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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커플도 재산을 상속할 수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0. 5. 23. 17:00

2003년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처럼 사라진 영화배우 장국영을 기억하시나요? 장국영은 영웅본색·천녀유혼을 안 보면 말이 안 통하던 시절,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배우였으며, 동시에 동성애자로도 유명했던 배우였습니다.

 

남 부러울 것 없다고 생각했던 그가 자살하자, 무려 9시간만에 6명의 팬들이 그를 따라 모방 자살을 하는 등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술렁이게 했습니다. 그의 전 재산은 연인이었던 당학덕에게 상속되었는데, 이 때문에 장국영의 죽음이 당학덕에 의한 타살이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장국영과 당학덕은 게이(동성애) 커플로, 당학덕은 장국영이 데뷔하기 전부터 그를 물심양면 도우며 평생 가장 가까운 사이로 지내왔다고 합니다. 장국영도 공식석상에서 당학덕에 대해 "평생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요. 어쨌든 당학덕은 장국영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으로 약 460억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타살 의혹이 생길만도 하지요?

 

유언에 의해 상속받은 당학덕과는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만약 함께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살던 동성애 커플 중에 한 사람이 사망하면 유언 없이도 남은 사람에게 재산이 상속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법적인 혼인 관계도 아닌 동성 연인일 뿐이므로 사망한 사람의 재산은 남은 한 사람에게 상속될 수 없을까요?

 

 

미국, 동성애 커플의 상속권 인정

미국의 워싱턴 주대법원은 동성애 커플 중 한 명이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그의 파트너가 사망한 사람 소유의 재산에 대하여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미국인 동성애자 바즈케즈(Vasquez)는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파트너인 슈베르츨러(Schwerler)가 사망하자 그가 남긴 2만 달러 상당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는데, 항소심은 동성간 혼인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소유권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형법상 권리는 당사자 간의 관계가 합법적일 것을 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별이나 성적 성향에 의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라며 바스케즈의 상속권을 인정했습니다.

 

바스케즈가 슈베르츨러의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자 슈베르츨러의 형제자매들이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그 형제 자매들은 바스케즈와 슈베르츨러가 서로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고, 바스케즈는 외견상 관리인이나 가정부처럼 보였으며, 슈베르츨러가 여행갈 때 동행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법원이었던 피어스 카운티 지방법원은 법적인 혼인을 하지 않고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형평법상의 이론에 따라 바스케즈가 그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동성간은 혼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동성 커플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스웨스트 여성법률센터의 사무국장은 “이 판결은 모든 가족이 법률 앞에서 똑같다는 사실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놀라운 진전이다. 형평법상의 이론은 혼인하지 않은 커플의 관계가 종료되었을 때 경제적 지배력을 적게 가지고 있던 여성이 차가운 길거리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발전된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바스케즈의 역할은 수십 년 간에 걸친 여성의 역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집을 관리하고 그의 파트너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으며, 그의 파트너가 그의 장래의 복지를 보장하리라고 믿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동성 커플에 조금 더 관대한 유럽

영국에서는 동성애자 커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합니다. 영국에서는 2005년 12월에 ‘시민 파트너십법’이라는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게이 커플도 이성 부부들처럼 상속권 등의 권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덴마크는 1989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 등록에 관한 법률(Law on Registered Partnership: Act 372 of 1989)'를 제정하였고 노르웨이는 ‘동성 커플 등록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동성 커플 등록에 관한 법’ 제4조는 “등록한 동성 커플은 혼인과 동일한 법적 의무와 권리를 가진다. 다만 입양, 의학기술을 빌린 인공수정, 교회에서의 결혼식 등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지역들만큼 동성 커플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지는 않지만, 동성 커플의 사실혼과 재산분할에 대한 판례가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제2가사부는 여성 김아무개(45)씨가 같은 여성인 이아무개(47)씨를 상대로 낸 사실혼 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김씨는 이씨와 동거하면서 이씨의 명의로 공동 재산을 축적했으나 이씨의 상습적인 폭행과 협박으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김씨는 이씨와 지난 20여 년 동안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동성 커플이었기 때문에 사실혼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였습니다.

 

이 기각 결정은 동성 간의 사실혼과 관련된 국내 첫 판결이었습니다. 법원은 “우리 사회의 혼인이라 함은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의미한다.” “동성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더라도 사회관념상이나 가족질서 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동성 커플이 우리나라에서 온전한 하나의 커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사망으로 인한 동성커플의 재산상속에 대한 소송이 전개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될까요? 여러분이 판사라면 어떻게 판단하시겠습니까?^^

 

모든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장국영 사진 = 네이버

참조 = 한국인의 법과 생활, 법무부·한국법교육센터,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