해 줄 테니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조용히 듣고 있던 남편은 오히려 순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순씨는 이혼만은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순씨 앞으로 외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의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순씨 부부는 외씨의 요구대로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답니까?!!”

하고 흥분한 분들 계시지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시고요.^^;;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 얼마 전 한창 유행했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현재 주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MBC 아침드라마 ‘분홍 립스틱’ 에서도 남편인 박정우(이주현 분)가 아내의 친구인 김미란(서유정 분)과 외도를 하고도 아내 유가은(박은혜 분)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드라마에서는 박정우와 김미란의 계략으로 궁지에 몰린 유가은이 이혼을 해줄 수 밖에 없었지만,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 일일까요?

 

 

재판상 이혼할 수 있는 사유는 무엇?

우리 민법은 제840조에서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법률의 규정으로 보아 1~5항의 경우 부정·부당한 행위를 한 상대방 배우자, 즉,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외씨와 같이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도 이혼청구권이 있을까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 인정될까?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이혼청구권이 있는지는 6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데요. 어떤 학자들은 책임이 있는 사람이 이혼을 청구하는 것은 도덕이나 윤리에 어긋난다거나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거나 책임이 없는 배우자의 보호를 위해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학자들은 이미 파탄된 혼인관계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도리어 반도덕적이라거나 껍질만 남은 혼인관계를 유지할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혼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법원은 혼인생활의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로 인한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에게는 이혼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사례에서는 외씨에게 파탄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외씨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일정한 경우에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인정하고 있는데요. 상대방도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11년을 넘는 장기간의 별거, 별거 생활 중의 혼인외의 자의 출생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아 부부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 등입니다.

 

 

4주 후에 보시죠.

드라마 ‘연애시대’는 이혼 후 싹트는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입니다. 뱃속에 있던 아이가 죽자 부부 사이의 유대관계도 사라졌다고 믿었던 두 사람은 갑작스레 이혼을 하게 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안부를 주고받고,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려 노력하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서로의 끝나지 않은 사랑만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두 사람이 다시 재결합을 하면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이혼했던 세월이 그들에겐 약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이혼을 마음먹었을 무렵 한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더라면 이혼 후 남남으로 살며 눈치싸움이나 하는 허송세월은 보내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서로 너무나 사랑하여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한 결혼생활. 살다보면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짜증도 내게 되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더는 같이 살지 못할 것 같아 이혼소송을 내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지나간 날의 추억으로 다시 살아갈 사랑과 용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는 이혼소송이 제기될 경우, 자녀가 있으면 3개월, 없으면 1개월 동안 이혼에 대해 생각할 '이혼숙려기간'을 주고 있습니다. 성급한 ‘홧김 이혼’을 막기 위한 것인데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이혼도 빨리빨리 결정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가 강조되는 역설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살아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