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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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신고하여 7000만 원을 번 사나이

법무부 블로그 2010. 5. 2. 16:00

‘양심 냉장고’를 기억하시나요?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세계인에게 비춰지는 대한민국의 질서 수준을 높이기 위해 범국민적인 캠페인으로 정지선을 잘 지키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양심 냉장고’를 선물하는 tv프로그램도 있었고, <교통위반 신고 보상금 지급제도>도 생겨났습니다. 특히 이 <교통위반 신고 보상금 지급제도>는 건전한 교통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경찰이 아닌 일반인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고 있는 차량을 직접 카메라로 찍어 신고하면 신고당한 차주가 과태료를 내야하는 제도였습니다. 2001년 3월경 도입되어 그만큼 효과도 많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아 2003년에 폐지되었습니다.

 

이렇게 카메라로 위반 차량을 찍어 신고하는 사람들을 ‘카파라치’라고 하는데요, 카파라치들의 활약은 바로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보상금제가 실시된 2001년 3월부터 2001년 12월 사이, 카파라치의 신고가 많이 접수된 100곳의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2000년보다 사고발생이 45.7%, 사상자는 47.5% 줄어들었다는 경찰청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경찰을 피해 교묘하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던 자가운전자들이 카파라치들로 인해 법을 꼬박꼬박 지켜야만 했습니다.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직업형 카파라치 등장 ‘수입 꽤 짭짤하네?’

 

카파라치로 인해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단점도 상당했습니다. 카파라치 활동을 하면 건당 3000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는데요, 하루에 4대만 신고해도 1만원을 넘게 버니, 수입이 꽤나 짭짤했습니다.(나중에는 직업형 카파라치를 없애기 위해 포상금을 2000원으로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돈벌이용 카파라치입니다. 하루종일 도심을 뒤지고 다니면 신호위반, 불법주차한 차들이 수두룩하니 직업형 카파라치들에겐 그게 다 돈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카파라치가 2002년 1월부터 2002년 8월까지 신고한 건수는 1,508,286건에 달했으며, 벌어들인 돈은 4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보상금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7,4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이 막대한 수입을 올린 카파라치는 2001년에도 6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사람이라고 합니다.

 

카파라치만 있었을까요? 노래방에서 술을 팔면 안 되는 점을 이용해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행태를 몰래 찍어 고발하는 노파라치도 있었고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면 안 되는 점을 이용해 유통기한이 지난 물건을 파는 가게를 찾아 포상금을 타는 슈파라치도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포상금을 받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있었나 봅니다.

 

결국 <교통위반 신고 보상금 지급제도>는 2003년에 폐지되게 됩니다. 반짝 생겼다 사라진 교통위반 신고 보상금 지급제도는 지금 생각해 봐도 뭔가 찜찜함이 남습니다. 왠지 언제나 감시당하는 기분이었을 것 같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할 것 같고, 게다가 경찰의 공권력을 아무나 휘둘렀던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

 

 

미국에서는 가능한 카파라치, 한국에서는 힘든 이유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카파라치처럼 타인의 불법행위를 신고하여 보상금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의 모든 식당과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요, 한 미국인이 한인 식당들을 돌아다니면서 몰래 한국인들이 흡연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식당 내 흡연은 명백한 잘못이므로 패소하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식당주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미국인과 타협을 하며 얼마의 돈을 건네주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사례는 모든 사람이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감시망이 철저해지고, 효율적이긴 하지만 개인이 이득을 취한다는 면에서는 비윤리적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윤리적인 것이 법을 어기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개인이 검찰에 고발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개인적으로 제소하거나 더 나아가 타협, 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사례처럼 이득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한다면, 불법을 저지른 사람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지요.

 

카파라치가 사라진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카파라치=밀고자’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점점 나빠지는 사회적 여론 때문이었을 겁니다. 카파라치가 사라진 지금, 다시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처럼 비윤리적인 개인의 행동을 인정하면서 신고 보상금 지급제도를 지켜나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생각대로 개인이 윤리를 스스로 지켜가면서 신고 보상금제도 폐지를 유지하는 것이 맞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