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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하늘아래 미투(#metoo)를 외치다! 춘향전 다시보기

법무부 블로그 2018. 4. 19. 11:00



춘향전, 미투운동과 엮어서 낯설게 보기

조선시대 최고의 로맨스 소설 춘향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야기는 절세미녀 춘향과 이몽룡의 러브스토리와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하는 변학도의 간악한 탐욕에 대한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신분을 뛰어넘는 애틋한 사랑과 정조의 상징으로 알고 있었던 소설 춘향전의 이면에,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METOO 운동의 요소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유교문화가 뿌리 깊었던 조선시대에 감히 천민인 춘향이 사또의 수청을 거부한 행동은 목숨을 건 용기였을 겁니다. 요즘 수많은 #METOO로 터져 나오는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조선시대 판 사례가 바로 춘향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변학도의 권위에 의한 성폭력에 저항하며 수청을 거부하고 정조를 지켜낸 춘향의 노력, 더불어, 사또가 자신에게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고을 전역에 알린 춘향의 용기는 #MeToo의 정신과 닮아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춘향에게 수청을 들게 한 변학도는 무슨 죄?


고전소설 춘향전의 배경인 남원 광한루 (클립아트코리아)


남원 고을에 새로 부임한 변학도는 고을의 백성들에게는 소홀하면서도, 오직 기생에게만 관심을 보입니다. 남원에 춘향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기 앞으로 불러오라고 하지만, 춘향이 이를 거부합니다. 그러자 변학도는 춘향의 어머니인 월매가 기생임을 알고, 고을 내 관기(나라에서 관리하는 기생)들을 점검하겠다는 명목으로 기생을 모두 불러 모으면서 춘향까지 강제로 끌고 옵니다. 그리고는 지아비가 있는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하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춘향에게 매질을 하고 옥에 가두기까지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입니다. 이처럼 강제로 수청을 들게 한 변학도의 행동은 현대의 법으로 보았을 때 성폭력으로 볼 수 있을까요?

 

변학도가 춘향에게 그저 "수청을 들어라"라고 라고 하였고, 그 말을 들은 춘향이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되었다면 이는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성희롱은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고, ‘남녀고용평등법 제14양성평등 기본법 제31에 따라 사업주에게 가해자에 대한 부서전환과 징계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피해에 합당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변학도가 "수청을 들어라"라는 언동에 그치지 않고, 강제로 춘향의 신체를 쓰다듬는다면 이는 '성추행'에 해당되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형법 제298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추행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것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가 적용되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만약 변학도가 수청을 거부하는 춘향을 협박하거나 폭력을 행사해 강간하게 된다면 이는 '성폭행'에 해당되어 형법 제297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게 됩니다. 다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간이라면 형법 제303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성폭행은 당시에 정황에 따라서도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데요. 만약 변학도가 위험한 물건으로 위협했다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였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1'이 적용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변학도는 권력을 이용해 수청을 거부한 춘향을 고문합니다.

(출처=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1999)

 

우리가 알고 있는 성춘향의 나이를 기억하시나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당시 춘향의 나이는 16세였습니다. 성범죄자 처벌에 있어서 피해자의 나이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우리 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에 따르면 19세 미만의 자를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변학도는 청소년을 추행하고 수청을 들라고 강요한 것이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의 적용을 받아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7폭행 또는 협박으로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구강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2.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성범죄를 저지른 공무원 변학도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춘향을 투옥한 변학도의 행위는 직권남용이며 범죄입니다.

(출처=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1999)

 

춘향전에서 변학도의 죄는 오직 성범죄만이 아닙니다. ‘사또라는 관직은 나라의 녹을 먹는 벼슬로서 사법, 군사, 행정권을 갖는 막강한 공무원 신분으로 볼 수 있는데요. 관직의 위력으로 수청의 의무가 없는 춘향에게 수청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 제123'에 따른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죄입니다.

 

또한 수청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시키는 등의 인식구속은 '형법 제124'에 따른 불법감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변학도는 정당한 이유없이 춘향을 감옥에 투옥할 뿐 아니라 매질도 했는데요. 이 매질 또한 형법 제125조에 따른 가혹행위에 해당하여 상당히 엄중한 처벌을 받습니다.

 

 

형법

123(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10년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24(불법체포, 불법감금)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때에는 7년이하의 징역과 10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전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형법 제125(폭행, 가혹행위)

재판, 검찰, 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과 10년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변학도가 춘향에 대해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주장한다면?

피해자가 성범죄로 가해자를 고소하면, 가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피해자를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역고소 하는 경우를 종종 보셨을 겁니다. 변학도 또한 나름대로 억울한 정황이 있어 춘향에게 명예훼손과 무고죄를 주장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명예훼손과 무고죄는 무엇이며, 변학도는 이 죄목에 대해 주장 가능할까요?

 

명예훼손죄란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죄(형법 제307)"를 말합니다. , 변학도의 성폭력 행위가 실제였고, 고을 백성들이 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춘향이 변학도의 성폭력을 소문내게 되어 변학도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겁니다. 말할 것도 없이 소문이 허위 사실일 경우에도 형법 제3072항에 따라 그 죄가 성립되는 거죠.

 

그렇다면, 피해자였던 춘향은 이렇게 쉽사리, 명예훼손죄를 뒤집어 써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형법 제310조에는 사실 적시의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명예훼손죄를 견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최근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성폭력 피해자를 밀착 보호하고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 되었기 때문인데요. 가해자가 협박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이 강회되었고,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수사 과정에서 위법성 조각사유(죄가 되지 않음, 형법 제310)를 적극 적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춘향전에서의 성폭력피해자는 춘향이 한명이었지만, 춘향이와 변학도처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여성만을 위한 목소리가 아니며,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성대결도 아닌, 그간 사회적 지위에 억눌려 성폭력을 고스란히 참아야만 했던 약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미투운동을 계기로 공정한 법의 잣대와 사법집행이 이뤄져서 성폭력을 당하고도 침묵해야했던 제2의 춘향이가 없는 사회, 또한 악의적인 거짓 폭로로 억울한 변학도가 없는 사회를 기대해 봅니다. 우리 모두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 10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웅철(일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