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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행위, 외교관에게는 관대하다고?

법무부 블로그 2013. 1. 9. 08:00

 

- 투자사기 美 외교관, 면책특권 박탈 직전 해외도주 (한국일보 2010.03.15 보도)

- 부산서 러 외교관 교통사고..음주조사 불응 (연합뉴스 2010.09.27 보도)

- '외교관 사고내면 어찌하오리까?'…면책특권에 피해자만 분통 (뉴시스 2011.10.09 보도)

 

위의 뉴스보도를 보고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저 뉴스의 공통점이 매직아이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으십니까?

맞습니다. 모두 '외교관'들에 의해 일어난 사고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이 하나같이 '외교권의 특권'을 주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외교관은 외국에 주재하며 자기 나라를 대표하여 외교 사무에 종사하는 관직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런 외교관이 왜 남의 나라에서 범법행위를 하고도 당당하게 특권을 주장하는 것일까요?

 

 

 

 

외교관, 특권이 있긴 있었어!

외교관이 ‘특권’을 주장할 때, 그것이 허투루 나온 말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주한 외교관들에게 면책특권이 부여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도대체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 무엇이기에 외교관들에게 특권을 준 것일까요?

 

※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 29조: 접수국은 행정적 ·사법적 조치나 기타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도 외교사절을 체포 ·구금할 수 없다. 접수국은 상당한 경의를 가지고 이를 대우하여야 하며, 그 신체 ·자유 또는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 30조: 만일 침해되었을 경우에는 접수국은 가해자를 중벌에 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교사절단의 공관은 불가침이며, 공관장의 관저도 불가침의 보호를 받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위와 같이 1961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채택된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파견국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체포, 구금도 당하지 않고 형사재판관할권 면제를 받는 '면책특권'이 인정됩니다. 다만, 재판관할권 면제를 명시적으로 포기한 경우에는 주재국에서의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71년 1월 27일 이 협약이 발효된 당사국이기에, 우리나라에서 타 국가의 외교관들이 사기, 음주운전, 교통사고 등과 같은 범법행위를 일으키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면책특권'에 따라 경찰들은 외교관들의 범법행위를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행정처분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외교관의 특권남발? 더 이상 못 봐 주겠네!

 

 

외교관에게 특권을 주는 이유는 외교관들에게 범죄행위를 맘 놓고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을 기본으로 하고, 더 중요한 일을 하라는 뜻이죠!

 

하지만, 그걸 잘 모르는 외교관이 많은가봅니다. 특권을 남용하는 외교관들이 많아지고, 이로 인한 사건과 사고의 빈도도 높아지자 대검찰청은 경찰청 및 외교통상부와 함께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즉, 형사재판관할권이 면제되는 외교관이나 그 가족 등의 범법행위에 대해 체계적인 통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사안의 경중에 따라 외교통상부에서 필요시에는 소환 요구 및 추방 등의 조치를 파견국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면책특권자 사건처리 지침'을 최초로 제정하여 2009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상태랍니다.

 

이로 인해 주한 외교관은 비록 형사면책특권이 있더라도, 국내에서 범법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정부가 해당 외교관의 본국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필요시에 소환 및 추방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관련사건 발생 시 지체 없이 피의자 및 범죄 사실 등을 관할 검찰청에 보고하고, 외교통상부에도 통보해야 합니다. 또한 외교통상부에서는 피의자가 면제특권 대상자인지, 면제특권을 포기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한 후 관련 서류를 기록해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외교관들을 비롯한 형사면책특권자의 범죄에 대한 통보 규정이 없던 상태라,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범법행위가 통보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지침의 시행에 따라 이들의 모든 범법행위가 통보 대상이 됩니다. 대검 관계자는 "주한 외교관 등의 음주운전, 무보험 운전 등이 끊이지 않고 있어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이 지침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주재국 정부가 해당 외교관 등을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면, 파견국은 외교관을 소환하거나 공관 직무에서 배제해야 합니다.

 

 

※ 페르소나 논 그라타 (persona non grata)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란 뜻의 라틴어로 외교상의 '기피인물'을 가리킨다.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수교국에서 파견된 특정 외교관의 전력 또는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벗어난 행위를 문제삼아 '비우호적 인물'또는 '기피인물'로 선언하는 것을 의미하는 외교용어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9조(주재국은 어느 때든 자국 결정에 대한 설명없이 파견국의 외교관을 비우호적 인물로 규정, 파견국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에 규정되어 있다. 접수국 정부는 언제라도 이유를 명시할 필요없이 특정 외교사절 또는 외교직원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라고 선언할 수 있다. 파견국이 이에 대한 통고를 받으면 그 외교사절을 소환하거나 해임하는 것이 관례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현재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범법행위를 하여 사회 분위기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외교관들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는 등 날카로운 철퇴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가 이렇다 보니 이제 더는 외교관이라는 지위를 남용해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특권으로서 범법행위를 무마시키려는 행위는 국제적으로 비난받는 행위가 되었다고 해요.

 

얼마 전 우리나라 외교관이 독일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어 독일 언론을 크게 장식했던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 외교관들, 더 이상 외교관이라는 지위 뒤에 숨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는 비겁하고 부끄러운 일들을 해서는 안 되겠지요? 지위의 남용과 특권을 누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바른 자세를 가짐으로써 국가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글 = 이가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