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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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지금은 달려라 김창원이 대세!

법무부 블로그 2011. 4. 7. 08:00

우리나라 곳곳을 달리고 누비는 사람이 있습니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 하프 마라톤 대회에서 부룬디 국가대표로 참석했던 부징고 도나티엔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이젠 부룬디의 ‘도나티엔’이 아닌 한국의 ‘김창원’이 되어 각종 마라톤 대회를 휩쓸고 있습니다.

 

현재 (주)현대위아 국제영업부에 근무하는 회사원이자 경남대 경영학부 4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인 그는 작년 11월 25일, 법무부에서 다른 19명의 귀화자를 대표해 선서를 하고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국적 수여식 당시 모습

 

‘아프리카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토종 한국인 같은 김창원씨에게 왜 한국을 제2의 모국으로 정했는지,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직접 물어 보았습니다.

 

 

Q. 왜 한국을 제2의 모국으로 선택하셨나요?

A. 사실 처음엔 제가 원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2003년 당시 내전 중이던 부룬디의 대학생 대표로 대구 유니버시아드 육상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부룬디는 내전 중이어서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왔는데 밤거리를 사람들이 아무거리낌 없이 다니는 것을 보고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한지 2년여 만에 난민 인정을 받고 그로부터 5년 이상의 시간을 더 보내면서 한국의 정서와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이 너무 좋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최고의 선택이 된 셈입니다.

 

 

 

Q. 한국에 정착하여 직업도 가지고 있고, 공부도 계속 하고 있는데, 아직도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달리기는 제게 무척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 오게 된 것도 한국에서 별 어려움 없이 자리 잡게 된 것도, 그리고 한국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것도 모두 마라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어렵고 힘들 때 땀 흘리며 달리고 나면 저는 모든 어려움을 잊곤 했습니다. 그래서 달리기는 저의 정체성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달려왔고 앞으로도 힘껏, 마라톤과 저의 인생을 위해 달릴 것입니다.

 

Q. 브룬디인으로 달릴 때와 한국인으로 달릴 때의 차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이전에 저는 외국인 선수였지만 지금은 내국인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전엔 '도나티엔'으로 달렸지만 지금은 '김창원'으로 달립니다. 이전엔 어디에 있어도 불안한 난민이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든 조국 대한민국이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면 정말 든든합니다. 그래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Q. 한국의 마라톤 선수 손기정씨를 아시나요?

A.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어 선생님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한국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대표로 나가 올림픽에서 우승한 마라톤 선수였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에서 손기정 선수 사진에 일장기 대신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때 손기정 선수가 느꼈을 조국애가 어땠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조국은 누구에게나 정말 귀하고 소중한 것입니다.

 

Q. 요즘도 출퇴근 시 수십 킬로미터를 달리시나요? 그 외에 좋아하는 운동이 있다면?

A. 요즘은 학교 생활, 회사 생활에 너무 바빠서 운동 시간이 아주 부족합니다. 그래서 연습은 주로 학교 끝난 뒤 밤늦게나 새벽 시간을 이용하고 주말에 여유가 생기면 집중적으로 달립니다. 마라톤 말고는 축구와 농구를 좋아합니다. 한국 팀 축구 경기가 열리면 친구들과 함께 응원하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Q. 한국 이름 '김창원‘은 어떻게 태어났나요?

A. 저를 지금 직장에 불러주신 분이 제게 창원 김씨의 시조로서 행복하게 살라는 뜻으로 지어주셨습니다. 이름을 지어주신 분은 돌아가셨지만 대한민국의 대표도시 창원에서 그 분의 뜻대로 이 이름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Q. 한국인으로서 앞으로의 희망이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우선 저는 제 업무를 누구보다 열심히 잘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계속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제 업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가능하면 공부도 더 하고 싶고, 달리기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2005년 제5회 경향신문 서울마라톤대회 남자부 우승

중앙일보 서울마라톤 마스터스 남자부 우승

아디다스 MBC 한강마라톤 우승

2006년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남자부 우승

제6회 경향신문 서울마라톤대회 남자부 우승

아디다스 킹 오브 더 로드 마라톤 남자부 우승

2011서울 국제마라톤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남자부문 풀코스 우승

....

이것이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 들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지만 김창원씨는 오늘도 학교에서, 직장에서, 앞서 뛴 코스보다 훨씬 길고 힘든 ‘인생’이란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달리는 그를 이제는 그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지켜줄 것입니다. 난민이었기에 누구보다도 조국이 귀중한 줄 알고 그런 절실한 그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대한민국도 그를 품을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김창원씨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 = 이민재기자

사진 = 김창원 본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