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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사람일까 아닐까?

법무부 블로그 2010. 3. 26. 08:30

법에서 정의하는 출생과 사망이란?

 

 

 

민법 제3조에 따르면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합니다. 그 ‘생존’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법률상 사람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는 것일까요? 현재 우리나라 법 해석에 적용되는 생존의 기준들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진 Ⓒ오픈애즈

 

머리만 나와도 출생 vs 몸이 다 나와야 출생

우리는 출생과 함께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출생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중요하죠.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1. 진통설 : 태아의 분만이 개시될 때를 사람으로 인정한다.

2. 일부노출설 : 태아의 일부가 모체에서 노출 될 때부터 사람으로 인정한다.

3. 전부노출설 : 태아의 몸이 완전히 엄마 몸에서 분리되면 사람으로 인정한다.

4. 독립호흡설 : 태아가 태어나서 혼자 호흡을 하는 첫 순간 사람으로 인정한다.

 

이 중에서 우리 법원은 민사상으로는 신체의 전부가 엄마 몸에서 분리된 때부터 사람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상으로는 사람이 되는 시기를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로 보고 있습니다. 형법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살인죄와 영아살해죄, 태아를 대상으로 한 낙태죄가 따로 정해져 있으므로 태아냐, 사람이냐에 따라 처벌이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5.12.29>

 

형법 제251조(영아살해)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 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69조 (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개정 1995.12.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개정 1995.12.29>

  

윤리적으로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생명체로서의 권리를 가진다는 의견도 많기 때문에,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현재 정한 기준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태아도 손해배상, 재산상속 할 수 있다 

 

사진 Ⓒ오픈애즈 

태아는 민사상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권리능력을 갖는 두 가지 예외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때입니다. 만약 의료 실수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았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것이지요. 또 다른 경우는 상속을 받을 때입니다. 태아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산을 상속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일지라도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답니다.

예전에 세계 타이틀전을 치르던 유명 권투선수가 경기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약혼녀가 임신 중 이었습니다. 약혼녀는 법률상 혼인을 한 상태가 아니어서 상속권이 없어, 결국 태아가 상속을 받게 되었죠.^^

 

 

사망의 순간은, 심장이 멈출 때 vs 호흡이 멈출 때

출생만큼 중요한 것이 사망의 시점을 정확히 하는 것입니다. 사망의 경우 보험금이나 유산 등의 민감한 문제들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순간을 ‘사망의 순간’으로 판단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여러 학자들의 의견이 있습니다.

 

1. 호흡정지설 : 호흡히 정지해야 사망이다.

2. 맥박종지설 : 맥박(심장)이 멈춰야 사망이다.

3. 뇌사설 : 뇌가 죽으면 사망이다.

   

이 세계의 학설 중에서 우리나라는 맥박종지설이 통설입니다. 호흡정지설은 인공 심폐호흡기의 발달로 단순한 호흡만으로는 사람이 사망하는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뇌사설은 장기 이식을 위해 뇌사상태를 사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최근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09년에 세브란스 병원에서 있었던 인공호흡기 제거 관련 사건을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대법원 2009.5.21.선고2009다17417 전원합의체 판결)

 

 

재난에 의한 사망은 사망 시간을 어떻게 구별할까?

재난 등과 같은 이유로 심장이 언제 멈췄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누군가 죽게 되었다면 정확히 언제 심장이 멎었는지 판별하기 어렵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민법은 동시 사망의 추정, 인정 사망, 실종 선고 등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사진 Ⓒ오픈애즈  

동시 사망의 추정은 민법 제30조에 규정하고 있는데 2인 이상이 동일한 위난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태풍 때문에 배를 타고 있던 A씨와 A씨의 아버지가 함께 사망하게 되었다면 그들이 동시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배안에 설치된 CCTV 등으로 A씨가 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이때는 동시 사망의 추정이 번복 되겠지요.

인정 사망은 시체는 찾지 못했더라도 사망이 확실시 된다면 관공서의 보고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사망 사실을 기재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입니다. 실종 선고란 가출 등에 의한 부재자의 생사 불명이 일정 기간 지속될 때 법원의 선고에 따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동시 사망’과 ‘인정 사망’은 ‘추정’이며 실종 선고는 ‘간주’라는 것입니다. 간주란 추정보다 강한 것으로 ‘~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뒤집으려면 따로 재판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추정은 반박할 만한 반대자료가 있다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단어이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겠죠?

 

사람의 인생을 법률로 정해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생과 사망을 가장 잘 판단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로 많은 학설들이 탄생한 것이겠지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학설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스스로 우리의 권리와 의무의 기준이 되는 출생과 사망의 시점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고민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