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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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니, 살았니, 대답이라도 해주렴...

법무부 블로그 2010. 4. 16. 16:00

죽었니 살았니, 대답이라도 해주렴...

 

 

천안함 인양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행방이 묘연했던 실종 장병들이 하나 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멋진 미소도, 정겨운 목소리도, 늠름한 기세도 없이 차갑게 식은 몸 하나만 가지고 힘겹게 돌아온 주검을 맞이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게다가 아직 주검조차 찾지 못한 몇몇 가족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요. 이번 천안함 침몰 사고는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당황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찾은 승조원들의 주검은 그들이 ‘사망’했다는 증거가 됩니다. 유가족들은 슬프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사망신고 절차를 밟고, 장례를 준비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주검이 없이 실종된 장병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사망으로 보고 장례를 준비해야 할까요, 아니면 생존으로 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까요? 이런 경우, 주검이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인정사망’하였다고 결론 내리게 됩니다.

인정사망은 수난 · 화재 · 홍수 등의 기타 자연 재해 뿐 아니라, 전쟁 · 해난 · 탄광폭발 등을 이유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지만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호적법 제90조 수재 화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사망한 자가 있는 경우, 그를 조사한

관공서는 지체 없이 사망지의 시 군 읍 면의 장에게 사망 보고를 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인정사망'으로 인정 하게 되면 그 즉시 실종자들은 법적인 사망자로 분류됩니다. 그 결과로 실종자는 사망한 것처럼 취급하게 돼 그에 따른 호적정리, 재산상속 등의 각종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30여명, 97년 괌 KAL기 추락사고 때 50여명의 실종자에 대해 '인정사망'처리가 된 예가 있으며 이번 천안함 사고의 실종 장병들도 끝내 주검을 찾지 못한다면 이와 같이 결론나게 될 것입니다.

 

 

죽은 그 사람... 다시 돌아온다면?

인정사망을 인정하는 이유는 사망확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종선고의 절차를 밟게 하는 것이 매우 번잡하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스위스 민법 등은 인정사망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 민법에는 이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인정 사망으로 호적에 기록된 사람이 살아 돌아온 경우에는 관공서에 신고를 하면 됩니다. 인정사망은 사망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사망으로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되는 증거가 있다면 그 추정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증거란, 살아서 돌아오는 일이겠지요?

 

 

이번 천안함 사고에서 아직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승조원들이 언젠가는 살아 돌아와 인정 사망의 추정을 뒤집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승조원들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