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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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직접 해봤습니다!

법무부 블로그 2022. 5. 31. 17:30

 

 

악법도 법이다.”

많이 들어보셨죠? 사실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라 일본 법 철학자가 자기 책에 위 일 일화를 인용하며 악법도 법이므로 잘 지켜야한다.’ 라고 주장했는데 그것이 와전된 것이라 합니다.

 

 

제대로 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소크라스테스가 사회에서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이를 견제한 나라에서 교묘한 사상으로 혹세무민한다는 명목을 걸어 독약을 먹고 죽는 형벌을 내렸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 제자들이 이건 잘못된 법이다. 따를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하니 소크라테스가 위와 같은 말을 남기며 독약을 마시고 죽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법은 사회 약속이기 때문에 당장 틀렸을지언정 그것을 따라야 한다며 실정법과 사회규칙을 강조하는 일화로 많이 소개됩니다.

 

 

▲  소크라테스의 죽음 ( 작자 미상 )

 


법은 하루아침에 어느 누가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약속한 것이니까 그것은 내 상식에 맞지 않아도 따라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법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졌다고 해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 날 배터리로 하천에 전기를 흘려 물고기를 잡는 것이 불법입니다. 그런데 과연 배터리가 개발되기 전에도 그것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었을까요? 배터리가 개발되면서부터 동시에 배터리를 사용한 어획에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바로 금지하도록 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배터리가 개발되고 이를 활용해 하천 물고기 씨를 말리는 어획형태가 생태계를 크게 파괴하는 등 문제가 되자 이를 법에 명시해 금지해두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법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늘 변합니다. 그런데 법은 언제 어떻게 누가 바꾸는 걸까요? 오늘은 그 여러 가지 방법 중 한가지 방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불합리한 법령규제를 찾아 바꾸는 규제개혁입니다.

 

 

규제개혁 알아보기

 

 

정부에서 벌써 몇 년 전부터 강조하는 개념 중 규제개혁이 있습니다. 규제개혁이란 말 대로 무언가를 해라, 하지 마라하는 통제를 최대한 없애서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을 강조한다는 개념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행정용어로다가 ‘~해라를 작위, ‘~하지마라를 부작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규제라는 것을 무조건 풀어버려도 되는 걸까요? 가령 동물을 학대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동물을 학대하든 말든 개인 자유니 알아서 해라~규제를 풀어버린다면, 또 여러 다양한 모든 사회분야에서 이러한 규제를 일괄적으로 풀어버린다면 사회질서 유지가 어려울 것입니다. 즉 법으로 작위, 부작위 의무를 정하는 규제가 무조건 나쁘고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렇듯 필요한 규제도 있습니다.

 

 

이런 규제, 규제개혁에 대해서도 기준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 기준은 <행정규제기본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행정규제 기본법 제2조는 행정규제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규제기본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행정규제”(이하 “규제”라 한다)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국내법을 적용받는 외국인을 포함한다)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령등이나 조례ㆍ규칙에 규정되는 사항을 말한다.
(…중략)
② 규제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제 앞에 붙은 행정이란 말입니다. 즉 아무 규제나 개혁할 것이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가(규제 주체), 특정한 행정 목적 실현을 위해(목적, 의도) 국민(대상)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부과하는 것(내용)으로서 법령이나 조례규칙에 규정하는(형태)라고 규제개혁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 행정기관이 아닌 일반기업에서 사규로 직원들을 몇시까지 출근해라!라고 정하고 강제한다고 해서 그것이 규제개혁대상은 아니라는 거입니다. 민법, 상법에 따른 사안들이나 회사생활 등을 규정하는 경우 등도 그렇습니다. 그밖에 범죄수사 등 형사에 관한 부분, 병역, 국가안보 방위, 조세, 조직내부 인사 등 분야에 대해서도 예외영역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다만 규제개혁 형태에 대해서는 좀더 넓게 해석하여 꼭 법이나 조례같은 법형태를 띄지 않더라도 지침, 관행 등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규제로써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행정규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행정부문에 규제개혁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2010년 즈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인허가라든지 법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 기업들이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자 그런 제약들을 최소화해서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이제는 우리 생활을 규제하는 민생, 생활형 규제에 대해 그 대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초점이 거시적인 영역에서 미시적인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규제개혁 추진과 관련하여 각 정부와 지방행정기관들은 규제개혁 발굴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문고라든지 각 기관 누리집(홈페이지)에 접수게시판을 설치하기도 하구요, 전담부서를 설치, 우수사례 경진대회, 사례집 제작배포, 회사를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정례행사를 추진하기도 하고 규제개혁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을 포상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2021  법무부 규제개혁 핵심성과  ( 출처 / 법무부 홈페이지 )  클릭

 

 

 

 

 

규제개혁 직접 해볼까요?

