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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이후, 약혼예물 다시 받아올 수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25. 2. 14. 09:00

 

 

 

혼인하기 전 종종 서로 혼인을 약속하며 예물을 받곤 하는데요, 그런데 만약 혼인에 이르지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을 경우 상대에게 준 예물을 다시 받아올 수 있을까요? 오늘은 민법상 약혼해제와 약혼예물을 다시 받아오는 것에 관한 몇 가지 판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민법에 규정된 약혼해제 사유는 무엇일까?

 

민법은 제800조부터 제806조까지 약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중 약혼해제 사유를 규정한 제804조를 살펴볼까요?

 

민법
제804조(약혼해제의 사유) 당사자 한쪽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
 
1.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2. 약혼 후 성년후견개시나 한정후견개시의 심판을 받은 경우
3. 성병, 불치의 정신병, 그 밖의 불치의 병질(病疾)이 있는 경우
4.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이나 혼인을 한 경우
5.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姦淫)한 경우
6. 약혼 후 1년 이상 생사(生死)가 불명한 경우
7.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늦추는 경우
8.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성년에 달한 자라면 자유롭게 약혼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약혼한 이후 이처럼 상대방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다른 사람과 간음을 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약혼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약혼의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면 됩니다. 만약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약혼해제의 원인있음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간주됩니다(민법 제804).

 

약혼을 해제할 때 당사자 중 일방은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에는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정신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도 포함됩니다.

 

 

약혼예물 수수의 법적 성질은 무엇일까?

 

 

판례는 약혼예물을 받는 것을 두고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약혼예물의 수수는 약혼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므로
,
예물의 수령자측이 혼인 당초부터 성실히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고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의 경우에 준하여
예물반환의무를 인정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5506 판결)

 

 

다시 말해 판례는 약혼예물의 수수는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약혼예물을 준 행위의 효력이 소멸하는 계약과 유사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혼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약혼예물을 다시 받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약혼예물을 받을 당시 애초에 혼인할 의사가 없었고 실제로 혼인하지 않았다면 그 약혼예물을 받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다시 예물을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BA에게 혼인신고를 하면서 혼인예물을 주었습니다. 이후 함께 혼인 생활을 이어가다가, A가 혼인 중 배우자 B에게 부정행위를 하여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BA에게 주었던 예물을 다시 받아올 수 있을까요?

 

위 같은 경우는 예물을 다시 받아올 수 없습니다. 예물을 받고 이미 혼인하여 상당 기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즉 약혼예물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을 때 다시 받아올 수 있는데, 이 사례의 경우 AB는 혼인한 이후 A가 부정한 행위를 하여 이혼한 것이어서 A는 예물을 되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대법원도 일단 부부관계가 성립하고 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이상 후일 혼인이 해소되어도 그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 판시한 바 있습니다(965506). 비록 혼인 파탄의 원인이 예물을 받은자에게 있다 하더라도 그 약혼예물의 소유권은 유책배우자에게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경우는?

 

 

사실혼이란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서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실제 부부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실혼 관계가 단기간에 파탄되었을 때 함께 생활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반환받을 수 있을까요?

 

가령 AB는 사실혼 관계에 있고, A는 함께 생활하기 위해 이불, 가구, 전자제품, 주방용품 등을 B가 준 돈으로 구매하였습니다. 그러나 AB는 불과 1개월 만에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B는 가재도구 등을 구매한 비용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A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사이의 사실혼관계가 불과 1개월만에 파탄된 경우,
혼인생활에 사용하기 위하여 결혼 전후에 원고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가재도구 등을 피고가 점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여전히 원고의 소유에 속한다고 할 것이어서
,
원고가 소유권에 기하여 그 반환을 구하거나 원상회복으로 반환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01257(본소),1264(반소) 판결

 

 

, 위 가상의 사례에 대입하여 살펴보면 AB의 비용으로 구매한 가재도구 등을 점유하고 있더라도 이 가재도구는 B의 소유이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어서 이에 따라 A에게 가재도구 등 구입비용 상당액의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한편 가재도구가 아니라 일방의 금원을 보태어서 아파트를 구입하고 다른 일방이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엔 단기간에 사실혼이 파탄되었을 때 금원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판례는 원고가 결혼 후 동거할 주택구입 명목으로 피고에게 금원을 교부함으로써 피고가 자신의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향후 그 주택의 시가상승으로 인한 이익까지 독점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혼생활이 단기간에 파탄되었다면 형평의 원칙상 위 금원은 원상회복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액 반환되어야 한다(20001257).”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가령 AB로부터 돈을 받아서 X 아파트를 구입하여 A 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사실혼 관계는 1개월 만에 파탄되었다면, AB가 아파트 구입에 보탠 금액을 돌려주어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민법상 약혼해제의 사유와 약혼예물의 법적 성질, 헤어진 이후 약혼예물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약혼예물의 수수는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하다고 판례는 보고 있는 점

따라서 예물을 받은 후 혼인이 성립하지 않았다면 여러 사정에 비추어 약혼예물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법률 상식으로 알고 가면 좋겠습니다.

 

 

 

= 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이도은(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