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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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블기 이야기/매체 속 법

제3인류,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진다

법무부 블로그 2015. 10. 31. 10:00

 

 

프랑스의 소설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3 인류라는 소설은 아주 특이한 설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태초 인류의 신장이 무려 18m에 이르는 거인이었고,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발전된 과학 기술로 1.8m, 180cm의 신장을 가진 소형 인류를 만들어냈다는 가정 하에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소형 인류들이 거인들을 배반하고 결국에는 거인들을 몰락시킵니다. 그 소형 인류들이 바로 지금의 우리 사람이고요.

 

그런데 21세기에 프랑스에서 다비드와 오로르 등의 과학자들이 18cm의 초소형 인류인 에마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은 그 초소형 인류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을 담은 책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과 에마슈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우리나라 법에 근거하여 풀어보는 재미있는 작업을 해볼까 하는데요. 이 에마슈 들을 사람이라고 인정할지, 애완동물이라고 인정할지에 따라 에마슈와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법의 무게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먼저 첫 번째 사건을 볼까요?

 

 

에마슈, 사람에게 죽임을 당하다

먼저 책에서는 어떤 사람이 에마슈를 감금시키고 고문하다 죽이는 장면을 유튜브에 찍어 공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편의상 이 사람을, 사람A라고 칭하겠습니다. 애완동물을 괴롭히면서 그 장면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요즘에도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만약, 에마슈가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에마슈를 죽인 사람A는 살인죄가 될 것이고 에마슈를 애완동물이라고 가정한다면 애완동물 학대죄가 될 겁니다. 에마슈는 사람일까요, 애완동물일까요?

 

사람[ː] (명사)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먼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람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에마슈들은 사이즈만 작을 뿐,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말하고 감정을 느끼고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에마슈는 사람이라고 가정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에마슈를 고문하다 죽이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사람 A는 감금죄와 살인죄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법

276(체포, 감금)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78(특수체포, 특수감금)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 2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250(살인)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에마슈, 사람을 살해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에마슈가 사람을 살해한 케이스입니다. 사람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에마슈들은 사람A가 또 다른 에마슈를 죽이려 하자, 되려 그 사람A를 살해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에마슈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형법

21(정당방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자기를 괴롭히고 죽이려는 사람A를 상대로 에마슈는 살인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와 경악을 느낄 수 있는 상태였을 것이고, 그로 인해 정당방위로 처벌되지 않을 확률이 큽니다.

 

 

에마슈가 동물이라고 가정한다면

물론 이 모든 것은 에마슈가 인간이라고 가정한 상태의 일입니다. 만약 에마슈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고 가정한다면 적용되는 법이나 벌칙의 무게도 달라지게 되는데요. 에마슈를 괴롭히거나 죽이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사람 A도 동물보호법에 의해 벌금을 내는 정도일 것이고, 에마슈가 사람A를 정당방위로 살해하더라도 살해가 아닌 사고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에는 동물을 재판하는 법령이 없기 때문에 법률로 규정되지 않은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받지 않을 것입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개의 주인이 책임을 지는 것처럼 에마슈가 사람을 살해했다면, 에마슈 대신 에마슈들의 창조주들이 처벌받을 것 같습니다.

 

소설 속 픽션에 불과하지만,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또 다른 생명체가 있다면, 이 생명체를 사람으로 봐야 할지 그냥 동물로 봐야할지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로 법적 다툼이 생긴다는 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지능형 로봇같은 것 때문에 범죄 상황에 처하는 일은 머지않은 미래에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3인류라는 책을 통해 이런 때 어떤 판결을 내리고 어떤 대처를 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고민해 보고, 우리 미래에 모든 생명체가 공생하기 위해서는 법이 어떠한 길을 가야하는지도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7기 법무부 블로그기자 김동찬 (중등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