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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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서야! 미안하다

법무부 블로그 2010. 3. 9. 11:40

선천적 근이양증, 10살 현서의 꿈

 

 

“형, 한판만 더 하자. 응? 응?!”

행복 재활원에서 만난 현서는 선천적 근이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10살 어린이입니다. 이귀남 장관과 함께 책을 읽고 있던 현서가 갑자기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젠가(번갈아가며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나무 블록을 빼내는 게임)을 했는데, 장관과 먼저 한 게임에서 이기고 의기양양해져서 저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현서는 누워서 손가락 하나로 나무를 밀어냈고, 이 장관께서 현서를 도와 나무를 빼내 주었습니다.

 

“야 이거 박빙의 승부다! 하하하~”

 

옆에서 구경하시던 다른 어른들도 점점 우리의 게임에 빠져드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 블록 하나를 뺄 때 마다 숨죽여 집중하는 모습이 게임하는 우리들처럼 진지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현서가 의외로 잘 해서 저도 왠지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무 블록이 점점 빠지고, 이제 하나만 빼면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조심조심 제가 나무 블록을 밀어냈습니다. 그러다가 아차! 하는 순간에 우르르 나무 블록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현서는 한판만 더 하자고 저를 졸랐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 번 더 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꿈이 큰 현서

 

 

 

현서가 앓고 있는 선천적 근이양증이라는 병은 근육이 퇴화되고 몸에 힘이 빠지면서 팔과 다리를 쓰기 어렵고 결국에는 심장까지 멈춰서 죽음에 이르는 희귀병이라고 합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게 정말 속상했습니다. 현서는 장관과 만나면서 내내 누워 있었는데, 실제로도 목 아래의 근육은 하나도 사용하지 못해서 스스로 물건을 잡거나 걸어 다닐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딱딱한 의자가 아닌 거의 누워있는 듯 한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장관을 맞이한 현서는 힘들었는지 자신을 뉘워 달라고 했습니다. 이 장관과 행복 재활원 선생님이 현서를 들어서 편안하게 바닥에 눕혀 주었습니다.

 

현서는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어떤 어린이들 보다 머리가 좋은 것 같았습니다. 동화책과 과학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장관께 책을 들어달라고 하고 소리 내어 큰 소리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바닷물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장관은 현서에게 바닷물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현서는 아직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관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바닷물이라도 떠서 현서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씁쓸하게 말씀 하셨습니다.

 

현서는 장관이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친절하게 차근차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간식을 주실 때 “과자 주세요. 야쿠르트는 이따가 먹을게요.”라며 당당히 자기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서를 바라보는 나는 내가 현서의 입장이라면 참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서는 자기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불편해 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상상의 날개를 펴서 남들 보다 더 많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몸은 누워 있지만, 호기심이 많고 똑똑해 보였습니다. 비슷한 나이인데 저는 이렇게 블로그 기자단을 하면서 취재를 하러 다니는데 현서는 방에 누워 세상을 상상만 한다는 것이 참 속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서와의 만남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장관도 똑똑하고 활달한 현서와의 짧은 만남이 아쉬운 듯 보였습니다. 현서의 꿈이 만화가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손이 아닌 다른 신체 부위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대단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현서도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꼭 자신의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