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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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는 흥부를 부양할 책임이 있을까?

법무부 블로그 2011. 1. 5. 17:00

 

 

 

흥부와 놀부는 형제인데 한 마을에 살았습니다. 놀부는 부자였고, 흥부는 가난했지요. 너무 가난하여 처자식을 굶길 수밖에 없었던 흥부는 놀부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습니다. “내가 왜 너에게 곡식을 줘야 하냐?”라고 놀부로부터 갖은 타박과 구박을 받고 흥부는 놀부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형제 부양하지 않은 놀부, 책임 없을까?

우리나라는 과거,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형제자매를 부양하지 않으면 큰일 날 일이며, 그 당사자는 천벌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놀부가 욕심쟁이이고 나쁜 형이라고 생각했지요.

 

 

만약 흥부와 놀부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놀부는 동생을 책임지지 않은 죄로 벌을 받게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 974조에 의하면 부양은 1차적으로 부모와 자식, 그리고 부부간에 이루어지며, 2차적으로는 생계를 같이 하는 친족 간에 이루어지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에 대해서는 부양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직계혈족 부양의무는 직계혈족과 설령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대로 인정이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친족 간에는 생계를 같이하는 경우에 한하여 부양의무가 있습니다.

 

 

민법

제974조(부양의무) 다음 각 호의 친족은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

1.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간

3. 기타 친족간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형제자매는 직계 혈족이 아니라 방계혈족에 속하기 때문에 형제자매라 하더라도 생계를 같이 하지 않으면 그에 대해서는 부양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놀부가 흥부를 내쫓은 것은 법률적인 측면에서 부양의무의 위반이 아닌 것이죠.

 

그렇다고 형제간에 부양할 의무가 없다고 해서 서로 모른척 하거나 멀게 느끼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법에서 말하는 부양의 의무는 최소한의 의무를 밝혀 둔 것이니까, 부양의 의무가 없다고 해서 힘든 형제자매를 모른 척 하거나 등한시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형제 자매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일 이겠지요?

 

 

 

 

 

부양은 아무 때나 하나?

민법 제 975조에 의하면 부양의 의무는 부양을 받을 자가 자기의 자력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또 무조건 직계존속을 부양할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계존속이 충분히 경제적 능력과 재력이 있으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반대로 부양의무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부양의무를 불이행 하더라도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또 부양청구권은 일신 전속적(그 사람만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또는 그 사람만이 해야 하는 의무, 어떤 사람에게 전부 속한) 권리로서 타인에게 처분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양도할 수도 없습니다.

 

 

흥부놀부에서 놀부가 흥부를 부양할 법적 책임은 없지만, 그래도 한 어머니 밑에서 같이 나고 자란 형제로서 조금만 보듬고 사랑해주었다면 더 좋았을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놀부에게 아쉬운 점은 그가 욕심이 많아서 보다는 친 동생을 챙기는 배려와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사실이겠지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부양 관련 사례가 많습니다. 흥부 놀부와 같이 형제끼리 부양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며, 몇 년 째 찾아오지 않는 자식을 그리워하며 사는 할머니도 계십니다. 갈수록 부양의 책임을 미루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각박해져 가는 세상이 아쉽기도 하지만, 일각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많다고 하니, 누구 하나만을 탓 할 수는 없는 일 같네요. 어쩔 수 없이 부양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많아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이윤희 기자

일러스트 = 아이클릭아트