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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 실제 경험한 엄마의 고백

법무부 블로그 2010. 5. 7. 17:00

 

5월은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바깥 활동이 많은 계절이다. 필자도 춥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운동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에 가정의 달, 거기다 현장학습이며 석가탄신일 같은 휴일까지 겹쳐 바깥 나들이가 많아졌다. 자연히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꾸준히 문제가 되어왔던 보이스 피싱이 5월이 되면서 부쩍 많아졌다. 수법도 다양해지고 훨씬 지능적이 되어, 자식 가진 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 어린이대공원 전래동화마을에 있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최초의 보이스 피싱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가족사칭 범죄는 옛이야기에도 나온다. 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는 어머니를 가장한 호랑이가 나온다. 호랑이는 어머니를 잡아먹고 집에 있는 오누이까지 잡아먹기 위해 집으로 침입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오누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안타깝게도 호랑이에게 속아 문을 열어주고 만다. 오누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호랑이를 피할 수 있었지만 그건 어릴 적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 현실 속에서는 보이스 피싱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필자도 얼마 전 열아홉 살 아들의 생명을 담보로 협상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안방으로 들어가 신문을 보려던 중 걸려온 전화는 섬뜩한 공포분위기를 자아냈다. “당신 아들 ○○를 내가 데리고 있단 말입니다.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야 됩니다!” 상대방 목소리는 낯설었지만, 그 사람은 우리 집 주소며 아들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들 친구 이름까지 대면서 둘을 함께 데리고 있다고 했다. 친절(?)하게도 그는 아이들이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놀라지 말라는 당부까지 하며, “아주머니가 침착하게 행동하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알려주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 아들 대역(?) 목소리까지 들려주며 납치 상황을 실감나게 했다. 울면서 “엄마!”하는 목소리는 아들과 너무나 흡사했다. 곧바로 돈을 부치지 않으면 장기매매 브로커에게 팔아넘겨 버리겠다는 무서운 협박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들은 나와 함께 집에 있었다. 만약 아들이 집에 없었다면 나는 창백하게 질려 그 놈(!)이 하라는 대로 했을 것이다. 보이스 피싱 유형 중 가장 당황하기 쉬운 것이 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자녀납치 빙자 협박전화일 것이다.  

 

 

“너 누구니!” , “열려라 참깨!”

 

이날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가족회의를 했다. 보이스 피싱에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때 우리 아들이 기막힌 묘안을 냈다. 가족 암호를 미리 만들어 두자는 것이다. 범인들이 부모의 이성을 흐릴 목적으로 자녀 대역(?)을 연결해주는 순간, “너 누구니!” 하고 묻는 것이다. 그 때 “열려라 참깨!”라는 암호를 대면 진짜 우리 아들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짜라는 것이다. 가족 암호는 그 자리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낼 수 있으니 참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진짜 상황이 되면 당황해서 이 약속을 잊어버릴 수가 있다. 실제 경험을 해보니, 아들이 집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이스 피싱 전화에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였다. 실제 상황에서도 가족 암호를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는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실제 우리 집은 놀이하는 것처럼 가족 암호 대기를 연습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대처법,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법무부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제에 부딪치면 ‘합리적인 문제 해결책이 뭘까?’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에도 주변에서 끊이지 않는 보이스 피싱에 대해 속 시원한 해답을 듣고 싶어 서울 강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보이스 피싱, 사이버범죄 수사)을 찾아봤다. 지능범죄 수사팀에 홍연수 팀장(경감.51.여)은 실제 신고사례를 바탕으로 수개월에 걸쳐 수사한 방대한 수사기록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해 주었다. 덧붙여 현장에서 느끼는 범죄 예방책과 당부를 들어보았다.

 

“보이스 피싱, 대처하기 나름입니다~”

 

1. ‘080’으로 시작되는 발신번호는 특히 주의할 것.

2. 이미 돈을 송금한 경우엔 신속히 은행으로 연락해 지급정지를 할 것.

3. ‘국제전화입니다’로 경각심을 주는 낯선 번호는 주의할 것.

4. 범인 검거에 앞서, 본인 스스로 방어하는 데 힘쓸 것.

5. 보이스피싱의 다양한 유형을 알고 인식하면, 예방과 대처가 쉬워짐.

 

 

이제부터는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려줘야 할 일이 있다면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일러 주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범죄 피해를 당하지 않는 최초의 방어수단일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개인정보는 흐르는 물과 같아, 한번 흘러들어간 정보는 다시 주워 담을 방법이 없다. 슬프게도 우리는 가족 간에도 암호명이 필요한 세상을 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