규제개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법이 어디있어?’라고 느끼는 순간이 곧 규제개혁 시작지점입니다. 누구든 개선하고픈 법, 조례 등 제도가 있다면 국민신문고나 규제개혁신문고 등을 통해 해당 법을 건의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제목을 쓰고 무엇이 문제인지, 그렇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규제개혁과 일반 제안제도의 차이는 어떤 법령(규제)를 바꾸느냐 마느냐 정도입니다.

 

 

▲  ‘ 규제개혁 신문고 ’  첫화면

 

 

 

그러나 규제개혁 안건을 접수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뚝딱-하고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를 인지했다면 그 사안을 어떤 법 몇조 몇항이 규정하고 있는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줘야 한다.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말처럼 요구나 질문이 정교할수록 돌아오는 답변 품질도 올라갑니다.

 

다만 이렇게 규제개혁을 건의해도 이것이 바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개선에 대해 문제인지 단계에서 해당기관 공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우리가 볼땐 이거 괜찮은데?) 또한 규제 상당수는 가치판단 문제이기 때문에 한쪽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가축사육제한구역을 예로 들면 가축사육제한구역을 확대하는 것이 사육업체에게는 규제지만 시민입장에서는 쾌적한 생활권을 보장하는 것처럼요.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 상황, 행정부담에 따라 규제개선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한 예를 들면 건축물을 지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캐노피 관련 규정을 말할 수 있습니다. 캐노피는 건축물에 돌출되는 소형지붕으로 비가림, 낙하물 충격 예방을 위해 설치하는 처마 일종입니다. 2016년 저는 기관 규제개혁 담당자로서 의견청취를 위해 어느 기업현장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제품이 노상에 적치되어 비바람을 맞으며 포장이 변색되고 너덜너덜해진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상하차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비해가림 시설이 없어서 고생이었죠.

 

이것을 보고 해당법령을 확인해보니 공장은 캐노피를 설치할 때 1미터가 넘어가면 건축물 면적에 포함하도록 되어 있던 겁니다. 당연히 증개축할 때 제약이 컸습니다. 그런데 공장은 1m까지 설치할 수 있게하면서 한옥은 2m, 축사는 3m, 전통사찰은 4m까지 캐노피를 할 수 있게 되어있던 겁니다? 왜 유독 공장만 다른 기준을 적용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기준은 불합리하므로 합리적으로 바꿔달라고 국토부 규제개혁 개선게시판에 안건을 등록했습니다.(공무원이 아닌 개인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

 

그곳 전문위원과 통화하며 개선안을 가다듬었고 이후 행자부(현 행안부)와 국토교통부가 결국 안건을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국토교통부가 해당법령을 개정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공장이 증개축 대신 캐노피를 유연하게 활용할 경우 8조상당 비용절감을 기대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캐노피에 대한 건폐율 적용제외

 

 

 

 

또 다른 사례는 헌혈증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헌혈을 하면 카드 크기 헌혈증서를 나눠주는데 이 헌혈증을 제시하면 수술할 때 혈액을 헌혈증당 일정량을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하시는 분들이 수혈을 위해 다량 헌혈증을 구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헌혈증이 분실훼손되기 쉽고, 멀리 전달하기도 어려우며, 출력하는 종이비용도 아깝다고 생각을 했습니다.(전국 헌혈의 집에서 출력기계 갖다놓고, 전용 용지로 출력하고, 잉크 들어가고 등등) 저는 즉 헌혈증을 통해 내 헌혈을 양도할 수 있는 권리, 편리를 제한하는 규제라 판단한 것이거든요.

 

2016년 처음 보건복지부에 <혈액관리법>14조가 규정하는 헌혈증서에 대한 부분을 전산처리로 바꿔달라 건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2019년 드디어 보건복지부가 해당 문제를 수용하여 향후 혈액원 운영계획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  법령을 바꿀 때 흔히 사용하는  ‘ 신 ‧ 구 조문 대조표 ’

 

 

 

규제개혁 기대효과

 

이런 규제개혁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와 직접 연관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나와 무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것들을 계속 보완하고 개선하다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더 좋게 바뀐다는 거겠지요.

 

 

규제개혁이 시사하는 가장 큰 점은 법이 누군가 나를 억압하기 위해 정한 절대불변의 고정적이고 위압적인 규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법은 나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정한 약속으로 누구든 그 법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법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꿔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흔히들 우리가 살면서 법령을 옆에 끼고 살 일은 없어도 법은 알게모르게 우리 사회전반에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평소 법에 대해 관심을 갖고 법 관련 제도에 참여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지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지 않을까요?

 

 

 

 

= 14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조남식(성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