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거침입죄를 생각하면 내 집 안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단순히 집 안에 들어오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처벌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주 다툼이 있었던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려 합니다.
해당 사례는 대법원 판결까지 간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은 판례입니다.
A가 사는 주택은 1층 공동현관문이 열려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이를 평소 지켜보던 B가 해당 주택 복도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공업용 접착제를 흡입했다.
이를 본 A가 깜짝 놀라 B를 신고하였고, B는 경찰에 붙찹혔다.
집 안 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만 머무른 B씨는 주거침입죄로 처벌될까?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도16019 판결 참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집 안까지 들어간 것은 아니니 주거침입죄 성립은 불가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정답은 주거침입죄로 성립됩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먼저 해당 조항에 의해 주거침입죄는 처벌받게 됩니다. 그리고 주거침입죄의 유무죄 판단 기준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했는지의 여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괄적인 조항만으로 개별적인 사례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전 법원의 판단인 '판례'가 매우 중요합니다.
대법원 판결 전, 원심 판결에서는 B씨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택 1층의 공동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다.
2. B씨의 출입으로 해당 주체의 공동현관문 등 공용부분이 훼손되지 않았다. B씨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을 뿐이다.
3. 공용계단 주위로 본드 냄새가 퍼져 있었다는 사정 등은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한 이후 피고인의 다른 행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B씨는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법원은 판결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동을 하였고, 주거침입죄가 인정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 공용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를 침입해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
2, 주택 1층의 공동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다는 것만으로, 거주자들이 출입을 자유롭게 허용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
3. B씨가 해당 주택에 자유롭게 출입할 어떠한 정당한 이유도 없다. 오로지 본드를 흡입할 목적으로 적당한 장소를 찾은 것이다.
4. B씨의 환각상태는 거주자들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B씨가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동을 하였다고 판결했습니다.
주거침입죄는 단순히 집 안에 ‘들어갔고, 안 들어갔고’ 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주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침해 하였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주거침입죄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흥미로운 판례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몰라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 내 권리를 보장받지 못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서윤덕(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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