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악플'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악성 댓글'을 흔히 부르는 말인데, 익명성의 장막 뒤에 숨어서 타인을 비방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글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하는데, 보통 이런 '악플'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익명성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익명성이 보장되어 있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 하였을 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까요? 우리 법체계는 인터넷상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요?
정보통신망에서의 권리 보호와 명예훼손 정보의 유통 금지
우리 법체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인터넷 명예훼손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1. 이용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1항)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제2항)
3.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됩니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제1항제2호).
그리고 이에 대해선 명확한 처벌 규정이 존재하는데요, 인터넷 명예훼손의 경우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한 범죄이다 보니 '반의사불벌죄'하고 하여 피해자가 그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할 수 없게(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3항).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 명예훼손이 결코 가벼운 죄라는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명예훼손은 모욕죄에 비교해서도 더 강하게 처벌되고, 일반적인 명예훼손보다도 더 강하게 처벌됩니다. 이는 모욕죄보다 명예훼손죄가 죄질이 크기 때문이고, 인터넷의 특성상 그 정보가 퍼지는 범위가 일반적인 명예훼손과는 심한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제1항).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제2항)
자 그럼 이제는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행해지는 명예훼손 행위는 인터넷 명예훼손, 사이버 명예훼손, 온라인 명예훼손,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훼손, 게시판 명예훼손 등과 같이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인터넷 명예훼손'으로 통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예'의 개념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명예의 개념은 객관적 명예개념과 주관적 명예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 명예개념은 내적 명예와 외적 명예를 포괄하는 개념이고, 주관적 명예개념은 명예감정을 의미합니다.
▶ 내적 명예는 자기 또는 타인의 평가와 독립하여 객관적으로 지니는 내부적 가치 그 자체이며, 타인에 의해 침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 반면에 외적 명예는 한 개인의 인간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데, 이에 의하면 인간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외부적 평가를 훼손시키는 행위가 바로 명예훼손죄에서의 행위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출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12 사이버권리침해 대응 안내서』 14쪽]
"인터넷 명예훼손"이란 사람을 비방(誹謗)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써, “사이버공간에서 행해지는 명예훼손”을 말합니다. 인터넷 명예훼손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카페 또는 트위터 등에 공개적으로 작성한 게시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개인 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와 같은 공인, 기업체·공공기관·학교 등 법인이나 단체에 대한 비방내용을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 불특정 또는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12 사이버권리침해 대응 안내서』 13쪽]
그렇다면 인터넷 명예훼손의 요건은 무엇일까요?
1. 사람을 비방할 목적
2. 정보통신망
3.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의 적시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차근차근 알아보러 가볼까요?
사람을 비방할 목적?
인터넷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필요한데, 이것은 가해(加害)의 의사나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해당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모든 사항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 때문에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648 판결 참고]
※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없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나 타인을 모욕하는 경우에는 「형법」에 따른 명예훼손죄, 모욕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말합니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
※ "전기통신설비"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기 위한 기계·기구·선로 기타 전기통신에 필요한 설비를 말합니다(「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 및 제2호).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의 적시
인터넷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타인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함을 의미합니다[출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12 사이버권리침해 대응 안내서』 15쪽].
용어정리가 끝났다면, 이제는 하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례를 알아보는 게 도움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넷 명예훼손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아래 사례 예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2012 사이버권리침해 대응 안내서』를 참조했습니다.
비방: 공개적으로 타인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거나 헐뜯는 행위
▶ 사례
OO 카페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정리한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저한테 안 좋은 감정을 품었던 분들이 심한 욕설과 함께 실명을 거론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쇼핑몰을 정리하면서 환불을 다 안 해줬다고 하면서……. 공개 글로 올려놓은 상태라 저를 모르는 분들에게도 저는 마치 사기꾼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폭로: 타인과 관련된 부정이나 비밀과 관련하여 특정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 사례
결혼하기 전부터 직장에서 아주 친하게 지냈던 남자상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근무시간에 메신저로 사적인 얘기도 하고, 공적인 얘기도 하면서 지냈는데 며칠 전 직장동료가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자상사와 제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저장하여 복사한 후 회사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저와 상사의 관계를 부도덕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사생활 침해: 타인의 사생활을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행위
▶ 사례
헤어진 옛 애인이 저의 사생활 및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제 사생활을(제가 OO와 잤다는 등)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알리고 있습니다.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 OO 카페’ 게시판에 제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면서 협박하고 있습니다.
사이버모욕죄와 다를까?
오늘 알아본 인터넷 명예훼손은 ‘사이버 모욕죄’와 자주 비교되기도 합니다.
사이버 모욕죄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외부적 명예를 훼손시킨 경우 성립하는데,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형법」 제311조).
인터넷 명예훼손죄와 사이버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부적 명예인 점은 같습니다. 다만 인터넷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여 명예를 침해함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사이버 모욕죄와 다릅니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오늘은 이렇게 ‘인터넷 명예훼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하여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서로 간의 존중을 통해 정보통신망을 아름답게 꽃피워가기를 바랍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정건일(중등부)
참고: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https://www.easylaw.go.kr/CSP/Main.laf)
국가법령정보센터(https://www.law.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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