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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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세상’이니까 커닝한다?

법무부 블로그 2011. 7. 11. 17:00

15살 인생에서 시험이란…

 

초등학교 때는 그나마 압박이 덜했던 ‘시험’!

중학생이 되자마자 큰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이 하나의 시험이 내 미래와 직결된다는 생각을 하니, 시험 하나하나가 다가올 때마다 손에는 땀이 납니다.

 

전날까지 한 공부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면 시험지를 받는 순간 머릿 속은 백지장이 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엄마의 화난 표정, 실망한 선생님의 얼굴.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심지어 손이 떨리기까지 합니다.

 

어쩔 줄 모르고 앞 친구 뒤통수만 응시하다가, 문득 책상 속으로 손을 넣어봅니다.

혹시나 걸리진 않을까 가슴은 두근두근.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나의 양심에게 하찮은 변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커닝’을 하고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커닝’의 유혹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꼭 특별한 사람만 커닝의 충동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도덕심이 부족한 사람, 이성이 흐린 사람이라고 해서 커닝을 하기 더 쉬운 건 아니지요.

 

 

   

커닝을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사실 커닝은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순간적인 판단 오류만으로도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실수입니다. 몇 년 전부터 커닝이 생겼다고 딱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커닝의 역사는 시험의 역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험에서 다른 이들보다 잘 해야겠다는 경쟁심리가 영향력을 발한 때부터, 아마도 커닝이 생겨나지 않았을까요?

 

 

최첨단 커닝! 이런 커닝 본 적 있수?

커닝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그 방법도 참 많이 변화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는 책상 속에 필기노트를 펴서 넣어 놓거나 책상 또는 손바닥 위에다 답을 써 놓는 방법이 있지요. 거기서 좀 더 발전(?)한 방법으로는 조그마한 종이에 답을 적어 놓고 돌돌 말아서 펜에 끼워 넣기, 펜이나 지우개에 써놓기, 물병 뚜껑에 써놓기 등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보편화 된 후에는 문자로 정답을 주고받거나, 스마트폰이 생겨난 다음부터는 과감히 ‘검색’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작년에 블로그를 통해 ‘시대별 나라별 기막힌 커닝’이라는 제목으로 커닝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재미삼아 다시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대별 나라별 기막힌 커닝 http://blog.daum.net/mojjustice/8704086 )

 

중국에서는 커닝을 위한 첨단 지우개도 등장했습니다. 포장을 벗기면 무선 신호를 접수할 수 있는 기기가 부착된 지우개인데요. 얼핏 보기에는 일반 지우개 같지만 전자 액정과 집적 회로가 내장되어 있어, 호출기처럼 시험장에 있는 수험생에게 문자로 답안을 알려줄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데일리안 2008. 11. 18일자 보도)

 

 

 

닝 천재, 팔이 넷 달린 수험생 ⓒ 네이버 뉴스

 

 

‘커닝 전용 지우개’는 돈이 들어가는 커닝이지만, 100%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커닝도 있습니다. ‘커닝 천재, 팔이 넷 달린 수험생’ 이라는 제목의 위 사진은 지난 2010년 겨울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입니다. 사진 속 학생은 외국의 수험생으로 보이며, 옷 속으로 팔을 넣는 대신 밑으로 빼 책상 밑으로 넣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손은 아마 책상 밑에서 책장을 넘기고 있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정말 기발한 커닝방법이다!’라며 감탄(?)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정성이면 공부를 하지….’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 사진이었습니다.^^;;

 

 

 

“커닝은 왜 옳지 못한가요?”

남들도 다 하는 커닝, 그냥 애교로 봐 줄 수는 없느냐고 묻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커닝을 하다 들키면 ‘운이 나빴다!’고 간단히 생각하고 넘어갈지도 모르지만. 커닝은 이기심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일입니다. 공정한 시험의 분위기를 해치고 근본을 흔들어 놓는 것은 물론, 커닝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에는 청소년들에게 커닝을 비롯한 모든 속임수 행위가 정당하다는 인상을 은연중에 심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비단 학교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인이 되어도 페어플레이 보다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이 최고라는 인식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이 사회가 결과만을 위해 남을 밟고 올라서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면, 과연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사회를 살아갈 생각만 해도 아찔하게 느껴집니다.

 

커닝을 하는 사람들도 커닝이 다른 사람들을 속이는 부당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커닝이 남에게 해가 된다는 것은 알지만, ‘죄’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습니다. 예컨대,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계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감독관을 속이거나 감독관의 눈을 피해 부정한 행위를 하는 것은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나 국·공립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서 커닝을 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137조에 의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커닝은 “한번만 봐 주세용~”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애교’가 아닌 ‘범죄’라는 것이지요.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너무 사랑하는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는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시험을 치르거나 과제를 할 때 컨닝(cheating)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는데요. 자기애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특별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커닝을 통해 얻은 자기과시의 기회가 과연 정당할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 한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부정행위를 걷어낸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보게 되면, 본인 스스로는 더욱 비참해질지 모릅니다.

 

 

커닝을 막는 법? 나 자신을 믿는 것!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1등이 되기 위해 커닝을 하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1등도 1등 나름입니다. 근본적으로 바른 경로로 차지한 1등이 가장 갚진 1등일 것이며, 비록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바른 경로로 자기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시험을 치렀다면 그 역시 1등입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정당하게, 바르게,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훨씬 갚진 것이라는 교육을 가정과 학교에서도 반복적으로 한다면 어떨까요.

 

학창시절에 커닝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다급한 마음이 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닙니다. 커닝은 자기 자신을 믿는 것에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팔 넷 달린 수험생' 사진 = 네이버 뉴스

이미지 = 알트이미지

취재 = 박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