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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로 다시 보자! 공소시효의 모든 것

법무부 블로그 2016. 8. 9. 09:00



치지직...이재한 형사님?”

 

아직도 이 대사가 음성지원 되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올해 초 장기미제사건을 소재로 다뤘던 tvn 드라마 시그널의 대표적인 대사입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면서 두터운 팬층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최근,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특집에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합류했고, 시그널의 배우들이 깜짝 출연한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다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아진 듯합니다.

 

드라마 시그널은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형사들의 고군분투에 과거(혹은 미래)와의 교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입니다. 미제사건이란, 범인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수사종결 된 사건을 말하는데요. 특히, 드라마에서는 공소시효 때문에 눈앞에 범인을 두고도 체포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적으로 그림으로서 공소시효가 존재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공소시효 VS 현실의 공소시효

 

 

드라마 시그널 속 공소시효와 현실의 공소시효를 좀 더 살펴볼까요? 시그널에선 김윤정양 납치사건의 범인을 눈앞에 두고 공소시효가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강력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장기미제사건전담반이 신설되었다는 설정이 나오는데요. 현실에서도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형사소송법

253조의2(공소시효의 적용 배제) 사람을 살해한 범죄(종범은 제외한다)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하여는 제249조부터 제253조까지에 규정된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2015724일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됐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기 16년 전, 1999년 대구에서 누군가 6살 태완이에게 황산을 뿌리고 도망쳤습니다. 태완이는 49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황산테러사건의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만료됐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바람에 범인일 것 같은 사람이 있어도 더 이상 수사를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었고, 공소시효 때문에 그대로 묻혀 버렸던 많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은 미제사건 전담팀을 꾸려 재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태완이 사건은 태완이법의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만 개정안의 소급 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이미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태완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된 것이죠.

 

 

공소시효 왜 생겨났을까?

     

공소시효란, 어떤 사건에 대하여 기간이 많이 경과되어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입니다. 죄지은 사람의 죄를, 시간이 지났다고 면소해 준다는 게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 시간이 많이 흐르게 되면 점점 더 사실관계나 증거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간을 정하여 사건을 종결 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기존에는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15, 무기징역은 10년 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DNA 감정기술 등 과학수사가 발달하게 되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증거수집과 판별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또한 강력범죄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범죄예방의 필요성도 커졌습니다. 결국 200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에서 25년으로,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나는 등 크게는 10년에서 작게는 1년까지 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늘어났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20157월엔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경우도 있다?

 

 

공소시효를 악용하려다 공소시효를 착각한 피의자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일례로, 1997년 안양의 한 호프집에서 여주인을 살해한 중국동포 강모씨는 범행 이틀 만에 중국으로 도피했고, 사건은 미궁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29, 19년 만에 범인이 잡혔습니다. 한국에 재입국한 강 씨가 술자리에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입니다.

 

2007년 이전의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15년 이라고 했는데, 19년이 지나고도 범인을 검거할 수 있던 이유는, 국내에서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면서 공소시효가 정지되었기 때문입니다. 19년 전의 살인사건이지만 1997년 해외로 도피한 뒤 2003년 다시 입국하기까지 6년을 제외하면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었고, 강씨가 자신의 범행을 술자리에서 얘기한 바람에 19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강씨는 자신이 저지른 사건이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생각하고 범행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털어놓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사소송법

253(시효의 정지와 효력)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지난 5월에는 20년 전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한 범인과 내연녀가 해외에서 10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96년 살인을 저지른 뒤 공소시효가 끝난 2014년에 한국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1998년에 해외 도피를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98년부터 살인죄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였던 것이죠. 결국 범인은 징역 2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출처: tvN 시그널 홈페이지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법망을 피해 공소시효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사라진 공소시효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드라마 시그널은 말합니다. ‘완전한 범죄는 결코 존재할 수 없으며, 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법이라고.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이밝음(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