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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장애학생 제지한 기사의 유죄에 할말있다

법무부 블로그 2011. 1. 14. 17:00

 

성추행 하던 장애학생 제지한 버스기사에게 ‘유죄선고’

지난해 5월 한 장애학교 통학버스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장애학생인 B군이 앞 좌석에 앉아있던 여학생의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하자 이를 본 버스도우미 C씨(여)는 여학생을 다른 자리로 옮겨 앉게 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B군이 C씨를 밀어 넘어뜨리고 몸 위에 올라타 짓눌렀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통학버스 운전기사 A씨는 버스를 정차시킨 뒤 B군을 말리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B군의 왼쪽 눈을 때렸고, 이 사건으로 B군은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었으며 결국 A씨는 폭행죄로 고소를 당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은 장애학생 B군을 가격한 버스기사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버스기사가 피해학생이 버스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제지하려고 한 것이나 피해학생에게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혔으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네티즌들의 의견 (네이트 출처)

 

 

네티즌들은 ‘이제는 보고도 눈감고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것인가?’ ‘남을 도와주면 오히려 큰일 당한다.’ 며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성추행을 한 장애학생 B군은 피해자가 되고 B군을 제지하려 했던 버스기사 A씨가 가해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애학생은 버스안내도우미를 폭행하고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따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어찌됐든 버스기사 입장에서는 동료를 도와주려 했을 뿐인데 결국 범죄자가 된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쉽게 공감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령 청산가리 사건을 아시나요?

지난 1월 11일 대법원은 지난 2009년 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살인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의자(73세)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증거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하지만 1심과 원심의 간접증거만으로는 이 사건의 범행이 피고인의 소행이라고 합리적으로 증명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청산가리 사건이란 지난 2009년 4월 충남 보령시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용의자A씨가 불륜으로 가정불화를 겪던 중 아내에게 청산가리를 탄 음료수를 먹여 숨지게 하고, 다음 날 자신의 불륜에 대해 충고한 이웃주민 B씨 부부마저 피로회복제라고 속인 청산가리를 먹여 살해했다는 내용의 사건입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A씨는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 항소심에서 사형을 각각 선고 받았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원심을파기한 것입니다.

 

 

 

미심적은 사건에 섣부른 단정은 없어야

청산가리 사건의 원심이 파기된 것은 법원의 판결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살해를 당한 아내의 남편이 용의자로 지목되었기는 하였지만 살인에 사용된 청산가리가 20년가량 공기 중에 방치되어 독성이 없는 탄산칼륨으로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용의자인 A씨 또한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증거만으로 그를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버스기사의 과잉방위, 하지만…

청산가리 사건의 원심이 파기되기는 하였지만 재조사를 통해 용의자 A씨가 혐의를 벗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계속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그가 정말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용의자로 몰린 것인지 아닌지는 수사기관에서의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용의자도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보다 면밀한 수사를 요구하는 대법원의 판결과는 다르게 이번 장애인버스 운전기사 사건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성추행 하던 학생을 제지한 버스기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이유는 아마도 버스기사가 장애학생에 대해 ‘과잉방위’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상대 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굳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는데 폭력을 행사했다는 판단에서 그런 결론이 내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적당히 말려야지.’라며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용의자도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 세상에 남을 도우려다가 오히려 가해자가 된 이번 판결도 가해자가 된 버스기사의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됩니다.

 

위험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주고도 오히려 ‘과잉방위’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정도가 도를 넘어서 개인의 감정이 들어간 폭력을 행사한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만, 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은 보다 정확하고 분명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블로그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간 글로서 법무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글 = 박혜수 기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