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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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전화 욕설남’, 꾹 참기만해야 하나요?

법무부 블로그 2011. 5. 23. 08:00

 

친절한 전화상담원, 소정씨를 울린 전화

 

입사 2년 차 김소정씨.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전화고객 응대. 사무실에 걸려오는 모든 전화는 마음 여린 소정씨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각각의 담당자를 찾아갑니다. 쇼핑몰로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제품에 대한 불만, 환불요청, 택배 사고에 관한 내용인데다, 조금씩 화가 난 상태에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친절하고 나긋나긋한 소정씨는 그 일이 천직인 듯 매끄럽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교적이고, 애교가 있는 소정씨에 대한 동료들의 평가가 언제나 후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죠?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 오후. 여느 날처럼 한 통의 전화가 사무실을 울립니다. 벨이 두 번을 채 울리기도 전에 소정씨가 수화기를 듭니다. 기분 좋은 인사말을 전하는 김소정씨.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두세 마디 주고받는가 싶더니, 한동안 얼음처럼 수화기만 잡고 있던 소정씨의 얼굴이 별안간 하얗게 질려 있습니다. 평소 곱던 목소리는 간 곳이 없고, 어느새 날카롭고 큰 고음으로 사무실을 울리더니, 급기야는 울먹거림으로 막을 내립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40대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서 밑도 끝도 없이 반말과 욕설을 해대며 사장을 바꿔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사장님은 부재중이며, 메모를 남겨주면 전달하겠다고 하자, 남자는 소정씨를 상대로 일상에서는 좀처럼 들어보지도 못한 ‘막말’의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제품이 맘에 들지 않는다던 남자는 환불을 해주겠다는 소정씨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건방지다’, ‘나를 우습게 본다’며 억지를 부리고, 나중에는 “밤길 뒷통수를 조심하라”는 협박에서부터, 성적인 모욕감을 주는 욕설에 이르기까지 쉴 새 없이 폭언을 쏟아 부었다는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던 소정씨는 ‘억세게 운이 없는 날’인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습니다.

 

 

반복적인 폭언과 막말에 억울해진 소정씨, 법률을 뒤적이다

 

그런데 그 남자의 횡포는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도 전화를 건 남자는 ‘어제의 그 여직원’을 찾으며, 폭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대응이 괴로웠던 소정씨는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전화를 해댔습니다. 더는 대꾸를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소정씨는 아예 수화기를 귀에 대지 않고, 책상 한 쪽에 내려놓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제풀에 지친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전화를 끊었지만, 그 뒤로도 수시로 전화를 하여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남자 동료들이 “그 남자가 다시 전화를 하면, 바꿔 달라”며 동료애를 발휘했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있다는 걸 알기에 소정씨는 자기 손에서 그 일을 처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소정 씨는 문득 억울해졌습니다. 도대체 자기가 무슨 죽을 죄를 저질렀기에 생판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그 험한 욕을 듣고 있어야 했나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목이 메어왔습니다. 괜히 신세가 처량해집니다. 언젠가 읽었던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신문기사도 떠올랐습니다.

 

 

전화상담원 같은 서비스 직종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조선일보,2011.2.15)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2/15/2011021500019.html

 

소정씨는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는 그 남자에게 무언가 따끔한 조치를 취하고 싶어졌습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자신이 미련해 보였습니다. 하여 소정씨는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보았습니다.

 

전화욕설,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했다간?

 

 

 

 

제일 먼저 소정 씨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었습니다. 정보통신망의 건전하고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반복적인 욕설을 퍼 붓는 사람에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던 것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제74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44조의7제1항제3호를 위반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

 

 

알고 보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형법』으로도 그 죄를 물을 수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행위는 경우에 따라 형법상의 ‘협박죄’에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소정씨는 머리가 환해졌습니다. 법조문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런 악질들을 벌할 방법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

 

그리고는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체크해보았습니다. 그 무엇보다 ‘증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거나,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처벌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한 감정 과잉의 1회성 욕설이나 폭언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도 확인해두었습니다. 사실 조그만 다툼이나 욕설에도 “에잇, 법의 심판을 받아랏!”하고, 처리한다면, 그건 너무 각박하고도, 행정적인 낭비일 테니까요.

 

감정노동자들의 애환도 헤아려주세요!

 

어쨌거나 새로운 활기를 찾은 소정씨는 다음날 당장 부장님께 달려갔습니다. 발신자 번호가 뜨는 것은 물론, 통화중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부장님은 당장 소정씨의 요구대로 조치를 취해주었습니다. 그 다음 소영씨는 손글씨로 꾹꾹 눌려 적은 포스트잇을 전화기 앞에 붙여놓았습니다. ‘욕설남’에게 들려줄 법률 조항이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싸~악 가시고, 벌써 그 욕설남이 처벌이라도 받은 양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책 <감정노동> 표지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립니다. 소정씨는 가뿐하게 전화를 받습니다. 명랑하게 울리는 소정씨의 말소리에 사무실에서 즐거운 기운이 넘쳐납니다.

 

전화욕설,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했다간 ‘범죄자’가 된다는 사실, 기억해야겠죠?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심정도 헤아려보는 마음 꼭 지녀야겠습니다.

 

 

글 : 법무부

사진 : 이미지 클릭 Alt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