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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시 병원까지 따라갔어도 이거 안하면 뺑소니

법무부 블로그 2011. 7. 11. 08:00

 

교통사고 후, 챙길 건 다 챙겼는데 뺑소니 운전자?

초보운전 나잘난씨는 골목길 운전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나잘난씨는 깜짝 놀라 밖으로 뛰어나갔고, 넘어진 아저씨를 얼른 부축하여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눈으로 보기에는 큰 부상은 없어 보였으나,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접수창구 직원에게 ‘교통사고 피해자니, 이 아저씨가 꼼꼼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봐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마침 나잘난씨는 아내가 일하는 회사에 급한 서류를 가져다 주려던 참이었는데요. 서류가 늦어지면 아내가 곤란해 질까봐 나잘난씨는 아저씨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내의 회사로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나잘난씨는 경찰서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나잘난씨가 교통사고 뺑소니 가해자가 되었으니 경찰에 출두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자를 분명히 병원으로 옮겼고, 곧 돌아오겠다고 얘기한 후 급한 일을 처리하러 갔을 뿐이었는데 뺑소니라니요?! 나잘난씨는 억울했습니다. 과연 그가 잘못한 점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당황했어도 연락처 교환은 잊지 마세요!

교통사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가해자 입장이라면, 피해자를 얼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고, 사고 현장을 떠나지 않아야 뺑소니가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상식으로 알고 있지요.

 

하지만 너무 당황하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는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도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나잘난씨는 뺑소니 가해자가 된 것일까요?

 

이와 관련된 판례를 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현행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현행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

 

교통사고 야기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준 다음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자 2시간쯤 후에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도2869 판결

 

고 하였습니다. 나잘난씨는 피해자를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기는 하였으나 연락처를 남겨놓지 않았으므로, 교통사고 후 도주한 때에 해당하여 ‘뺑소니 가해자’가 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옮기는 등의 행위는 이른바 재판과정에서 형량을 정하는데 참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전혀 도주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연락처 하나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뺑소니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주차장에서 세워둔 자동차 접촉 후 확인 안하면 뺑소니일까?

며칠 후,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선 나잘난씨가 잽싸게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자동차 문 옆에 뭔가 긁힌 자국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차를 긁어놓고 뺑소니를 친 것 같다는 생각에 나잘난씨는 경비아저씨께 부탁하여 주차장 cctv를 살펴보았고, 결국 위층에 사는 황시동씨의 자동차가 가해차량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나잘난씨는 황시동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뺑소니 운전자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런 경우, 황시동씨는 뺑소니 운전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일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①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법률에서 보듯, 뺑소니 사고의 피해가 ‘사람’에게 있었을 경우의 가중처벌을 말하고 있는데요. 이 말은 자동차가 접촉한 것이 ‘사람’ 이어야 하고, 다른 피해가 아닌 '인명피해‘일 때만 뺑소니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로, 황시동씨는 사람이 아닌 자동차를 긁어놓고 사고 장소를 이탈했으니, ‘뺑소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황시동씨에게는 어떤 죄가 적용될까요? 이에 대해서는 도로교통법에서 정하고 있는데요.

 

도로교통법

제54조 ①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死傷)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148조 (벌칙) 제54조제1항에 따른 교통사고 발생 시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대해 판례는 다음과 같이 위 조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3]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물적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규정은 아니며,

 

이 경우 운전자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 피해의 태양과 정도 등 사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할 것이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4] 신호대기를 위하여 정차하고 있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져 차가 서행하면서 앞차의 범퍼를 경미하게 충격하자 사고차량 운전자와 동승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후 피해자가 양해를 한 것으로 오인하고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의 상해와 피해차량의 손괴가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소정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도3140 판결

(*이 판례의 50조 1항 내용은 2011년 도로교통법 54조 1항 내용과 같음)

 

 

황시동씨의 경우는 긁힌 자국 정도에 지나지 않아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형사적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행정적인 조치나 민사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감정적인 대응 대신, 이웃과의 마찰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앞으로도 운전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운전을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모든 운전자들은 나와 내 가족이 교통사고 또는 자동차 손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잊지 말고, 피해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현명히 대처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붉히기 전에 부드러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이미지 = 알트이미지

취재 = 김혜경 기자

 

 

 

 

 

다음 전체에 소개되었습니다. 관심과 사랑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