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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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구 밀집지역의 변신! 관악구 행운동 방문기

법무부 블로그 2016. 6. 13. 10:00



넛지(nudge)효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이것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을 가진 넛지(nudge)에서 유래된 말로 자발적으로 행위를 유도하는 장치나 개입을 의미합니다. , 슬쩍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을 유도하는 것이지요. 넛지 효과는 생각보다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데요. 하나의 예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화장실에서 소변기 밖으로 소변을 흘리지 말자고 아무리 캠페인을 해도 소용없던 것이, 고심 끝에 소변기 안에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의 80%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캠페인을 할 때보다 파리 한 마리 그려 넣는 환경 변화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이죠.

 

최근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등산로 살인사건과 같은 흉악한 범죄로 인해 일상의 공간이 무서운 범죄의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범죄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되는 지역에 변화를 줘서 안전할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범죄예방개선사업(셉테드 : CPTED)인데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환경설계부터 건축설계를 디자인 하는 것으로, 어둡고 깜깜해서 범죄가 발생할 것 같은 길목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넣는 등 환경 변화를 꾀하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자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겁니다. 또한, 단순히 아름다운 요소를 그려 넣기 보다는 범죄를 예방할만 한 공간적인 설계도 함께 이루어짐으로써 범죄 예방에도 큰 효과를 얻고 있답니다.

 

 

네이버 지도에서 낙성대역 8번 출구부터 서울미술고등학교까지 구역은 범죄예방환경개선사업이 시행된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저는 2014년 범죄예방디자인 지역으로 선정된 관악구 행운동을 찾아가 봤습니다. 관악구 행운동은 여성인구 거주지 및 1인 여성인구 밀집지역입니다. 서울에서 여성인구 비율이 두 번째로 높고 특히 20~30대 싱글 여성 1인 가구가 전체 관악구의 51%에 달합니다. 더욱이 직장여성과 여대생의 거주비율이 높은데, 그렇다보니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기도 하고, 그로 인해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곳이지요. 그래서 현재 이 지역은 여성안심구역으로 집중관리 대상이며 행운동 안전마을 만들기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2015년 여성 가족 정책 평가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셉티드가 집중적으로 실시된 구역을 찾기 위해서 행운동 주민센터를 찾았습니다. 담당자의 도움으로 낙성대 지하철역 8번 출구부터 서울미술고등학교 근처 집중 설치구역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낙성대역 8번 출구부터 서울미술고등학교까지의 구역에는 범죄예방을 위해서 위와 같은 시설물이 설치되었습니다.

 

취재 시간이 낮 1시 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불안신고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반가운 경찰차와 까치산 오르막길 입구에서부터 여성안심지킴이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칙칙한 회색벽이 아닌 알록달록 귀엽게 그려진 벽화를 보면서 웃음이 지어졌고, 곳곳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강조된 CCTVSOS 부저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또 하나의 여성 안심지킴이 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겨 원룸 밀집지역 속으로 들어가니 범죄예방디자인 지역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원룸입구에 각각 설치되어 있는 반사경과 미러시트, 반사띠들이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눈에 확 띠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반사경과 펜스, ‘SOS’ 문구와 CCTV들은 밤길을 안심하고 걸어다닐 수 있게 비춰줄 것 같았습니다. 또 사람이 지키는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원룸촌 현관 특성상 주민을 따라 들어가거나 비밀번호를 훔쳐보고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원룸 입구마다 설치된 미러시트는 그러한 범죄 유형을 차단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애용하는 미용실이나 네일샵에는 안심담벼락공유 스토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고 이 곳 거주 여성들은 그 장소에서 안전이나 범죄 관련 정보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인적이 드문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지만 골목마다 설치된 CCTV와 노란 담벼락은 안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제가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형사정책 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행운동 주민들 역시 셉티드 디자인이 적용된 후 밤에 집 근처를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두렵다는 대답의 비율이 17.7%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접 가본 행운동은 주거 유형이 획일화된 원룸 밀집 지역이여서 좁은 틈새 공간과 건물 후면부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듯 했습니다. 2014년부터 실시되어 시설 노후된 경우도 있어서,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곳도 있었습니다. 반사경 앞으로 차가 주차 되었을 경우 반사경의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았고, 노란색으로 칠해진 철문이 낡아서 떨어진 곳도 보였습니다. 지나가던 한 남성분을 인터뷰 한 결과 셉티드 실시 후 확실히 분위기가 밝아지긴 했지만 밤이 되면 여전히 길이 어둡게 느껴진다는 대답도 들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2014년부터 시행되어온 673개의 여성안심지킴이 집을 1,000개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며, 법무부 역시 '안전하고 깨끗한 지역사회 만들기' '성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귀갓길에 기여'하기 위하여 2016년 예산을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범죄예방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개선 된 마을이 망가지지 않도록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그리고 범죄예방환경개선지역을 꾸준히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취재 = 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안세현(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