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이 어떠한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수사를 받는 것일 텐데요. 만약 그런 상황에 맞딱뜨렸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수사 절차를 잘 모르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드라마 ‘로스쿨’ 속 장면을 통해 수사를 받는 과정과 만약 억울하게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기사는 드라마 ‘로스쿨’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로스쿨’은 대한민국 최고의 로스쿨 교수 양종훈과 그의 제자들이 어떠한 사건에 얽히게 되고, 이를 풀어나가는 법정 미스터리 드라마로서 로스쿨 학생들의 생활을 면밀히 살펴봄과 동시에 예비 법조인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자질들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수 있는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긴급체포!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대한민국 최고의 로스쿨인 한국대 로스쿨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연주동 약물 살인사건에 관한 모의재판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형사들이 들이닥칩니다. 형사들은 본 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서병주 교수가 사망함과 동시에 흉기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에서 검출된 지문과 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족적들 중 하나가 일치하며, 해당 족적의 신발이 분실된 상태라는 점, 사건 당일 해외로 출국하는 편도 티켓을 예약했다는 점을 근거로 양종훈 교수를 긴급 체포합니다.
여기서 ‘긴급 체포’란 형사소송법 제 200조의 3에 의하여 ①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or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②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며, ③ 지방법원 판사에게 체포영장을 받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일 때 수사 기관이 피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드라마에서 양종훈 교수는 ①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할 상황이며, ②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족적을 가진 신발을 인멸하였다고 의심되는 상황이고, ③양종훈 교수가 당일 해외로 출국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는 점에서 긴급 체포가 된 것입니다. 다만, 이 긴급 체포 역시 수사 기관이 피의자를 긴급 체포한 즉시 긴급 체포서를 작성해야 하며, 긴급 체포된 지 48시간 이내에 지방법원 판사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또한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거나, 발부 받지 못했을 때는 피의자를 그 즉시 석방해야 합니다.
긴급 체포는 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수사기관에 의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수사 당시의 증거가 특정인을 향하고 있거나, 과도한 수사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않게 긴급 체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죄를 범하였지만 구속까지는 너무하다고 본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법적으로 대처를 해야 할까요?
바로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앞서 설명한 긴급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검사가 판사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한 다음에 시행되는 제도인데요, 검사로부터 구속 영장 청구를 받은 판사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피의자를 불러서 직접 심문을 함으로서 수사 기관에서 적법하게 피의자를 체포한 것인지를 확인함과 동시에 구속까지 할 필요성이 존재하는지를 판단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만약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피의자를 체포했거나 구속할 필요성이 존재할 경우에는 그대로 구속 영장이 발부되어 피의자는 구속이 되지만, 수사기관에서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거나 구속까지는 무리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구속 영장을 기각 (구속 영장을 발부하지 않음) 하는 것입니다.
형사 소송법
제 200조의 3 (긴급 체포)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경우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1.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2.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
② 사법경찰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에는 즉시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③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에는 즉시 긴급체포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④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긴급체포서에는 범죄사실의 요지, 긴급체포의 사유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압수 수색 영장이 발부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해당 장면은 본 드라마 2화에 나온 장면입니다. 형사들은 양종훈 교수의 범행 동기와 사건에 관련된 증거를 수집하던 도중, 양종훈 교수의 휴대폰에 무엇인가 들어있다고 생각하여 양종훈 교수에게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해달라고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하였으나, 양종훈 교수는 압수수색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휴대폰의 잠금 해제를 거부하였고, 이에 형사들이 검사에게 요청하여 압수수색을 청구한 뒤, 판사에게 발부받은 휴대폰 잠금 해제에 관한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자 그제야 양종훈 교수는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를 합니다.
왜 수사기관은 영장을 발부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일까요? 이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대한민국 헌법 제 12조와 형사소송법 제 215조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앞선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는 ①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것을 요청하면 ② 검사가 지방법원 판사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③ 지방법원 판사가 해당 영장을 발부하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그렇다면 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었을 때는 법적으로 어떠한 대응을 해야 할까요?
①먼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고 해당 절차를 진행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 118조를 보면 “압수수색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영장을 보여주지 않고 진행한 압수수색 절차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압수수색 과정이 아니므로 해당 절차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는 위법한 증거가 되어 법적 효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한 후, 해당 과정을 밟는지를 살펴보아야합니다.
② 수사기관이 영장에 적혀있는 그대로 절차를 진행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 114조에는 압수수색 영장의 형식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과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및 물건, 영장 발부 연월일, 영장의 유효기간과 해당 기간이 지나면 집행에 착수할 수 없으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영장의 유효기간은 1주일을 의미하며, 이를 초과한 상태에서 해당 영장을 근거로 취득한 증거는 법적 효력을 잃습니다. 더불어 영장에 기재된 장소에서 벗어난 곳에서 증거를 취득한 경우,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혐의에 관한 증거를 취득한 경우 역시 해당 절차에서 취득한 증거는 법적 효력을 잃게 됩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새로운 범죄 혐의를 추가해서, 새로운 장소를 특정해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다시 발부 받은 후 해당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 체포ㆍ구속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 소송법
제114조 (영장의 방식) ① 압수ㆍ수색영장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고 재판장이나 수명법관이 서명 날인하여야 한다. 다만, 압수ㆍ수색할 물건이 전기통신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작성기간을 기재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의 성명
2. 죄명
3. 압수할 물건
4. 수색할 장소ㆍ신체ㆍ물건
5. 영장 발부 연월일
6. 영장의 유효기간과 그 기간이 지나면 집행에 착수할 수 없으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7.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
② 제1항의 영장에 관하여는 제75조제2항을 준용한다.
제118조 (영장의 제시) 압수ㆍ수색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
제215조 (압수 수색 검증)
①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②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구속이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
해당 장면은 양종훈 교수가 앞선 증거들로 인해 결국 구속 영장이 발부가 되어 구속이 된 장면입니다. 여기서 ‘구속’이란 형사소송법 제 201조에 의하여 ①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할 상당한 이유가 존재하고 ②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으며 ③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존재할 때 ④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검사가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고, 판사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를 장기간 제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드라마에서는 양종훈 교수가 ①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할 상황이며, ②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족적을 가진 신발을 인멸하였다고 의심되는 상황이고, ③양종훈 교수가 당일 해외로 출국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는 점에서 검사가 지방법원 판사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였고, 이를 판사가 구속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구속 영장을 발부하여 양종훈 교수를 구속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구속 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한 번 더 피의자가 억울하게 구속되는 일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구속이 된 경우, 구속 결정에 이의가 생길 수 있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구속적부심 제도를 활용하면 됩니다. ‘구속적부심 제도’란 피의자가 구속이 된 후 피의자 자신 or 변호인 등이 신청하여 구속 결정에 이의가 있거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 된 경우, 구속 후에 피해자와 합의를 보았거나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경우 등 구속이 적법하게 진행되었는지, 구속의 필요성이 존재한지에 대해 심사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본 심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한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대한 일종의 재심의 역할이라고 보면 편합니다. 여기서 판사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부당하거나 필요 없다고 판단할 경우, 피의자는 석방이 됩니다.
드라마 ‘로스쿨’로 알아보는 수사절차에서 알아두면 좋은 법률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생각보다 수사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을 챙겨줄 요소가 많이 숨어 있지 않았나요? 법은 죄지은 자를 엄하게 처벌해야하지만 반대로 무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간과하면 안됩니다. 살면서 수사받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살면서 혹시나 억울하게 수사를 받아야 할 경우가 있을지 모르니, 상식으로 잘 알아두면 좋겠네요!
글 = 제13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오성민(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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