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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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생 된 우간다 출신 난민

법무부 블로그 2011. 5. 21. 19:00

 

2011년 첫 학기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중간고사와 과제에 치여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 날들이었는데요, 이제야 숨 돌릴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잠깐의 틈을 이용해 한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올해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에 입학한 '11학번 신입생, 다니엘(가명)이 그 주인공입니다. 우간다에서 온 다니엘은 조금 특별한 대학생입니다. 난민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리고 최초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사진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57369.html

 

서울역 인근의 한 카페. 인터뷰를 시작하려 했는데 다니엘은 좀처럼 입술을 떼지 않습니다. 조심스레 이유를 짐작한 저는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제 이야기부터 먼저 꺼냈습니다.

 

"저는 난민에 관심이 많아요. 법무부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면서, 난민에 대해 많이 쓰기도 했고요, 난민 친구들도 많아요! OO 난민 NGO 아시죠?? 거기서 인턴으로 일 했었어요."

 

그제야 조금씩 얼굴에 미소를 짓는 다니엘을 보며, 첫 질문을 꺼냈습니다.

 

"우간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에게 말씀해주시겠어요?"

 

우간다 민주화를 갈망하는 청년

 

다니엘은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우간다에도 헌법이 있지만, 1984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이 독재를 해왔어요. 저는 우간다 국민으로서 제대로 된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현 대통령에 맞선 정당에서 활동을 했었습니다."

 

 

                                         

 

 

우간다는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역사․정치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강대국들에 의해 임의로 그어진 ‘국경선’안에서 여러 민족과 지역 역시 타의에 의해 갈리게 되었으니,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투쟁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대략 1994년부터 우간다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합니다. 1996년 첫 참정권을 행사한 다니엘은 ‘헌법이 있지만, 국민들의 투표에도 바뀌지 않는 군부독재정권이 싫어’ 현 대통령과 맞선 후보의 정당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밀리에 끌려가 죽임을 당하고, 체포됐습니다. 우간다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군사정부에 체포되면, 사면해주지 않는 이상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하고, 석방이 된다 하더라도 군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다니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2003년 정부는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모두 체포했고, 다니엘과 동료들도 고문을 당했습니다(그의 어깨에는 아직까지도 그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동료들은 사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다니엘은 스파이로 의심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이 이웃 국가인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데다, 친척도 그곳에 있어 가끔 왕래를 했는데, 그것이 스파이로 의심받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당시 운 좋게(!) 3주 만에 석방되었지만, 다시 우간다 민주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심리적 부담감을 안은 채 말입니다. 그리하여 2006년 또 한 번의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다니엘이 활동하던 정당의 후보자가 현 대통령보다 더 높은 득표를 받았지만, 정부는 무효화를 선포했고, 독재체제를 이어나갔습니다. 부정선거였던 것입니다. 다니엘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가들은 헌법재판소에 청원을 했지만, 우간다 헌법재판소는 ‘대선 결과를 바꿀 수 없다. 당선(연임)을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한국에 왔습니다."

 

계속되는 민주화 운동으로 다니엘의 얼굴과 신상이 우간다 정부에게 알려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면서(체포되고),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어디에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표현의 자유도 없는 현실이 무섭고 답답하고 싫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억울하고 부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다니엘은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난민 제도가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길로 바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2007년 12월이었습니다.

 

그 한국의 ‘겨울’은 그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겨울’이 그는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입국 후 그는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서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인터뷰를 했고, 1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불인정 통지를 받았습니다. 며칠 뒤 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우간다에서의 ‘(활동)증거가 있으면 뭐든지 가져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다니엘은 우간다에 계시는 부모님께 우간다 활동기록들을 담은 포트폴리오(마침 다니엘은 자신의 활동 내용들을 모아뒀었습니다)를 보내달라고 하여 법무부에 증거물로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2009년 12월, 마침내 다니엘은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가 공부하는 이유

 

다니엘은 곧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들 중 대학에 입학한 사람은 다니엘뿐입니다. 그는 왜 대학입학을 결심했을까요?

 

"한국은 안전한 나라에요. 민주적이고 평화롭고, 시위를 해도 잡혀가지 않잖아요.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아프리카에 퍼뜨리고 싶어요. 내가 배운 것으로 조국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겪었던 부조리한 현실에서 탈출하여, 낯선 타국에서 외롭지만 용기 있는 도전을 하고, 그 도전을 통해 다시 자국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를 보니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자국에 대한 좋지 못한 기억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조국 우간다를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다니엘에게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중학교 정치 수업시간이었어요. 그 때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는데, 책에서 공부했던 것(독재와 부정부패)들이 당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그런 현실이 너무 싫었고, 그걸 바꾸고 싶었어요."

 

그 뒤 다니엘은 개인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며 민주주의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한국에 온 뒤에도 한국 정치사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부터 민주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재밌게 배웠다고 합니다. 현재는 국제학을 전공하며, 국제정치와 민주주의, 전쟁과 평화 등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는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니까 정말 만족스럽고 기쁘다”며, “또한 많은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함께 배우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다니엘은 “나는, 내가 난민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은 제가 난민 기사를 쓸 때마다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난민 문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이고, 언제 멈출지도 모르는 문제에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지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난민이 발생하고 있어요. 세대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제이지요. 당장 내일이라도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난민이 될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한국전쟁 때 우리 조부모님 세대는 '전쟁 난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 가운데는 민주화를 위해 독재 정권과 맞서 싸웠던 분들이 계십니다. 그들은 정치적 이유로 난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을 있어 지금의 여유와 자유를 우리는 향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을, 난민들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투쟁하며' 얻어내려고 했던 것입니다.

 

'안전한 한국'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뒤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노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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