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과 선물의 차이점 쉽게 구분하는 법

 

"명절 선물도 포괄적 뇌물 해당"

 

 

 

최근, 명절에 준 공무원들에게 준 선물세트 등도 포괄적 뇌물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2012.8.10 보도)

사건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축산물 유통업체 대표인 A씨는 매 설과 추석마다 초, 중, 고 교장과 행정실장에게 현금과 고기세트를 선물해왔습니다. 자신의 회사를 급식 식재료 공급업체로 선정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명절 선물을 했던 것인데요. 이 사건에 대해 추석과 설 등 명절에 학교장 등에게 돌린 고기세트도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추석 선물로 고기를 돌렸을 뿐인데, 그것이 왜 ‘선물’이 아닌, ‘뇌물’이 되었을까요?

 

 

A씨의 뇌물이 선물일 수 없는 이유

형법 제133조(뇌물공여등) ① 제129조 내지 제132조에 기재한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제삼자에게 금품을 교부하거나 그 정을 알면서 교부를 받은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학교장과 행정실장이 받은 고기세트는 그들의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형법』 제133조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같은 법 제129조, 제130조, 제131조, 제132조, 제133조에서도 공무원의 뇌물 수수가 위법임을 명시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선물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텐데요. 그렇다면, 과연 선물과 뇌물은 어떻게 다를까요? 선물과 뇌물의 다른 점을 또 다른 판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약품 회사 B는 A병원에 상당한 금액의 명절 선물을 제공했는데 그와 함께 ① 품절 의약품을 다른 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용인하고 ② 납품과정에서 다소의 하자를 선처하는 편의를 봐주고 ③ 의약품 입찰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판례 :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받은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이하생략)” [대법원 2000.1.21, 선고, 99도4940, 판결] http://www.law.go.kr/precInfoP.do?mode=0&precSeq=79246

 

뇌물은 직무에 관한 행위의 대가로서의 불법한 이익을 말하므로 직무와 관련 없이 단순히 사교적인 예의로서 하는 증여는 뇌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비록 사교적 예의의 명목을 빌더라도 뇌물이 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뇌물을 사회적 의례의 형식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선물을 준 것이 아니라 직무행위의 대가로 주어지는 선물은 곧 뇌물이며,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고 해도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았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되었습니다. 즉, 뇌물과 선물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관련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뇌물과 선물의 차이점, 한마디로 다시 정리해 볼까요?

 

직무와의 관련성 -> 사회적 의례로 주고받는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선물이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있으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 됩니다.

 

이외 함께,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직무행위를 돈으로 좌우할 수 없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답니다.

 

 

뇌물과 선물 쉽게 구분하는 법

마지막으로, 뇌물과 선물을 쉽게 구분하는 법을 하나 소개할까합니다. 영국의 기업윤리소에서 발표한 내용인데요. 얼마 전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다면, 이 기준에 의하여 그것이 선물인지 뇌물인지 다시 한 번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받은 것, 뇌물일까 선물일까?   - 출처 : 영국 기업윤리소 첫째, 물건을 받고 잠을 잘 못 이루면 뇌물, 잘 자면 선물 둘째, 언론에 발표되면 문제가 되는 것은 뇌물,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선물 셋째, 자리를 바꾸면 못 받는 것은 뇌물, 바꾸어도 받을 수 있는 것은 선물

 

공무원의 직무는 공정함과 사회의 신뢰, 직무행위를 돈으로 좌우할 수 없음(불가매수성)이 바탕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뇌물을 받는 것은 공무원의 공정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고 사회로 부터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고, 직무행위는 돈으로 좌우할 수 있는 것이 됩니다.

 

한해의 감사함을 표현하는 명절 선물,

당신은 지금, 선물을 받았나요? 아니면 뇌물을 받았나요?

 

글 = 우민지 기자

이미지 = 알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