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에 교정시설이 생긴다면?

 

 

얼마 전, 거창에 있는 초등학생 1,000여 명은 등교를 거부하고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와서 시위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 근처에 교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마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원래, 거창군과 법무부는 거창읍 가지리·상림리 일대에 '거창법조타운'을 조성할 예정이었습니다.

이곳에는 법원과 검찰청, 보호관찰소 등이 들어서고,

구치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구치소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구치소가 들어서는 곳에서 가깝게는 180m에 학교가 하나 있고,

2km 이내에 11개 학교가 있으며, 큰 아파트단지가 있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하루 이틀에 결정되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런 반대가 갑자기 생긴 것일까요?

 

법조타운 유치를 찬성하고 있는 쪽에서는 2011년에 거창군에 법조타운 유치위원회가 결성되어서 서명운동을 벌인 결과

전체 인구의 47%에 해당하는 2만 9,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서

대법원과 법무부에 교정시설 유치 및 법조타운 조성을 건의하였고 이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었다고 하고 있는데요.

 

▲연합뉴스 2014년 10월 5일자 보도 

 

이를 반대하고 있는 측에서는 당시 주민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서명도 날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정말 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치안이 불안해 지고 우범지역으로 바뀌게 되나요?

통계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실제로 법무부에서 2013년 7개 교정시설의 출소자 1,614명의 범죄지를 조사한 결과,

교정시설 2km이내에서 범죄율은 0% 2~4km에서는 0.24% 4km이상에서는 99.76%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유흥가가 밀집된 도심지역이 범죄발생률이 높고,

교정시설 주변은 오히려 범죄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네요.

    

출소교정시설	출소인원	범행지
		2km이내	2~4km	4km이상
강릉교도소	204	0	2	9
경주교도소	231	0	0	11
밀양구치소	240	0	1	40
통영구치소	314	0	0	20
공주교도소	261	0	1	40
장흥교도소	159	0	0	9
해남교도소	205	0	0	21
합계	1,614	0	4	150

 

* 법무부에서는 2014년 8월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 3만 2,974명을 상대로 입소 전 범행지를 조사했는데,

그 조사에서도 교정시설 2km 이내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3.2%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구치소와 같은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땅값이 떨어지게 되나요? 얼핏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근 신축한 교정시설의 개청 이후 인근 지가(地價)를 조사해 보니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지가 상승률이 훨씬 높게 나타났네요.

 

예를 들어 영월교도소는 2009년 신설되었는데, 당시 지가를 기준으로

4년 후인 2013년 공시지가는 영월군 평균 3.9% 상승한 데 그친 반면,

교도소 인근지역 지가는 67%나 되게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영월교도소 외에도 통영구치소, 밀양구치소, 충주구치소, 해남교도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 낙후된 지역에 교정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도로, 도시가스, 전기, 수도 등 생활 기반시설이 완비되고

이로 인해 주변이 도시화되기 때문이겠네요.

 

※ 영월교도소 인근지역 지가상승률 비교표

구분	'09	'10	'11	'12	'13
인근부지	100	118.9	139.2	148.1	167.0
강원도	100	100.8	102.2	104.1	105.4
영월군	100	100.4	101.4	102.7	103.9
공시지가 (원/㎡)	15,800	18,800	22,000	23,400	26,400

 

얼핏 생각하면 교정시설 주변은 더 위험할 것 같고

그래서 땅값도 오히려 떨어질 것 같은데 오해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가 있는 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수용해서 교정․교화를 시켜줄 교정시설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렇게 꼭 필요한 시설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뜻을 모아 세워질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거창 교정시설 문제도 대화와 타협으로 잘 해결되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