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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로 알아보는 분묘발굴죄

법무부 블로그 2024. 6. 25. 10:00

 

 

 

 

한식이나 추석 등의 명절을 전후하여 우리는 벌초와 성묘를 갑니다. 간혹 여름철 장마와 멧돼지 등의 들짐승으로 인해 자신의 조상 또는 부모님의 분묘가 파헤쳐져 있거나 훼손된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후손이나 자식 된 도리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국민들의 의식변화로 장례방식이 매장에서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여 분묘와 관련한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영화 파묘가 상영되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영화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토대로 장사절차와 법률상 위법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실제 사례는 어떻게 판결 내려졌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파묘는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에 대한 오컬트 작품으로, 조상의 묫자리가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이화림(김고은 분)과 제자 봉길(이도현 분)은 미국 LA에서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부동산 재벌가 집안의 장손을 만납니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채고 이장을 권한 후, 풍수지관 김상덕(최민식 분) 및 장의사 고영근(유해진 분)을 합류시키고자 합니다. 4명은 묫자리로 가지만, 풍수지관 상덕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듣도 보도 못한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라며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참여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러나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됩니다.

 

 

“저런 데 잘못 손댔다가는 지관부터 일하는 사람들까지 싸그리 다 줄초상 난다”며 거절하는 상덕 (출처: 롯데시네마)

 

 

 

 

장사의 방법과 절차는?

 

영화 제목 파묘는 무덤을 파헤치고 시신을 꺼내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무덤이라고 말하는 분묘란,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이나 유골 또는 유발(고인을 기념하기 위하여 보존한 모발) 등을 매장하여 제사를 통해 예의를 표하고 인사를 드리기 위한 곳입니다. 영화에서는 의뢰인 박지용(김재철 분)이 상덕에게 개관하지 않고 비밀리에 화장할 것을 부탁하자, 상덕은 신고 후 개관을 한 다음에 유골을 수습하고 나서 이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이라고 절차에 대해 상세히 알려줍니다. 실제 법에 따른 절차는 어떻게 될까요.

 

클립아트코리아

 

 

장사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보건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사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망 또는 사산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가 아니면 매장 또는 화장을 할 수 없고, 공설 및 사설묘지 외에서는 매장을 할 수 없고,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할 수도 없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매장 및 화장의 시기) 사망 또는 사산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가 아니면 매장 또는 화장을 하지 못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임신 7개월이 되기 전에 죽은 태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신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조(매장 및 화장의 장소) ① 누구든지 제13조(공설묘지 등의 설치) 또는 제14조(사설묘지의 설치 등)에 따른 묘지 외의 구역에 매장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매장을 한 사람은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하며, 개장이나 화장하려는 사람도 동일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8(매장·화장 및 개장의 신고) 매장을 한 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 한다)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화장을 하려는 자는 화장시설(7조제2항 단서의 경우에는 화장을 하는 시설 또는 장소를 말한다)을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장을 하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시신 또는 유골의 현존지(現存地) 또는 개장지를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각각 신고하여야 한다.

1. 매장한 시신 또는 유골을 다른 분묘로 옮기거나 화장하는 경우 : 시신 또는 유골의 현존지와 개장지

 

 

 

따라서 의뢰인의 요청대로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웃돈을 건네며 화장을 한 것은 위법이며, 장사법42조 제1항 제1호에 의거하여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무연고 무덤일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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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달리 주인이 없는 무연고 무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요. 장사법17조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이나 문화재 보호구역 등에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 또는 자연장지를 설치·조성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장사법19조에 따르면, 분묘의 설치기간은 30년이고 기간을 경과한 분묘는 허가를 받아 1회에 한하여 30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간이 종료한 경우, 분묘의 연고자는 끝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분묘에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거나 봉안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친척의 외면으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었든지, 타인의 땅이나 연고자의 승낙 없이 해당 묘지에 설치한 분묘는 화장 후 일정 기간 봉안하여 처리합니다.

 

 장사법
제28조(무연분묘의 처리) ①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1조(묘지의 일제 조사)에 따른 일제 조사 결과 연고자가 없는 분묘(이하 “무연분묘”라 한다)에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화장하여 일정 기간 봉안할 수 있다

 

 

무연고 분묘의 경우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처리하였을 경우 소송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연고 분묘의 처리방법 및 개장 절차는 무연고 분묘 확인 팻말 설치 → ② 공고(중앙지+일간지 혹은 중앙지+·도 홈페이지에 90일 이상, 2회 이상) → ③ 무연고 증빙 자료 및 서류 수집 → ④ 개장 허가신청 → ⑤ 개장 및 파묘 → ⑥ 화장(납골 및 봉안당에 10년 이상 안치) → ⑦ 해당 관청에 보고서 제출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동의 없이 분묘를 훼손하면, 분묘발굴죄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풍수지관 상덕은 의뢰받은 파묘 작업이 끝난 후 파묘했던 현장을 홀로 다시 찾아가서 무덤자리를 다시 파 내려가다가 정체불명의 관이 수직으로 하나 더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상덕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영근은 함께 첩장된 관을 파내고 화림, 봉길이 힘을 보태어 관을 꺼냅니다. 관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고 허락도 받지 않은 4명의 행동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 출처 :  롯데시네마 )

 

 

 

우리 형법상 허락 없이 다른 사람 무덤을 파거나 발굴하면 형사책임을 지게 됩니다. 여기서 발굴이란, 복토의 전부 혹은 일부를 제거하거나 묘석 등을 파괴하여 분묘를 손괴 또는 훼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상덕은 3명은 분묘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인데 함부로 분묘를 무단으로 발굴하였기 때문에 분묘발굴죄가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집니다.

 

 형법
제160조(분묘의 발굴) 분묘를 발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검증·감정 등을 받고 법에 근거하여 절차에 따라 발굴한 경우와 개장·이장·수선 등을 위해 제사주재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분묘발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 처벌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례>
A는 자신의 소유 임야에 안치된 조상 및 가족들의 10기의 분묘를 관리하고 있었다.
A는 고령, 건강상의 이유로 관리가 어려워지자 다른 곳으로 이장하기로 마음을 먹고,
10기의 분묘를 호주상속인의 허락 없이 인부들을 동원하여 발굴하였다.

재판부의 판단은?!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피고인이 예를 갖추어 분묘를 발굴하여 이장하였다고 하더라도, 
분묘 발굴 당시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전속하는 제사주재의 지위에 있지 아니하였고, 
제사주재자로부터 분묘 발굴에 대한 승낙이나 동의를 받은 바 없음이 인정됨

(대전지법 2015고단1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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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영화 파묘를 통해 올바른 장사절차와 분묘발굴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조상님의 묫자리가 좋아야 좋은 기운을 받아 후손들이 번창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죽은 자를 산에 장사지내면 그 유해가 땅의 기운을 받고, 그 여음이 자손에게 전해져서 마치 나무뿌리가 땅의 기운을 받아 꽃과 열매가 번성하는 것과 같다는 것인데그러나 아들이라면 혹 그 기를 받을 수 있겠지만 후손까지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묫자리를 잘 써야 후손이 잘된다는 믿음보다는, 후손이 잘 되어서 고인을 좋은 명당에 모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 16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박민성(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