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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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친 아들에게 아빠가 주는 상장

법무부 블로그 2010. 4. 14. 17:00

사고 친 아들에게 아빠가 주는 상장

 

‘펠레상 강성현(가명).

위 사람은 태권도와 축구를 잘하므로 펠레선수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어 주었으면 하였기에 이 상장을 수여합니다. 2010년 4월 12일 성현이를 사랑하는 아빠가’

 

2010년 4월 12일, * 대상 청소년과 그 부모님들이 서울 북부지검에 모였습니다. 한때 ‘불량 청소년’으로 또래 친구들을 괴롭히고 엄마 아빠의 속을 썩였던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한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잊고 꿈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부모님들도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 딸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특별한 상장을 만들었습니다. 축구를 잘하는 아들에게 ‘ 펠레상 ’을 적은 아버지와 음악을 좋아하는 딸에게 ‘가수상’을 준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은 ‘빌게이츠상’을 수상했고, 긍정의 힘이 필요한 딸에게는 ‘시크릿상’이 수여되었습니다.

정성스레 자식을 위한 상을 준비하는 부모님들의 희망은 하나였으며, 이미 세계 최고의 아들, 딸을 가진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어 있었습니다. (* 선도유예 :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를 줄인 말로,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해 일정한 교육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처벌을 유예하는 제도)

 

 

서울 북부지검에는 푸른 교실이 있다 

 

이런 진풍경은 지난 12일 서울 북부지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북부지검에서는 ‘푸른교실’ 이라는 선도유예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12일 제 10기 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선도유예 처분을 받은 청소년 19명, 보호자 19명, 범죄예방위원 12명이 함께 했던 이번 프로그램은 2009년 10월에 시작되어 선도유예 청소년들을 계도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총 4교시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은 푸른 교실을 처음 기획, 진행한 김남수 검사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환영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오픈애즈Ⓒ 오픈애즈

 

Yes! I have a dream!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좌)와 골프선수 양용은(우) Ⓒ네이버

 

공장노동자 아버지, 청소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1살 때 성장호르몬 장애 선고를 받았던 작은 거인 리오넬 메시는 169센티의 키로 유럽축구 최우수공격상을 받으며 전 세계 축구팬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은 돈이 없어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사용 파이프를 골프채 삼아 연습을 했으며, 결국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 최초 골프 황제가 되었습니다.

13세 시각 장애우들로 구성된 한빛 빛소리 중창단 영상의 아름다운 화음이 푸른교실에 울려 퍼졌습니다. 17세의 시각장애인 김지호군이 갖는 가수의 꿈은 그들을 바라보는 20명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꿈을 꾸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의욕을 심어주었습니다. 다양한 영상을 준비한 김남수 검사는 ‘ 반드시 꿈을 가져야 한다 ’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푸른 교실의 1교시를 마무리했습니다.

 

 

▲북부지검의 선도유예청소년 선도 프로그램 ‘푸른교실’ 교육 현장

 

제가 잘못을 하긴 했는데요…

이어 2교시는 즐거운 피자 타임.

각 자리마다 모여 앉은 청소년과 보호자, 선도위원들은 어느새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모인 청소년들의 죄명은 대부분 폭력, 공동 공갈, 절도 등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오토바이가 타고 싶어서, 친구의 예쁜 옷과 머리핀이 탐이 나서 그것을 뺏다 보니 그 과정에서 폭력을 쓰게 되고, 절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순간의 그릇된 판단이 가져온 잘못에 대해 조심스레 얘기하고 인정하며 부모님과 선도위원들의 사랑과 격려를 얻고 다시는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얘기하는 모습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뒤 자랑스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기대하세요!

3교시 교육프로그램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청소년들과 부모님들 각각의 교육이 준비되었습니다.

청소년 그룹은 김오차(노원구 세일학원 원장) 범죄예방위원이, 보호자 그룹은 최정희(비젼가족행복상담소)소장이 맡아주었습니다. 김오차 위원은 어릴 적 가난과 싸우며 자신의 꿈을 키워왔던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얘기하며 한때의 잘못으로 앞으로의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최정희 소장은 부모님 교육시간에 요즘 세대와는 다른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 범죄의 주요인이 되는 가족,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 등을 강조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딸에게 줄 상장을 마련하는 시간. 그동안 아들과 딸이 사고치고 속만 썩인다는 생각에 맘고생이 심했던 부모님들은 오랜만에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자식들의 장점을 꺼내 상장 위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 아들과 딸의 장점을 찾아 상장을 써내려가는 부모님들

 

 

펠레상, 가수상, 빌게이츠상… 아이들의 꿈을 믿어요

강의 후에는 청소년들이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꺼내놓지 않았던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다소 수줍은 듯 했습니다. 게임이 취미인 승진이는 요리사가 꿈이고, 그림 실력이 특기인 다혜는 패션 에디터가 꿈입니다. 음악 듣기가 특기인 소영이는 미용사로, 도면 그리는 취미를 가진 명진이는 건축가가 될 거라고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모두가 자신들의 꿈을 털어놓고 어떻게 하면 꿈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지금, 이제 꿈을 향해 한발 내딛은 아이들의 얼굴이 빛났습니다.

 

 

희망의 약속은 계속 됩니다

푸른 교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최찬희 학생이 모범상을 받으며 끝난 오늘의 행사에 대해 참가자 모두는 대부분 설문지를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피해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검사가 되었다는 김남수 검사는 푸른 교실을 통해 꿈을 키우며 바른 삶을 살아갈 청소년들을 기대하는 것이 기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청소년들이 성적만 강조되는 사회 풍토에 묻혀 좌절하고 꿈을 닫아버리는 현실의 안타까움 속에서 그들이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선도유예 대상 청소년에게 이처럼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김남수 검사는 푸른교실이 전 검찰청으로 확대되어 아이들과 부모의 화해와 소통의 시간, 그리고 기회의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더 나아가 법무부 자체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판단이 미숙한 청소년들이 저지른 한 순간의 판단 때문에 그 청소년의 삶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게 다시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청소년들을 다시 일탈하지 않도록 보듬어 주는 것도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 오픈애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