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공탁제도라고 들어보셨나요? 형사공탁제도는 쉽게 말해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돈을 지방 법원과 같은 공탁소에 맡기는 것을 뜻합니다. 법원은 이를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근거로 삼아 판결 시 참작하여 양형을 정합니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기습공탁’, ‘먹튀공탁’이라는 문제점이 있어, 법무부가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법안을 내놓았었는데요. 2024년 9월 26일 해당 사안을 담고 있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어 우리나라의 법이 조금 더 피해자의 편에 서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저와 함께 형사공탁제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기존 형사공탁제도의 문제점과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어떻게 변하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해요.
형사공탁제도란?
형사공탁제도는 변제공탁의 일종으로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금전을 법원에 맡기는 제도입니다. 우선 형사공탁제도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변제공탁을 알아야 합니다.
변제공탁이란 민법상 규제된 제도로서 채무 변제의 목적물을 채권자를 위해 공탁소에 맡겨서 그 채무를 면제하는 제도입니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1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해봅시다. A가 빌린 돈을 자신이 필요로 하던 데 잘 쓰고 채무 만기일이 되어 빚을 갚을 날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모종의 이유로 A가 B에게 직접 상환액을 전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A는 공탁소에 그 돈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B의 변제의무는 끝이 나게 되고 A가 공탁소에서 돈을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변제공탁은 대략 이런 과정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형사공탁제도는 무엇일까요?
변제공탁이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한 변제 의무를 공탁을 통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비춰봤을 때 형사공탁제도가 어떤 제도일지 감이 오시죠? 네, 형사공탁제도는 ‘채무자’를 ‘피고인’으로 ‘채권자’를 ‘범죄피해자’로 대체해주시면 됩니다. 공탁소는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일 것이며 피고인이 짊어진 부담은 피해자의 권리 회복일 것입니다. 다만 민사와 달리 형사제도라는 점에서 민사상의 변제공탁제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러한 공탁행위가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원만한 합의에 기초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피고인과 피해자 간에 합의가 이뤄졌다면 당사자 간 직접 금전적 가치를 지닌 목적물을 주고 받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탁행위의 목적입니다. 피고인의 형사공탁행위의 형식적으로는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피고인 본인의 형량 감경을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권리 회복에 책임을 다하기 보다는 국가가 부과하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수단으로 해당 제도를 이용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기존 제도의 문제점(법률 개정 배경)은?
지금까지는 형사공탁제도가 무엇인지를 변제공탁제도와 비교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 형사공탁제도에 대한 개정이 필요했던 이유 즉 제도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형사공탁제도 개정안은 기존의 형사공탁제도에서 비롯한 문제로 인해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기존 형사공탁제도 역시 그 이전의 형사공탁제도의 결점을 개선하기 위한 개정을 거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면 형사공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형사공탁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감경 사유가 되기 때문에 피고인이 여유만 있다면 형사공탁을 하지 않을 이유는 딱히 없었습니다. 그러나 범죄피해를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 피고인에게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것은 누가 보아도 굉장히 비합리적인 상황입니다. 이런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피고인이 피해자 측에 합의를 종용하거나 합의를 위해 피해자를 위협하는 등의 2차 피해가 초래되었습니다.
그래서 2022년 피해자의 동의나 인적사항을 모르더라도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형사공탁특례가 시행됩니다. 해당 특례에 따르면 공탁서에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더라도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이나 사건번호 등을 기재하는 것으로 공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로써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피고인의 공탁을 통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형사공탁특례 역시 문제점을 초래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앞서 등장했던 기습공탁과 먹튀공탁입니다.
법무부는 기습공탁과 먹튀공탁을 위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록 형법이 국가와 피고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공법이기는 하나 그런 형법이 적용되는 곳은 사법시스템입니다. 사법체계는 그 본질상 피고인에 대한 형벌을 넘어 피고인과 피해자 간의 화해 그리고 피해자의 권리회복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형사공탁제도는 그 특성상 사법 체계의 궁극적 지향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단순히 피고인의 감형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형사공탁제도는 시대적으로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가 중요해지며 그러한 가치를 고려한 제도로 거듭나려는 시도로서 형사공탁특례로 개정되었습니다. 여기서 피해자의 동의나 인적사항을 불요 사항으로 만든 것이 화근이 되어 기습공탁과 먹튀공탁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개정 결과는?
기습공탁은 법원이 피해자의 공탁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먹튀 공탁은 공탁금 회수 제한 신고가 명확히 법제화 되어 있지 않아 발생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법무부는 위와 같은 악용 사례를 방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2024년 7월 26일 형사공탁 시 법원이 피해자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는 절차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형사공탁금에 대한 회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공탁법 개정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하였고 두 개정안이 2024년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올해 9월 26일 국회 본회를 통과한 형사공탁제도 개정안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인해 범죄피해자들은 형사사법의 한 축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절차적 권리를 충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범죄피해자가 사법체계에서 소외되지 않고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실제 사법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 제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장지형(성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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