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안으로 A씨가 들어왔습니다. A씨의 손에는 인분이 들어있는 물통이 들려있었습니다. 그는 근무 중인 순경을 향해서 인분이 들어있는 물통을 집어던지고, 책상위에 있던 재떨이에 다시 그 인분을 퍼 담아 던지며 동시에 폭언까지 했습니다. 다행히도 순경은 A씨가 던진 인분에 맞지 않았고, 어떠한 외상을 입지도 않았습니다.(대법원 81도326)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을 폭행으로 보아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어떤 이유로 폭행을 인정한 것일까요?
최광의의 폭행, 광의의 폭행, 협의의 폭행, 최협의의 폭행
일단 법에서 정의하는 4가지 폭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최광의의 폭행은 사람이나 물건 등 대상을 불문하고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합니다. 내란죄, 다중불해산죄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광의의 폭행은 대상이 사람으로 한정되게 됩니다. 사람에 대한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들어가는데, 앞서 보았던 사례 역시 이 범주에 속하는 것입니다. 광의의 폭행에서 말하는 직접 폭행이란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고, 간접폭행이란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간접적으로 사람의 신체에 대해 작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협의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폭행죄의 폭행이 이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사람의 신체에 대한 직접폭행만을 의미하고 간접폭행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앞서 보았던 판례와 비교되는 판례가 있는데요, 이번에는 경찰관이 아닌 일반 시민을 향해 비닐봉지에 넣어둔 인분을 던진 경우였습니다. 대법원은 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에 대한 직접폭행만을 의미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폭행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75도2673)
마지막으로 최협의의 폭행은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합니다. 앞선 세 범주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최협의의 범주는 주로 강도죄나 강간죄 등에 적용되는 폭행의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폭행의 개념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볼까요?
폭행은 그 성질상 반드시 신체상 가해의 결과를 야기함에 족한 완력행사가 있음을 요하지 않고 육체상 고통을 수반하는 것도 요하지 않으므로 폭언을 수차 반복하는 것도 폭행인 것이다.
(대법원 4289형상297)
대법원의 판결 요지입니다. 폭행의 개념에 대해 폭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비슷한 판례가 있는데요, 피고인 A가 피해자 B에게 일주일에 4~5일정도 하루에 수십번씩 전화를 하여 수회에 걸쳐 폭언과 욕설을 반복하여 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도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것은 폭행에 해당한다는 판결 요지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다른 판례를 한번 볼까요?
단순히 눈을 부릅뜨고 " 이 XX야, 가면 될 거 아니야"라고 욕설을 한 것만으로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데 그칠 뿐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려워 폭행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2001도277)
이 판결에서는 욕설은 폭행죄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차이점이 보이시나요?
물론 폭언 및 욕설도 폭행이 될 수 있지만, 그 행위를 반복했는지, 그 행위가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여부 등 '폭행 및 욕설의 정도'가 폭행죄의 여부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 것입니다.
앞서 폭행의 개념과 관련된 범주들을 설명하며 다양한 판단기준을 설명드렸는데, 그 당시만 해도 사소한 것들도 폭행죄가 성립될 줄 알고 계신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판례를 하나 더 볼까요?
채권자 A가 빚 독촉을 하다가 시비가 걸린 상황입니다. 채무자 B가 A의 멱살을 잡고 흔들자 그것을 뿌리치며 B를 뒤로 밀쳤고 B는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 순간 채무자 B의 등에 업혀있던 생후 7개월 된 딸이 두개골절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밀친 행위에 대해 "폭행죄의 폭행은 반드시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폭행으로 인정했고, 결국 A는 폭행치사죄가 인정되었습니다.(대법원 72도2201)
그러나 다른 판례에서는 B가 A를 쫒아오며 싸움을 걸자 B의 멱살을 잡고 밀어 넘어뜨린 행위에 대해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에 속한 것이라며 폭행죄 성립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83도942)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폭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폭행이라 생각한 행동이 그 당시의 정황 및 정도에 따라 폭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행동들, 대표적으로 "생일빵"이라 불리는 문화가 사실은 폭행죄 또는 특수폭행죄가 성립하는 것처럼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사이에 범죄를 저지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서 폭행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단어 하나 차이로 폭행의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사소한 행동이 폭행이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어보는 게 어떨까요?
글 = 제15기 법무부 국민기자단 손정민(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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