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거나 범죄자가 되거나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잘하면 어려운 일이나 불가능한 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속담인데요.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라는 조상들의 가르침을 담은 속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말 한마디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물리적인 폭력 뿐 아니라 언어폭력도 죄가 되는 요즘,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힌다면, 그건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말 한마디로 범죄가 될 수 있는 경우를 찾아보고, 그에 따른 처벌도 살펴볼까 합니다.
법정에서 위증 한 죄, 위증하도록 시킨 죄
어떤 사람이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준다고 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 그래도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위증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이에요.
▲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 에서는 남규만 회장이 자신의 살인을 숨기기 위해 호텔 직원들에게 위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는 남규만(남궁민 분) 사장이 자신의 살인죄를 숨기고, 호텔 직원이었던 서재혁(전광렬 분)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호텔 직원들을 매수하고, 위증하도록 합니다. 직원들은 법정에서 남규만사장이 시킨 대로 위증을 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법정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위증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위증죄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자기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진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즉, 재판장에서 거짓말을 한 죄를 말해요. 더 나아가자면, 위증죄에는 어떤 사실을 숨기기 위한 ‘단순위증죄’,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불리하게 할 목적으로 위증하는 ‘모해위증죄’, 통역인 또는 번역인이 허위의 감정 또는 통· 번역을 했을 경우 죄가 되는 ‘허위감정통역번역죄’ 등이 있습니다. 단, 형사소송법에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단순히 주관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 위증이라고 판단할 수도 없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종용한 남규만은 어떤 죄에 해당할까요? 바로, ‘모해위증교사죄’입니다. 모해위증교사죄는 직접 위증을 하지 않고, 위증 하도록 시킨 것에 죄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위증하지 않았더라도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이 범죄를 일으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면, 그 사건에 대해 죄 값을 묻도록 하는 것이죠.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 ①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모해위증교사죄는 형법 제31조에 따라 죄를 실행한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꼭 내 입을 통해 위증하지 않아도 ‘모해위증’이라는 것 자체가 죄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영화 ‘베테랑’의 살인교사죄
2015년, 가장 흥행한 범죄오락영화인 ‘베테랑’에서도 ‘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하무인 재벌3세인 조태오(유아인 분)가 한 트럭운전수를 죽기 직전까지 폭행합니다. 비서인 최상무(유해진 분)는 이 사건을 덮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서도철(황정민 분)형사 때문에 사건이 점점 수면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결국 최상무는 한 건달에게 사건을 수사하는 서도철 형사를 살인하도록 교사합니다.
형법 제31조(교사범) ①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②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에는 교사자와 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한다. ③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한 때에도 교사자에 대하여는 전항과 같다. |
이 이야기에서 세 사람은 각각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우리 형법에 따르면, 사람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서도철 형사를 살해하려는 시도는 미수에 그쳤는데요. 동법 제254조에서는 미수범도 처벌한다는 내용이 있고, 제255조에는 이러한 범죄를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 역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지요. 결국 조태오나, 최상무나, 건달 모두 다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죠.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253조(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 등) 전조의 경우에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촉탁 또는 승낙하게 하거나 자살을 결의하게 한 때에는 제250조의 예에 의한다. 제254조(미수범) 전4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255조(예비, 음모) 제250조와 제253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직접 칼을 든 건달은 살인 의뢰를 받은 것이므로 형법 제250조, 제254조에 의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고 조태오나 최상무는 살인을 예비 및 음모한 죄로 동법 제250조, 제255조, 제31조에 의해 살인교사미수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방금 예로 든 것처럼 칼을 들지 않아도 혀 끝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에 따라 범죄가 될 수 있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위증교사와 살인교사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행위를 하도록 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내가 뱉은 말과, 그 사람이 한 행위에 대해 동시에 책임을 져야하니까요. 하물며, 그게 범죄와 관련 있는 것이라면 더 큰 죄 값을 받는 게 맞는 거겠죠?
글 = 제8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장유정(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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