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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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예뻐도 이것만은 용서 못해!

법무부 블로그 2011. 3. 12. 19:00

보행자를 화나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에스오일 TV광고 ⓒ에스오일

 

"좋은~ 기름이니까!"
짧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 이 로고송 한번쯤은 다 들어보셨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자신이 예뻐서  쳐다보는 줄 착각에 빠진 여성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예뻐서 쳐다본 게 아니라 횡단보도에 자신의 자동차가 ‘걸쳐’ 있어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은 거였다는 에피소드의 광고입니다.

 

 

▲ 걸친녀 동영상 캡쳐 ⓒ 에스오일

 

작년 11월경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걸친녀 동영상’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인데요. 연예인 뺨치는 빼어난 미모의 여성이 고급스런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자동차가 걸쳐서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자, 화가 난 사람들이 그녀의 차 주위로 몰려들어 ‘분노의 점프’로 차를 뒤집었다는 내용입니다. 앞서 소개한 광고와 걸친녀 동영상도 모두 S정유회사의 작품으로, ‘좋은 운전 캠페인’을 독려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는데요. 저도 길을 건너다가 횡단보도의 흰 선까지 ‘쳐들어오는’ 자동차를 자주 만났던 사람으로서, 모든 운전자들이 이 두 영상을 보고 자신의 운전습관을 반성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안전은?


횡단보도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표지 또는 도로표시에 의하여 보행자의 횡단용으로 마련된 부분임을 표시한 곳'입니다. 하지만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혹은 잠시 딴짓을 하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를 하는 운전자들 때문에 흰 선 안에서도 보행자들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보니, 25명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횡단보도를 넘어온 차 때문에 놀란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18명,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7명이었는데요. 놀랐다는 사람들 중에는 '하마터면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다', ‘엄마와 장을 봐 온 것을 들고 가다가 놀라서 떨어뜨렸다.’ ‘차가 내 옆구리를 누르는 느낌 같았다.’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습니다. 직접 차와 충돌하여 다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사고, 보행자에게도 책임 있다


운전자는 운전 중에 전방주시를 해야 하고,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우선적 권리라 인정되는 곳이기 때문에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행자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지난 2005년 여름, 편도 2차선 도로에서 보행 신호등이 초록 불로 바뀌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정지 신호를 어기고 주행하던 차량에 치어 상해를 입은 보행자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 했는데요. "보행자 신호등이 변경될 무렵에 정차돼 있던 차량의 앞으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차량의 동태를 잘 살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로 보행자에게도 10%의 과실이 있다고 판시 했습니다.

 

횡단보도만 믿은 보행자…고법 "사고발생 과실有" | 아시아경제 2009. 9. 29.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09092908430746895

 
또한,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과 충돌한 경우에도 자전거 운전자에게 20%의 과실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횡단보도가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라고 할지라도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에는 달려오는 차량이 없는지 좌우를 살피고 건너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자전거를 이용하여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에서 내린 뒤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길을 건너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 습관은 일의 속도를 증가시켜, 신속하게 처리하는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지 못하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횡단보도에 ‘걸친’ 자동차들 역시 신호가 바뀌기 전에 빨리 지나가려다가 신호 앞에 딱! 걸린 차들이겠지요? 앞으로는 빨리 지나갈 생각 보다는 빨리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을 먼저 하여 보행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좋은 운전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 신소영 기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광고 캡쳐 = 에스오일
걸친녀 캡쳐 = 걸친녀 동영상, 에스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